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파 '가격인하’로 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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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한파 '가격인하’로 녹여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5.0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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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상점 자장면 등장 '때 아닌' 호황
박리다매 마케팅과 유통과정 최소화 관건

얼어붙은 경기 탓에 대부분의 소형점포들이 현상유지조차 힘들어하고 있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문을 닫고 상가건물은 온통 ‘점포임대’ 안내문으로 도배돼 있다. ‘요즘 같을 땐 가만히 있는 것이 돈버는 방법이다’라는 말도 나돈다. 하지만 어렵다고 모두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내 곳곳에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기대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점포들이 있다. 그리고 그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천원상점 ‘온리원’ 북새통
오후 4시, 남주동 가구거리 입구에 위치한 ‘온리원’은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 오픈한 지 한달이 채 안된 이 상점는 일일최고매출액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온리원’ 황재봉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점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일일매출 500만원을 넘어섰고 주말에는 1000만원 정도의 매출액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주방용품, 차량용품, 화장품, 문구류, 도서에 이르기까지 4000가지 종류의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을 법한 생활용품을 팔지만 다양한 제품을 단돈 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곳들과 차이점이다.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근 시장을 들린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예전에도 천원짜리 제품을 파는 곳은 간간이 있었지만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싼게 비지떡’인 제품 품질 때문이다. 생산자에서부터 여러 차례 유통과정을 거친 제품의 가격이 천원이라면 제품의 질이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온리원은 이러한 단점을 중간유통과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본사를 전주에 두고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해 불필요한 비용을 없앴다.

황재봉 사장은 “제품마다 원가의 차이가 있다. 진열된 상품 중에는 원가가 1000원을 넘는 상품도 있다. 평균마진은 10~15%이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온리원의 독특한 영업전략이다. 대부분의 상점은 최저가를 표방하는 ‘미끼상품’을 이용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지만 온리원의 경우는 가격이 균일하기 때문에 질 좋은 상품을 구비해 소비자들의 상품구매욕구를 충족시킨다. 황 사장은 “지하에는 편히 쉴 수 있는 넓은 휴게실을 갖춰놓았다. 상품은 비록 1000원짜리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상당공원 버스정류장 인근에도 천원상점이 있다. 식기, 접시, 컵 등 생활용기가 주류를 이루는 ‘천원행복’은 밖에서 보기에도 업체가 파산해 눈물을 머금고 헐값에 물건을 판다는 느낌을 준다. 신문현 사장은 “전국적으로 여러 점포를 동시에 운영한다.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손님을 찾아가는 형태의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중순에 오픈한 상당공원 매장은 이달 말 문을 닫을 예정이고 또 다른 점포로 이동할 계획이다.

자장면 1000원, 소주 500원
경기에 민감한 것이 먹거리다. 가정경제가 어려울 때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절약방법이기 때문이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붙여먹자’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보다 싸게 들고, 마트에서 사는 소주보다 더 저렴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암동 북부시장 한켠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대만원’은 하루에 1000그릇 이상 자장면을 만들어 낸다. 점심시간에는 아예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렇게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단돈 1000원이면 서민들의 영원한 별미 자장면을 맛 볼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임 사장은 “가격을 인하하면서 마진을 크게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70%가량 늘어났다. 결과적으로는 예전보다 소득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다량의 재료를 구입하다 보니 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사올 수 있다. 맛 또한 신선한 재료를 쓰게 돼 더욱 좋아졌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청주대 중문에 위치한 ‘고기익는 마을 청주랑’에 가면 소주가 단돈 500원이다. 그 덕에 방학이면 다들 손을 놓고 있는 중문일대에서 유일하게 늦은 시간도록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 게 이곳이다. 윤석영 사장은 “동네에는 인적조차 드물지만 우리가게는 항상 만원이다”라고 즐거워했다. 최대수용인원이 80명인 이 가게는 새벽시간에는 불판이 없어 손님을 놓치기 일쑤다.

하루 200~25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윤 사장은 “방학이면 장사가 안돼 어려움이 컷다. 고심 끝에 지난해에는 고기 값을 50%인하해 팔았더니 매상이 크게 뛰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나니 손님들이 그 가격에 익숙해져 더 이상 충격을 받지 않아 소주를 500원에 팔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고기 값을 50%인하해 팔 때보다도 마진은 더 줄었지만 요즘 같은 때 이정도로 선전하는 있다는 것만으로도 윤 사장은 만족스럽다.

대리운전 6500원 시대
대리운전업체가 난립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시내지역 6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점차 성장하는 업체가 있다. ‘청주기사방’ 정찬명 사장은 “비효율적인 TRS방식에서 벗어나 PDA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의 손실을 최소화했다”라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을 소개했다. PDA방식을 채택한다고 해서 성공이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정 사장은 “자리를 잡기까지 수개월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꾸준히 투자를 해 현재는 30여명의 대리운전기사가 하루에 200건 이상의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은 “다른 업체들은 보험을 가입하고 6500원의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업주가 이익을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용하면 가능한 가격이다”라고 말하며 모 화재보험에 가입한 증서를 보여줬다.

청주기사방의 시스템은 고객이 전화를 걸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대기중인 기사가 이동함으로써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 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매달 2회에 걸쳐 기사들에게 정기교육을 시켜 최상의 서비스를 도모하고 있다. 남다른 방식으로 어려움 극복하고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투자에 소극적이지 말라’는 것과 ‘계획을 세웠으면 당장의 이익과 손해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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