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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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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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자치행정부장
2004년 12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카드빚 때문에 ‘못 살겠다’며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가 어린 자식을 남겨둔 채 몸을 던지고, 요식업 종사자들이 솥단지를 내놓고 집회를 열어도 크리스마스 캐롤송은 울려 퍼진다. 내년에는 더 어려운 경제지표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소시민들에게 있어 연말은 연말이다. 청주시내 중심가에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환상적인 연하 카드가 등장했다. 한순간 시장기를 속일 수 있는 호떡과 오뎅, 떡볶기도 성안길에 진출했다. 시름 속에서도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2003년 한 해를 달군 키워드로 로또, 다모폐인, 누드, 대구지하철, 이효리 등이 선정됐다. 모든 포털사이트에서 1위를 한 로또는 대박신드롬을 반영하듯 한 해동안 60만여번의 검색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에서는 양길승, 지방분권, 원흥이방죽, 오송, 네슬레사태, 단체장들의 선거법위반 시비, 청남대 등에 관한 소식에 관심을 보였고 실제 많이 클릭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집계는 안됐지만 충북에서는 100년만의 폭설, 대통령탄핵, 4·15 총선에서의 열린우리당 싹쓸이,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과 위헌결정, 우진교통사태, 한대수시장 개 패러디사건, 공무원노조 파업, 원흥이문제 등이 얼른 떠오른다. 우리는 충청권에 내린 ‘100년만의 폭설’로 때 아닌 눈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3월을 맞았다. ‘빨리 눈치워 달라’는 시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 지자체의 움직임이 둔해 며칠씩 눈에 갇혀 모든 일상사가 중단됐다.

이어 터진 대통령탄핵. 철당간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탄핵무효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충북도경찰청 옥상에 올라가 신나를 몸에 뿌리고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우리는 모두 집단무기력증에 빠졌다.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포기하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이 연대해 만든 탄핵이라는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총선에서 가시적으로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노란점퍼’만 선택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어쨌든 충북은 9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을 탄생시켰다. 최초의 여성의원 배출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10월 20일, 충청도는 또 한 번 당하고 말았다. 신행정수도건설로 인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자체, 정치권, 도민, 시민사회단체 등이 머리를 짜내고 있을 때 우리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했다. 신행정수도건설 위헌 결정. 많은 사람들이 항의의 글을 쓰고, 분을 이기지 못해 집회현장에서 혈서를 썼으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탄핵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안도 필요없고 오로지 신행정수도건설만을 원한다는 목표의식도 여러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이제 행정특별시라는 정부 대안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충북도민들의 저항은 계속돼야 한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지난해부터 끌어온 원흥이문제가 타결됐다는 점이다. 한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로부터 ‘풀잎상’을 수상하기도 한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당초 요구에서 몇 발작 물러난 뒤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우리들에게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몸으로 보여주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우진교통 노조원들은 시청 소공원에서 약속이행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고, 상당공원에는 국보법폐지를 주장하는 농성장이 설치됐다. 연말이라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허락하지 않는 2004년 청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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