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은 가까운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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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은 가까운 데에 있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8.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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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은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이다. 보통 밀정은 친일행적을 한 인물들을 지칭한다. 일제강점기 이들의 활동은 매우 은밀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최근 KBS가 광복절을 맞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일제가 밀정을 만들기 위해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작업했음을 보여준다.

취재결과 확인된 숫자만 800명이다. 여기엔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이자 비서인 이정,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이라는 거사를 치른 우덕순도 포함됐다. 이들의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역사 뒤에 숨어 남모를 역할을 해왔다.

보도는 이들의 행적을 추적했고 현재 현충원에 63명이 묻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도 밀정의 뿌리가 곳곳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옆에는 여전히 밀정의 잔재가 남아있다.

밀정의 본래 뜻인 ‘내부의 적’이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 주변에도 분명 밀정들이 존재한다. 옛날처럼 협박이나 권력에 의해 밀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이나 다른 의도로 밀정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SK LNG발전소가 들어설 계획이 알려진 청주 내곡동의 한 주민은 “대체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비밀 얘기가 내일이면 저쪽 편에 들어가 대응조차 못하고 김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2~3명이 다시 모였는데 여기에도 밀정들이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결국 주민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를 탈퇴했다. 앞서 주민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발전소가 들어서면 동네는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네에 반대현수막을 붙이고 인근 주민들에게 문제점을 설명했다. 토지주들은 땅을 팔지 않고 대항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렇지만 어느새 대책위는 나뉘었다. 그곳에는 밀정들이 있었다. 한 주민은 “몇 몇이 땅을 지금 팔아야 된다고 설득한다. 어제까지 반대하던 이들도 자기들끼리 개발자 측과 만나더니 어느새 입장이 바뀌었다. 마을 사람들의 의견이 안중에나 있는 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작 땅 주인은 돌아가는 내용을 잘 모르고 이들의 설득에 끌려간다. 마을에서는 이들이 밀정이다. 돈 앞에 이웃을 배반하고 내 살길을 먼저 챙긴다. 비단 이 마을 뿐아니라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곳에는 어디에나 밀정이 있다.

 

밀정이 활동할수록 동네에는 불신이 맴돈다. 정보, 역정보들이 난무하고 바른말 하는 사람들에 대한 험담도 오간다. 군사전문가도 치를 떨고 갈 고도의 심리전이다. 청주의 재개발사업, 개발사업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밀정을 내세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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