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단지, 재개된 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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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렛단지, 재개된 심폐소생술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7.04.1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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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동 블루21, 입점상인 번영회 조직…먹자촌 전환 추진
봉명동 파비뇽, 2층 대대적인 리모델링…입점업종에 관심

2000년대 초중반 각광받던 패션아웃렛 상당수가 사업 실패 여파로 흉물로 전락했다. 관리 부재로 방치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입점상인을 중심으로 변신을 꾀하는 아웃렛단지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2006년 문을 연 비하동 아웃렛단지는 최근 번영회를 결성해 먹자촌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봉명동 아웃렛단지는 입점상인이 최근 2층 절반(3000㎡)을 리모델링 중인 것으로 나타나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패션아웃렛으로 건설됐지만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비하동 아웃렛단지.

2000년대 아웃렛 열풍으로 ‘포화’

청주시는 83만명이 모여 사는 중소도시지만 대형 유통시설의 각축장이었다. 신세계를 필두로 하는 대형마트 입점 경쟁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고, IMF 이후 등장한 패션아웃렛은 할인판매를 무기로 2000년대 초중반 청주지역 의류상권을 강타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의류상권인 성안길 로드샵은 비브랜드 위주로 전환됐고, 브랜드 의류는 할인매장 중심으로 운영됐다. 2000년대를 관통한 의류상권 변화와 패션아웃렛 각축전은 대형유통업체 등장으로 종식됐다.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 장본인이다. 특히 롯데아울렛의 등장은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던 패션아웃렛업계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2000년대 초중반 청주 유통업계는 아웃렛 전성시대였다. 에버세이브, 블루21, 아이후, 파비뇽, 더빌리지 등 수십개 점포가 모여 있는 집단상가가 건설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합 전 청주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브랜드 할인점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의류전문매장으로 할인상점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아웃렛단지의 몰락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공급과잉이다. 2009년 기준 중대형 아웃렛 매장만 6개나 됐다. 당시에도 분평동에 위치한 에버세이브를 제외하고는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둘째로 소비자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포 구성이 발목을 잡았다. 아웃렛단지는 할인율이 최대 강점이다. 고가 브랜드의 옷을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소비자들이 몰린다. 하지만 이들 아웃렛단지에는 흔히 말하는 정상매장이 상당수 입점해 있었다. 할인율도 수도권 소재 아웃렛단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대해 공급자인 시행사가 의류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없는 부동산개발업자였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운영보다는 부동산을 개발해 좋은 값에 분양하는 게 목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IMF이후 금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그렇다보니 투자자 모집이 쉬웠고, 부동산개발이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인식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봉명동 아웃렛단지.

대표적인 사례가 봉명동 파비뇽아웃렛이다. 청주에서는 최대 규모인 2만 2000㎡ 부지에 조성된 파비뇽아웃렛은 점포수만 174개에 이르는 대형단지다. 이 같은 대규모 아웃렛단지는 여주나 파주 등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파비뇽과 여주·파주 아웃렛은 운영·관리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파비뇽을 비롯해 청주지역 아웃렛단지는 부동산개발업자가 주도한 사업이었다. 대형아웃렛은 신세계나 롯데같은 대형유통기업이 조성해 입점업체 브랜드부터 운영까지 모두 기업이 관리한다. 모든 점포는 임대점포이다.

반면 청주지역 다수의 아웃렛단지는 분양을 목적으로 한 개발사업이었다. 첫 사업자는 분양이익만 챙기고 손을 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7년 분양 당시 파비뇽아웃렛 점포당 분양가격은 4억원 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패션아웃렛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사실상 폐점에 이른 뒤 각각의 점포는 경매에 부쳐졌고, 부동산 가치도 재평가됐다. 한 관계자는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4억원에 분양받은 점포가 수차례 유찰 뒤 8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롯데아울렛의 등장이다. 롯데아울렛은 여러 면에서 기존 아웃렛단지와 체급이 달랐다. 기존 아웃렛 고객 대부분을 롯데아울렛이 흡수했다.

 

내실없던 빛 좋은 개살구

2006년 문을 연 블루21아웃렛, 지금은 잊힌 아웃렛이지만 당시에는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하복대 상업지구 맞은편(비하동)에 조성된 블루21아웃렛은 유럽식을 표방한 첫 번째 아웃렛이다. 이 단지 또한 분양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개발사업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분양성적이 저조했고, 임대로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대출금을 해결하지 못한 시공사는 소유권을 잃었고, 점포 상당수가 채권자(한국저축은행)에게 넘어갔다. 일부는 분양받은 개인의 소유이다.

현재는 음식점, 사무실, 차동차 용품점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의류매장은 한두 곳만 남아 있다. 주 진입로는 사라지고, 대형건물과 도로가 시설물에 가려져 아웃렛단지는 숨겨진 공간처럼 돼버렸다.

지난 7일 열린 비하동 소상인 복합상가번영회 발대식에 많은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보다못한 상인들이 나섰다. 지난 7일 입점업체 상인들로 구성된 ‘비하동 소상인 복합상가번영회’가 발대식을 갖고 변화를 예고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홍대기 씨는 “아직 1층 상가에 공실이 꽤 있다. 현재는 다양한 업종이 입점해 있지만 음식점 위주로 임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능을 상실한 아웃렛 대신 종합식당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업으로 단지활성화를 위해 요일장터를 열 계획이다. 홍 회장은 “아웃렛으로 조성된 만큼 넓은 주차장이 장점이다. 99개 점포가 모여 있어 다양한 음식점들이 입점한다면 청주의 외식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비뇽아웃렛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파비뇽 또한 실패한 아웃렛이다. 의류매장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일반 사무실이 차지했다. 쇼핑객들의 휴식처였던 단지 내 광장은 입점업체의 주차장으로 쓰이고, 얼굴인 입구 앞도 차들이 점령했다.

파비뇽 관리사무소는 최근 단지 내 주차를 금지시켰다. 낡은 시설에 대한 보수도 진행하고 있다. 관리단 관계자는 “단지를 살리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새로 계약한 입점업체가 2층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업종으로 문을 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파비뇽은 현재 174개 점포 중 40%가량이 공실인 상태다. 116명의 소유주들은 2015년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초기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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