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스포츠정신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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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스포츠정신은 어디로 갔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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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폭로 O선수 ‘제 무덤 판 꼴’
대한태권도협회, 해당 코치 징계수위 낮춰

제85회 전국체전 중 ‘코치의 강요로 경기를 포기했다’고 고백해 승부조작 파문을 불러일으킨 태권도 충북대표 O선수에 대한 뒷이야기가 언론사 및 각종 태권도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게재되면서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은 ‘A코치가 지난해 10월 27일 대한태권도협회로부터 2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은 뒤, 죄의 경감을 위해 O선수와 어머니 박 모씨에게 긍정적인 진술의 부탁과 함께 구두로 대학원진학과 실업팀 추천 등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O선수의 18년 선수생활이 물거품이 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A코치는 “사실무근이다”라고 일축했다. 대학원 진학과 실업팀 추천은 대가성이 아닌 순수하게 제자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대가성이냐 아니냐를 떠나 결국 A코치는 충북 유일의 실업팀인 진천군청에 O선수가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고 청주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O선수 측 주장은 약속과 틀리다는 것이다.

O선수의 어머니 박 씨는 “진천군청의 경우 처음에는 월봉 60만원을 이야기했다. 나중에는 C급 선수보다도 못한 연봉 1400만원을 제시받았다. 우리 아이가 정상적인 경기를 치러 금메달을 땄다면 그런 대우를 받았겠느냐. 또한 체육교육과를 졸업하는 아들이 동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누가 힘을 써주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상벌위원회 진술 당시 A코치는 대학원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코치는 “난 스승으로서 할 도리는 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등록금을 내달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대한태권도협회에 모든 진술을 끝냈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징계 또한 받았다. 그 사건은 이미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O선수가 선수생활을 하기로 되어있다던 진천군청의 체육관계자는 “선수 임명권은 기본적으로 코치에게 일임되지만 진천군청에서는 연락받은 적도 없는 일을 개인끼리의 합의로 결정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불편함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태권도협회 ‘제 식구 감싸기’
O선수는 지난 체전 당시 8강에 올랐으나 시합을 몇 분 앞두고 돌연 부상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당일 기자실에 찾아와 “코치의 강요로 기권했다”고 폭로했다. O선수의 어머니는 “8강 두 체급에서 충북과 광주가 맞대결을 벌이자 라이트급에선 충북선수가 기권하고 페더급에선 광주선수가 기권하기로 승부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는 바로 진상위원회를 열어 사실여부를 조사했고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대한태권도협회 김무천 운영부장은 “조사결과 양측 선수와 코치의 주장들이 상반돼 승부조작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물의를 일으킨 A코치에 대해서는 이사회를 통해 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대한태권도협회는 국가대표 선수로 국위선양을 하는 등 그동안의 A코치의 공적을 감안해 ‘10개월 근신’으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근신은 말 그대로 활동은 유지하되 자중하라는 의미다. 또한 당시 광주대표팀 코치도 같은 이유로 ‘3개월 근신’이라는 가벼운 징계가 이뤄졌다. O선수의 경우 경고처분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됐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승부조작, 이른바 상을 물려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던 일이다. A코치만 탓할 일도 아니며 충북태권도협회 차원에서 중지를 모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태권도협회 지민규 사무국장은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A코치와 O선수의 개인적인 사안이다”라고 협회의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O선수의 경우도 경기를 포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해 ‘대통령기태권도대회’ 4강에 오른 O선수는 코치가 ‘너는 메달을 땄으니 물려줘라’고 해 경기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O선수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태권도를 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이유로 경기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승부조작이 관행이 되었음을 시사했다.

O선수의 어머니는 두 선수 가운데 하필 자신의 아들이 경기를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4학년 졸업반인 아들에게 전국체전 메달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메달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 진로와 대우가 달라진다. 아들은 금메달도 자신있다고 했다. 또한 A코치가 자신이 경기 포기를 강요한 사실은 알리지 않은 채 당사자인 아들도 모르게 단순한 물리치료를 받은 것을 해당병원의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경기 포기 근거로 제출한 것은 책임회피가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충북대표로 출전한 B선수는 광주대표의 기권으로 4강에 올라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A급 대우로 실업팀에 합류했다. O선수의 어머니는 “그 자리가 자신의 아들이 있을 자리였을지도 모르는데 부모가 능력이 없어 아이의 장래를 망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괴롭다”고 말했다.

“O선수 정상적인 선수생활 어려울 듯”
진천군청 관계자는 “O선수의 판단여부에 따라 입단 기회는 있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반인 O선수는 올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으면 군대를 가야한다. 따라서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천군청에서는 O선수를 받아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이 필수지만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O선수의 어머니는 “A코치가 집안사정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대학원 등록금도 해결해주기로 약속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진천군청 관계자는 또 “올해 선수단 구성은 마친 상태다. O선수의 경우 상황을 참작해 입단을 허용할 생각이었다. 14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은 선수단 2005년도 연봉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가용예산을 이용한 최대한의 금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코치 또한 “제자를 생각해서 어려운 부탁을 한 것인데 연봉이 적다고 O선수 쪽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편 체육계 관계자는 “O선수가 설사 진천군청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지속한다고 해도 평탄치는 않을 것이다. 보수적인 체육계의 특성상 한번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곱게 생각할리 없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한 “결국 조직의 안전을 도모하는 태권도협회의 보수적 대응에 O선수는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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