청주시의회 연구단체, 활동비 대부분 밥값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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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회 연구단체, 활동비 대부분 밥값으로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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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연구회, 식당서 10차례 간담회…밥값으로 179만원
최대 인원 7명, 삼겹살집에서도 1인당 3만원…카드깡 의혹까지

“청주시의원들이 소속상임위원회와 별도로 청주시 발전과 시민복지 증진 등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연구를 위하여 의원 공동으로 연구단체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함을 목적으로 한다.”

청주시의회 의원 연구단체 지원 조례 제1조(목적)의 내용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일부 연구단체는 취지에 적합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성평등연구회의 경우 연구 활동비로 지출한 226만 3130원 가운데 특강 강사료 23만원을 제외한 모든 예산을 식대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적정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지난해 운영됐던 청주시의회 의원연구모인 ‘양성평등연구회’가 연구활동비 사용액의 90%를 식비로 지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원연구단체는 일정 절차를 밟아 해마다 의회 사무국에 등록된다. 지난해에는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모임’ ‘건강연구회’ ‘양성평등연구회’가 의원연구단체로 등록돼 각각 300만원의 연구 활동비를 받았다.

이들은 조례에 근거해 1년간 활동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하도록 돼 있고, 이를 다시 심사기구격인 운영위원회가 취지에 맞게 운영했는지 평가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연구는 했는데 결과가 없다

양성평등연구회가 제출한 보고서는 극히 빈약했다. 참여 의원 소개부터 연구활동비 사용명세서까지 포함해 7페이지에 불과했다. 해당보고서에는 2016년 6월 28일 양성평등 관련 특강을 개최하고, 9월 29일 부산 사상구로 비교견학을 실시했다는 내용, 11월 23일 성인지 워크숍, 10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연구간담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증빙사진으로 모아놓은 것이 전부이다.

보고서 마지막장에 200자 안팎으로 적은 글이 양성평등연구회가 지난 1년간 연구한 결과의 전부였다. 그 마저도 구체적인 결과가 아닌 ‘예산편성 논의’ ‘기업문화 조성’ 등 두루뭉술한 결론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3개월 동안 10차례나 진행했다는 간담회이다. 짧게는 4일 만에 또 다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대부분 식당에서 진행됐으며, 특정한 주제없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진행됐다는 게 참석 의원의 설명이다. 간담회가 30분이 될 수도 있고, 1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대해 모임 대표의원인 남연심 의원은 “당시는 여성친화기업 재선정 기간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의원들이 함께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고 간담회를 자주 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잦은 간담회의 이유로는 부적절하다. 여성친화기업 선정을 연구단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평균 17만 9500원에 이르는 밥값이다. 취재진 확인 결과 연구 간담회에는 외부인사 참여가 없었다. 연구단체 회원 전원이 참석해도 7명 뿐이다. 평균 1인당 25000원짜리 밥을 먹은 것이다. 이마저도 모두 참석했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7명이 모두 참석한 간담회는 드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모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연구단체에 비하면 우리는 잘 모인 편이다. 항상 절반 이상은 모였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간담회 때마나 공적인 예산으로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간담회를 통해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양성평등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간담회 의미를 부여하며 “식사비가 과다하게 지출된 점은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인당 500g 먹을 수 있나?

제출한 보고서 어디에도 간담회에 몇 명이 참석했는지, 장소가 어디인지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의회사무처는 “운영위원회가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사를 해야 할 운영위가 이 같은 기본적인 문제조차도 지적하지 않은 것이다.

의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단체가 제출한 영수증이 실제 간담회 밥값이었느냐는 점이다. 연구단체가 의회사무처에 제출한 카드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12월 23일 간담회가 진행된 곳은 봉명동에 위치한 고깃집이었다. 당시 결제 금액은 19만 5000원이었다. 7명 모두 참석했다고 가정할 때 1인당 2만 8000원짜리 식사를 한 것이다. 확인 결과 해당 식당은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모든 고기를 200g당 1만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인당 2.5인분을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해당 연구단체는 7명 회원 증 3명이 여성 의원이라는 점 때문에 1인당 500g의 고기를 실제로 먹었을까 하는 의혹이 커진다.

한편 17명의 의원이 참여한 건강연구회는 ‘100세 시대에 맞는 건강하고 활기찬 삶 연구’라는 방대한 주제를 연구할 목적으로 조직됐지만 이들의 활동은 단 세 차례로 끝났다. 건강연구회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차례 특강과 1차례 현장견학을 한 것이 연구활동의 전부이다. 지난해 10월 13일 강원도 속초 및 횡성 일원에서 진행된 장수마을 견학에는 절반인 9명만 참석했다. 당연히 결과물도 없다. 건강연구회가 작성한 보고서 연구결과에는 ‘범시민적 교육 및 홍보, 관련인프라 구축 필요성 확인했다'는 자평이 전부이다. 연구단체가 필요하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양성평등연구회가 의회 사무처에 제출한 연구활동비 사용명세서. 하지만 보고서에는 각각 간담회에서 몇 명이 참서했는지 조차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반면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모임은 상대적으로 많은 결과물을 도출했다. 북콘서트를 개최했고, 독서문화진흥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비교견학 후에는 결과보고대회도 가졌다. 예산집행내역서만 보더라도 두 연구단체보다 세부적이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모임이 다른 연구단체보다 깊이 있는 진행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연구기간이다. 연구라는 작업은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기간을 필요로 하지만 청주시의회 연구단체는 대부분 1년 만에 사라졌다. 올해도 새롭게 2개 단체가 등록했다. 대신 건강연구회는 사라졌다. 반면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모임은 2010년 조직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청주지역 관련 단체와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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