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원 통합, 선택권은 시민의 몫”
상태바
“청주 청원 통합, 선택권은 시민의 몫”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12.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효진군수와 설전벌인 시민 김홍택씨의 ‘청주 이야기’
지난 7일 청주 육거리 재래시장에서 자민련 주최로 열린 신행정수도 사수대회는 엉뚱한 일로 사후관심을 촉발시켰다. 이날 연설자로 나선 자민련 소속 오효진청원군수와 한 시민간의 설전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연 시중의 화제다. 청주 청원통합에 대해 한 시민이 오군수에게 기습적인 질문을 가하면서 빚어진 이날 해프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그날 설전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전에 의도된 것이라느니, 적어도 문제의(?) 시민이 치밀한 계획하에 일을 저질렀다느니 하는 별 얘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여러 채널을 통해 어렵게 신분이 확인된 이 시민은 소문과는 전혀 무관했다. 우연히 행사장 옆을 지나는데 행정수도 얘기가 들려 귀를 세우던중 갑자기 솟구치는 기운에 연단으로 다가 가 대뜸 오효진군수에게 “왜 청주 청원통합을 반대하느냐”고 따져 물었던 것이다. 연설도중 졸지에 기습을 당한 오군수가 연단 밑으로 내려 오면서 둘간의 분위기는 순간 험악해졌고,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더 큰 불상사가 빚어질 수도 있었다.

   
몇 번을 부탁한 후에야 기자와 마주한 김홍택씨(57·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는 우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의 뜻을 먼저 전했다. “그날 내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선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할말을 한 것이다. 다만 무례하게 비쳤을 행동에 대해 사죄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장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한 것은 분명 결례다. 기회가 되면 직접 사과하겠지만 기사에서도 이를 지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돌출행동을 한 것은 단순히 성격 때문이다. 앞뒤가 분명한 처신을 좋아한다는 그는 평소 청주 청원 통합에 대해 관심이 크던 차에 오군수가 연단에서 신행정수도를 거론하는 것을 보고 본인으로선 행정수도도 중요하지만 청주 청원 통합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에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이나 친구들은 대부분 통합을 원한다. 편협된 생각이 아니라 내가 아는 청원군 주민들도 대체로 통합을 찬성하는 쪽이다. 그런데 왜 군수가 나서 통합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 터놓고 얘기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서로 흥분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격앙됐던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군수는 ‘서울시가 경기도에 둘러 싸여 있다고 해서 발전이 안 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 때 흥분만 안 했다면 대한민국이 바다에 둘러싸였다고 해서 발전이 안 되느냐고 되물었을 것이다. 청주 청원 통합을 그런 식으로 비유하는 것에 화가 났다. 지방자치는 되도록 작은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는 오군수의 얘기도 일리가 있다. 청원 청원이 통합해도 작은 행정 단위의 자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장 구청이 있고 동사무소가 있지 않은가. 통합이 안 되면 무엇이 불리하냐고 따져 물을 땐 당혹스러웠다. 그렇다면 나는 중원군과 제원군을 통합한 충주시와 제천시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역으로 묻겠다. 청주 청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같은 생활권이다. 청원 사람들이 무슨 볼일을 보려면 청주시로 와야 한다. 이를 굳이 분리해서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하는게 과연 군민을 위한 것인갚라고 반문했다.

김씨가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공무원 생활(별정직)을 했다는 그는 청주의 발전속도가 인근 대전이나 천안 등에 비해 현격하게 뒤지는 이유는 행정구역 분리라고 확신한다. “과거엔 대전과 청주의 도시규모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것은 규모화된 행정이 있고 없음의 차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선 소규모의 행정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 대도시에서도 지역별로 이런 작은 행정이 시도되고 있다. 환경이나 복지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렇더라도 소규모의 소꿉장난이 지방자치의 전부는 될 수 없다. 이런 촌스러운 발상을 하니까 행정수도도 빼앗꼈고 호남고속철 기점역도 천안에 넘어갈 위기에 있다. 경쟁력에서 자꾸 떨어지면 충북은 결국 도태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북이 고향이지만 청주에서 터를 닦은 김씨는 충북인들의 분명치 않은 처세에도 일침을 가한다. “A면 A, B면 B 이렇게 분명해야 하는데 결정적일 때 흐리멍텅하다. 그러니까 항상 당하지 않는가. 충북도가 청주 청원 통합에 미온적이면 선거를 통해 심판하면 그만인데도 여기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번 선거에선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도지사나 청주시장 후보 누구라도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과 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소신있게 나서야 한다.”

자신을 원칙주의자라고 소개한 김씨는 승용차가 있지만 청주시내권은 어디를 가더라도 걸어가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날도 사직동에서 용암동까지 수㎞를 걸어 왔다. 그가 하는 얘기들은 상당히 논리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청원군에 당부했다. “청원군이 독립, 독자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다. 그렇다고 청원군이 혼자서 살아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대한민국의 청원군이고 충청북도의 청원군이다. 주민들이 원한다면 빨리 통합해야 한다. 지금 청원군 오창이나 옥산 내수 강내 등은 이미 청주시나 다름없다. 굳이 지역을 둘로 갈라야 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