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잡월드 두고 도-도교육청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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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 잡월드 두고 도-도교육청 ‘삐걱’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2.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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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사항 제안은 도교육청이 했는데 ‘찬밥’신세
도가 용역 통해 ‘일자리 플라자’로 일방적인 방향전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중부권 잡월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 양 기관이 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은 성남시에 있는 한국잡월드 모습.

충북도 “한해 운영비 뽑아보니 40억…고용노동부 잡월드 예산 안준다니까”

충북도교육청 “대통령 공약사업이니 교육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운영비는 분담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중부권 잡월드(Job World)' 사업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충북도는 도청 영상회의실에서 '중부권 잡월드'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어 사업 명칭이 '잡월드'에서 '일자리플라자'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고생 진로설계관, 직업체험관, 직업탐색관 등 잡월드가 갖고 있는 청소년 직업 체험 기능이 일반인과 기업체의 구인·구직을 지원하는 일자리창출 기능으로 바뀐 것이다. 사업이 전면 수정된 것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청소년을 위한 '잡월드'로 운영하면 정부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운영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적자가 나는 것뿐만 아니라 도교육청의 '진로교육원'과 대전의 '위캔센터' 등 주변에 비슷한 기능의 기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간보고회 때도 안 불러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중부권 잡월드는 당초 충북도교육청의 아이디어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공약을 정할 때 충북도교육청이 낸 중부권 잡월드 공약이 받아들여졌고 당초 500억원이었던 규모가 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여기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거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김형근 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의 역할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충북 뿐만 아니라 세종, 대전, 충남을 아우르는 중부권 잡월드는 오송 인근에 설치하기로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용역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다. 잡월드 관련 내용은 쏙 빠져있고, 청‧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지난 9월 9000만원을 들여 중부권 잡월드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최종보고회가 열리기까지 도교육청 관계자들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착수보고회 때 충북도교육청 실무자들이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 중간보고회나 최종보고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결국 최종보고회에서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내용이 바뀐 것을 알고 충북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착수보고회 때 실무자들이 만나서 전체방향에 대해 논의했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 진행과정을 전혀 몰랐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다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일자리기업과 심재정 팀장은 “도교육청이 당초 생각한 중부권 잡월드가 안되니까 안 불렀다. 아직 용역은 안 끝났다”라고 시인했다.

충북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중부권 잡월드는 363억원을 들여 오송 제2산업단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1만6500㎡ 규모로 내년 공사에 들어가 2022년 완공된다. 교육장 전시장 콘퍼런스룸 대회의장 등이 들어선다. 도는 구인·구직을 연계하고 일자리 유관기관을 통합해 업무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중부권 산업구조를 고려해 창업·중소기업 지원, 역량개발 교육 등 일자리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암묵적 합의 있었지만…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은 이 사업을 위해 암묵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예산을 따오려면 고용노동부, 기재부 등을 상대해야 하니 충북도가 나서기로 하고, 충북도교육청은 관련 콘텐츠를 준비하기로 한 것. 지난 5월 양 기관 실무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업무를 담당했던 여성정책관실의 변혜정 여성정책관이 그만두게 되면서 이 사업은 일자리기업과로 이관된다. 그러면서 두 기관 사이에 틈이 벌어진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담당자를 만나보니 잡월드로 예산을 못 준다고 하더라. ‘ㅈ’도 꺼내지 말라고 하는 데 무슨 방법이 있나. 예산을 따오려면 내용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도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용역비도 충북도에서 내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잡월드는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재 성남시 분당구에 한국잡월드가 있다. 호남권 잡월드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광주시와 전남 순천시가 경쟁했으나 이정현 의원이 ‘민원쪽지’로 순천시에 건립이 확정됐다. 최근 이를 두고 고용노동부가 ‘적폐청산’의 사례로 보고해입지 선정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국잡월드와 비슷한 민간 시설로는 서울과 부산에 키자니아가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중부권 잡월드가 생길 경우 운영비가 약 40억원 정도 들 것이다. 비용 부담이 되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권 아이들이 체험하러 성남시에 있는 잡월드를 간다.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자유학년제를 하면 체험할 장소가 더욱 필요해진다. 현재 당장 운영비만을 따지는데 학생들이 차를 대절해서 다른 지역에 가는 비용도 무시못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육복지의 개념으로 해석해야지 비용만을 따져서 물러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운영비에 대해서도 “인근 시도교육청과 지자체가 운영비를 분담하는 방법도 있다. 해당 지역에서 올 경우 체험비를 할인해줄 수도 있다. 방법은 찾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양 기관은 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풀기로 했다. 지사와 교육감이 협의회를 열겠다는 것을 승인해야 회의가 개최된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세상에 직업이 3만개쯤 있다. 4차 산업시대에는 우리 세대에 경험하지 못한 직업 80%가 새로 생긴다고 한다. 지금의 직업체험시설에서는 과거의 직업만을 다룬다. 중부권 잡월드가 4차 산업 시대의 새직업을 소개하는 장소가 된다면 흥행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도가 자체 용역만 진행했을 뿐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내용은 아직까지 없다. 양 기관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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