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가을냉기에 복지시설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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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가을냉기에 복지시설 SOS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10.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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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재활원 오시영 원장, 쌀 난방유 긴급구호 요청
   
장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회복지 시설의 살림살이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장성동에 보금자리를 튼 희망재활원(원장 오시영)은 지난 추석을 앞두고 쌀이 떨어져 민간단체를 통해 긴급구호를 받아야만 했다. 최근에는 일교차가 큰 기후 때문에 야간 보일러 가동이 필수적이지만 기름값이 턱없이 올라 난방대책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희망재활원은 척수장애인 전문 사회복지시설로 장애인 40명과 간병인등 90여명이 서로의 등에 기대 살고 있다.

“97년 IMF 때도 이 정도로 힘들 진 않았다. 후원금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고 물가마저 오르다보니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몸을 가누기 힘든 척수장애인들이기 때문에 난방시설을 꼭 가동해야 하는데 작년에 한드럼에 11만5000원하던 기름값이 16만원으로 인상됐다. 앉아서 후원의 손길만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보니, 어렵지만 직접 찾아다니기도 한다”

   
▲ 오시영 원장
지난 7년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입고 전동휠체어를 제 몸처럼 여기고 살아온 오원장은 직접 운전을 하며 로타리클럽, 청사모 등 지역 민간단체를 방문하고 있다. 기름보일러에 얽힌 사연도 기구(?)하다. 지난해 모방송국 프로그램에 희망재활원이 소개되면서 청주보일러시공협회에서 그동안 써오던 갈탄보일러를 유류보일러로 무상교체해 주었다는 것. 하지만 그 편리성과 안락함을 채 1년도 맛보기전에 유류값 부담으로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차라리 연탄보일러로 개조하려고 알아보니 시설비가 1000만원이나 들어 이것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다.

희망재활원은 미인가 시설이다보니 예산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복권기금 150억원을 미인가 복지시설에 지원키로 하고 신청을 받았지만 희망재활원은 현재 부지를 임대로 쓰는 형편이라서 수혜대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임대기간 만료가 2년 앞으로 다가와 땅값이 싼 보은에서 이전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연차적으로 땅값을 지불하는 조건이다 보니 넉넉한 땅주인을 만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희망재활원은 예닮교회와 총회신학교의 청주분교를 개설해 신학과와 사회복지학 커리큘럼을 강의하고 있다.

“우리 재활원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지적능력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따라서 일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는 적응하기 힘들다. 신학교 공부를 통해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거나 사회복지 시설 종사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 자립능력을 갖추기 위해 시설내에 컴퓨터 교육장과 도장(인장) 사업장을 만들기도 했지만 주문이 없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끝모를 장기불황의 벽앞에 오원장의 전동휠체어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희망재활원 295-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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