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사건으로 본 충북의 현대사
상태바
민간인학살사건으로 본 충북의 현대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6.21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만순 씨 <기억전쟁>출간…16년간 기록한 학살의 현장
박만순 저자.

충북지역 현대사와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를 한 책이 발간됐다. 박만순 씨는 영동 고자리서 단양 노동리까지 충북지역 민간인학살 진실규명운동 16년 역사를 정리한 책 <기억전쟁>(기획출판 예당)을 펴냈다.

이 책에는 한국전쟁기에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사건을 사건유형별로 정리했다. 특히 보도연맹사건은 충북도내 시·군별, 학살지 별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기록했다.

2부에서는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사건의 원인과 배경, 진행과정을 정리했다. 즉 민간인학살사건을 중심으로 충북지역 현대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국민보도연맹사건, 청주형무소사건, 부역혐의사건, 미군사건, 북한군과 지방좌익에 의한 사건 등을 모두 조사해 책에 수록했다. 45개의 글을 라이프스토리 형식으로 써 수록했고, 피해당사자와 유가족의 사진, 피해 장소 및 마을 약도를 삽입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구성했다.

또 민간인희생자 2578명을 성별, 학살일시, 장소, 사건유형별로 정리했다.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가 만 5년간의 조사를 통해 충북지역 피해자 약 900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했다. 2018년 현재 미신청인 약 1600여명이 확인된 것이다. 이 책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구성되면 충북지역 민간인희생자 조사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는 2002년에 창립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충북도내 마을조사, 문헌자료 수집 및 연구, 구술조사를 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기억전쟁>책 표지.

그는 6.25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16년 동안 발품을 팔았다. 2007년에는 청원군 1054개 자연마을을 돌아다녔고, 2008년에는 영동군 401개 자연마을을 다녔다. 민간인 학살 규모가 컸다고 하는 마을을 방문해 조사와 구술증언을 청취했다. 청원군 강내면과 단양군 노동리·마조리는 10회 이상 방문했다. 충주시 살미면과 엄정면은 마을 전수조사를 통해 보도연맹사건과 부역혐의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사건(북한군과 지방좌익에 의한 사건)을 재구성하였다.

박만순 씨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해자의 증언을 발굴했다. 대표적으로 6사단 헌병대 일등상사 김만식의 공개증언을 2007년 충북도청과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개최함으로써 국가폭력의 실상을 공론화했다. 김만식은 보도연맹 학살명령을 이승만대통령이 무전을 통해 지시했으며, 강원도 횡성에서 1950년 6월 28일경 춘천‧횡성지역 보도연맹원을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충북의 쉰들러라 할 수 있는 의인(義人)을 다수 발굴했다. 영동군 용화지서장 이섭진, 영동군 용산면 양조장 주인 김노헌, 청원군 강서지서장 남정식 등의 사례를 발굴해 전쟁기 의인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런 의인들을 발굴함으로써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박만순 씨는 “25년 전 보도연맹 사건을 글속에서 처음 알게 됐을 때 충격이 컸다. 우리가 광주민주화운동, 4.19혁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국가권력에 맞선 저항이었다면 보도연맹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해 일방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죽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회적인 과업이라면 끝날까지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불 타버린 청주형무소. 출처-진실화해위원회
이름이 같아 학살된 오월성의 아들 오운영

그는 긴 시간 일주일에 이틀이상 자연부락을 찾아 유가족의 사연을 들었다. “자연마을 2000개 이상을 방문했고, 갈 때마다 적어도 3명의 증언을 들었다. 6000여명의 가슴 아픈 사연을 기록하면서 때로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형무소 사건, 부역사건 등은 아직도 제대로 진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기록들을 충북의 시민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낸 것도 그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