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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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산 통신
  • 이창규
  • 승인 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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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Raum 그 숲속의 바람
독일어로 공간을 뜻하는 Raum은 “울창한 숲속에 삶의 터전을 세운다”라는 어원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라움의 대부분은 숲과 계곡을 비롯한 자연을 벗하여 자리 잡고 있다. 그 대표적 라움이 괴산 연풍에 위치한 조령산 자연휴양림이라고 하는 것이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의 빗줄기는 예나 지금이나 지역의 격차없이 포근한 정서를 주는 새봄의 결정이다. 조령산! 그 깊고 아름다운 숲도 겨울을 털어내려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어깨를 맞대고 살고 있는 노송들이 겨우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겨내고 새봄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조령산 자연휴양림 숲을 걸으면 바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소나무 가득한 계곡으로 불어드는 바람의 속삭임은 향기 가득한 청정함의 절정으로 이끌어 간다. 바람이 일시에 움직이는 흐름이 아니라는 것은 바람 소리에서, 잎새의 떨림에서 느낄 수 있다. 바람은 이쪽 가지 끝에서 시작하여 계곡이 끝나는 지점까지 순서에 맞춰 순차적인 반향을 갖는다. 그것이 순리이기에 언제나 정연한 질서를 갖는 것이다. 바람의 시작은 누군가가 간직하고 있는 갈망과 끊임없는 기원이 담겨진 에너지의 방향점인 셈이다.

쏴~ 내륙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해풍의 기억! 잎 끝에 매달려 있다가 바람과 함께 떨어지는 차가운 빗물은 날카로운 비수의 몸짓이다. 고갯마루를 향해 치닫는 바람의 여행은 해조음이거나 또는 소금내 가득한 해변의 공간적 변조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바람은 오로지 기쁨이다. 새로운 만남이고 또다른 별리이다. 검붉은 소나무 줄기사이로 불어오는 생명 가득한 戀風은 나무를 사랑하게 하는 경쾌한 몸짓이며 그 사이에 우뚝한 사람을 헤아릴 줄 아는 용서이며 베풀음이다.

인적 드문 산중에 산막을 지어놓고 오가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기도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주는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 된다. 숲을 사랑한다는 것은 숲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는 공부를 하게 한다.

“모든 존재와 사물과 우리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라는 수우족 인디언의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존재와 사물을 지배하는 절대적 우위란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도도한 인간이 자연 앞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교감뿐 일지도 모른다. 산사의 아침보다 정갈한 시간 초봄의 상쾌한 바람 이 도시로 도시에게로 불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충북도 조령산자연휴양림관리팀장 이 창 규
HP) 011-9418-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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