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신당론을 바라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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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 신당론을 바라보는 시각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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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편집국장
이원종지사가 모처럼 도민들에게 시원함을 보였다. 심대평충남지사와 염홍철대전시장의 탈당으로 불거진 중부권신당론에 대해 “나는 탈당하지 않는다”며 아주 명쾌한 답변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당과의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다면 지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본인의 정치색을 분명히 했다.

이지사는 현재 부동의 지지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사실 신당론에 대해 쓰리고 아릴 것이 없다. 그래서 더 강한 톤의 언질을 남겼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지사가 저쪽 동네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것은 각별하게 다가 왔다. 차제에 충북이 대전과 충남의 그늘을 완전히 걷어 버리고 한번 뽄때(?)있게 치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어도 충청권 외의 다른 지역에서 바라 볼 때 그런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충남 대전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고 해서 충북까지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자치단체장들의 탈당 사태와 중부권 신당론이 충북에서 먼저 나왔으면 몰라도 말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부권 신당론은 아직 지향점이 모호하다. 단순히 지역연고를 앞세우는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여타 정치세력과 연대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직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탈당한 인사들이 신행정수도 문제를 거론하고 충청권 대변자를 자처함으로써 중부권 신당설과 지역연고를 아예 격리시킬 수는 없게 됐다. 그렇다면 충청권을 연고로 하는 신당은 과연 가능할까. 나는 이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한다. 충청권 연고의 정당은 이미 자민련이 모든 것을 증명해 냈다. 자민련이야 말로 충청권 정당의 최정점에 도달했었고,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도 경험한 완벽한 지역정당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국회의원 배지를 피워내던 그런 호시절은 앞으로 어떤 충청권 정당이 나타나더라도 더 이상 누리기가 어렵다. 한 때 자민련에 대한 충청인들의지만 지지는 가히 맹목적이었고, 그 엄청난 기대로 웅지를 틀었던 자민련이 과연 충청인들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중부권신당론이 어느덧 판을 치는 이 마당에선 한번 반드시 짚어야 할 명제다. 끝내 자민련은 정권의 들러리에 머물렀고, 생존을 위한 기생술(寄生術)만을 시험하다가 지금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정치가 아무리 숫자의 싸움이라지만 자민련은 이 숫자의 싸움을 극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숫자의 싸움에 이용만 당하다가 오늘의 현실, 충청권에서조차 지지도 1%대라는 파산직전에 처하게 됐다.

중부권 신당론의 가장 큰 맹점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듯이 이인제 조부영 등 한물 간 인사들에게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낭인들의 규합으로는 제 2의 자민련은 커녕 자민련의 아류도 결코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 유권자들은 성숙해졌다. 과거처럼 핫바지로 충동질을 해 봤자 돌아 오는 건 돌멩이 세례일 게 분명하다. 때문에 중부권 신당은 충청권을 연고로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전국의 건전 세력과 연대해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추는게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청권의 한정된 의원수로는 신당을 백번 만들어 봤자 또 들러리로 전락, 생존을 위해 곁눈질을 할 게 뻔하다. 이런 악순환을 반복한다면 충청인들에게 이보다 더 큰 불행도 없다. 신행정수도가 파행된 것은 충청권 연고의 정당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른바 극우 수구세력들의 몰가치, 몰역사성 때문이었다. 행정수도의 겉모습만을 빙자한 이런 신당론은 반드시 좌절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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