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장인들의 울고 웃는 인생 분투기
상태바
서점 장인들의 울고 웃는 인생 분투기
  • 충청리뷰
  • 승인 2018.05.18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저 <서점은 죽지 않는다>

김대선
청주독서모임 ‘질문하는 책들’ 운영자

수년 전 서점 일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계산대 뒤에 있던 <서점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 책은 왜 따로 놓여있는지 궁금해서 이유를 물으니 나 같은 신참에게 읽도록 권하는 특별한 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점원의 마음가짐을 배우는 데에 좋은 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토록 중요한 책이라면 누가 시키기 전에 미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집에 가져가서 단숨에 다 읽었다. 당시의 독서 경험은 이후의 직업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도쿄에 5평짜리 작은 책방 ‘히구라시문고’를 개업한 하라다 마유미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그는 다른 체인서점의 직원이었으나 퇴사하여 자신만의 서점을 열었다.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서점인이 아니지만, 서점에 관한 호기심과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 저자는 평소에 관심 깊게 지켜보던 그의 서점 개업 소식을 듣고는 바로 찾아가서 대화를 나눈다. 이렇듯 서점에 애착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서점을 보는 관점과 미래를 향한 고민 등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형태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백원근 옮김시대의창 펴냄

하라다 마유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열을 버리지 못해서 시작하는 작은 서점이 일본 전국에 1000 개 정도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런 서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그의 실험에는 한계가 있다. 매출 총액이 적고, 이익률도 낮다. 현재를 견뎌낼 뿐, 먼 미래를 보장하는 확신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만의 독립 서점을 꾸려가려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한 권 한 권의 책과 진중하게 만나고,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자들에게 세심하게 전달하려는 그에게서는 소신과 집념의 감동이 전해진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목차에 적힌 ‘맞서는 여자’, ‘논하는 남자’, ‘읽는 여자’, ‘별이 될 남자’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저자는 서점을 지키는 ‘사람’에 집중한다. 서점의 가치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노력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자본과 기술이 아닌 사람에 온전히 주목하려는 저자의 관점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어떤 힘이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희망과 절망의 교차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서점 장인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시스템의 흐름에 의지하여 ‘팔리는 책’만 수동적으로 갖다 파는 게 아니라, ‘팔고 싶은 책’을 능동적으로 선정하여 책의 가치를 끊임없이 재발견하려는 서점원들의 노력이 인상적이다. 그 노력이 지역 독자의 인정을 받아서 멋진 결과로 이어졌던 일화에서는 덩달아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다. 대자본의 공세 속에서 은둔한 사와야서점 이토 기요히코의 이야기는 무척 쓸쓸하다. 그는 카리스마 서점원이라 불리던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가 책에 눈길을 주는 순간 드라마가 시작된다’라는 표현처럼, 그는 ‘서점발(서점이 만드는) 베스트셀러’를 다수 만들어냈다.

구간 도서를 일개 서점이 공들여 판매한 것을 계기로, 그 영향력이 일본 전역에 전파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 그마저도 대형 체인서점의 진출 앞에서는 끝까지 버텨내지 못했다. 게다가 서점 경영자가 아닌 직원의 입장이었기에 여유롭지 못했던 모양이다. 읽는 내내 응원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책의 마지막은 다시 하라다 마유미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을 다시 찾아온 저자에게 “서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서점에 대해 알 수 없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나는 지난달 말에 1년 남짓 운영한 책방을 폐업했다.

비록 짧은 시행착오로 끝났지만, 직접 겪어보고 느끼고 배운 점이 참 많다. 좋아하는 일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은 정말 최고였다. 이토록 매력 있는 경험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사람이 곧 서점이기에, 뜻이 있는 한 서점은 죽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