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편의점에서 모든 것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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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편의점에서 모든 것 해결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4.1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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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호 편의점 개점, 올해 전국 4만개 돌파
청주는 인구 1260명당 1개꼴로 현재 포화상태

편의점의 등장은 우리사회 문화를 바꿔놓았다. 편의점은 1인 가구 시대에 맞춰 과일부터 정육까지 모든 물품을 취급한다. 아이들은 군것질, 어른들은 퇴근 후 야식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간다. 커피 한 잔 하러오는 유모차부대도 있다. 편의점은 방문자의 다양한 욕구를 한 번에 충족시켜 준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이 이용한다.

학교 앞 편의점 풍경 /육성준 기자

 

학교 앞 편의점은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청석고에 다니는 송 모 군은 “저녁 야간자습을 하기 전에 컵라면과 김밥을 먹으러 간다. 가까운데다 2개사면 하나 더 주는 상품들이 있어 친구들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과자 2개사면 1개 더 주는 식의 프로모션이 많다. 돈 없는 청년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잃는 것도 많다. 식사 한 끼를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은 물론이고 가족간의 정도 없어졌다.

우리나라 1호 편의점은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이어 로손, 서클k가 같은 해 매장을 오픈했고 바이더웨이, LG25, AM PM,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의 가맹업체들이 잇달아 생겨 1993년 전국에 1000점포가 개점했다고 한다. 이후 군소 브랜드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었고 편의점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2년 5000점포를 돌파했고 2007년 1만 점포가 생겼다.

2008년을 기점으로 편의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ATM(현금자동입출금기) 확장을 줄이면서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편의점ATM에 각종 편의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2011년 전국의 편의점은 2만 점포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 시기 청주시는 2007년 101개에서 50여개의 편의점이 더 생겼다. 하지만 확장의 이면에는 위기가 있었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과다한 로열티와 무분별한 점포 개발로 인해 각종 소송에 휘말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관련 규제들을 내놓았다. 그 덕에 편의점 점포수와 매출의 성장세는 잠시 주춤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잠시 침체를 겪고 2014년 1인가구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편의점은 다시 가파른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2016년 3만 점포에 이어 올 초 4만 점포를 돌파했다. 청주도 현재 671개의 가맹편의점이 운영 중이다.

 

유통권력의 이동, 대형마트→편의점

편의점의 외형적 성장은 대형마트가 주름잡던 국내 유통시장에 변혁을 가져왔다. 충북지역의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충북지역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약 3.4%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편의점들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 전체 매출은 22조4000억 원으로 4년 전과 비교해 약 60% 증가했다. 충북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10% 매출증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편의점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슈퍼, 정육점, 식당, 빵집, 문구점에서 취급하던 물건이 편의점에 모두 있다. 카페의 기능도 수행한다. 편의점을 자주 찾는다는 이윤경(42)씨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의 자녀를 둔 주부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주변 엄마들과 편의점에서 만난다. 장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1시간정도 시간을 보낸다”고 편의점을 찾는 이유를 말했다. 이어 “편의점에서 웬만한 생필품은 다 살 수 있다. 전에는 대형마트에서 주로 물건을 샀는데, 요즘에는 아이들도 급식이나 밖에서 사먹는 일이 많아서 마트를 잘 안 간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마트를 가면 쓸데없는 소비가 늘어 찾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2012년 유통규제법이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편의점들이 신규점포를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고 분석했다. 유통규제법은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 월 2회 의무 휴업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반경 1㎞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이 곳에서는 대형마트가 출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2012년 이후 대형마트들은 신규점포를 10개 밖에 늘리지 못했다. 그 사이 편의점은 1만 곳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성장을 견인해 온 편의점산업이 현재 포화상태라는 지적을 받는다. 마땅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편의점 밀집도는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이미 넘어섰다. 편의점협회에 관계자는 “인구 2,200명당 1개꼴인 일본에 비해, 국내 편의점은 1,300명당 1개가 운영 중이다. 청주시는 인구 1260명당 1개꼴이다”고 말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0여 년 전인 2007년 청주시와 청원군을 합해 인구 78만 명에 편의점이 152개로 5100명당 1개꼴로 있었다. 업계관계자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유통업체들은 편의점매출이 하락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았다.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제작하는 PB제품군을 증대했고 점포수를 늘렸다. 그 덕에 매출신장은 이뤄냈다. 하지만 매장당 수익률은 감소했다. 특히 올해 하락폭이 더 심하다. 자영업자인 점주들은 신음하고 있다. 대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상생을 위해 편의점에 대한 입점 기준설정이 시급하다.

노브랜드 청주사천점 /육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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