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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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으십니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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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청주시 용암 1동장)
   
큰 동으로 발령을 받고 보니 예전에 있던 동보다 직원도 많고 민원인도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이러저러한 민원인들의 불평이 자주 제기된다.

더군다나 인터넷이 생활화 되어서인지 상급관청의 인터넷 게시판에 즉각 불만사항을 올리는 바람에 해당 직원은 물론이고 나 또한 스트레스를 꽤 받는 편이다.

월요일 출근을 해보니 한 직원이 쭈삣거리며 결재판을 내민다. 민원인에게 반말을 했다는 불만이 적힌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가지고 겸연쩍어 하는 것이다. 평소 얌전해서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못했던 터라 좀 당황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담당자도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였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지는 것 같아 직원들과 민원 처리자세에 대한 회의를 하고 그것을 정리한 것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먼저 주민의 불만 표출을 우리 동에 관심이 많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즉 시간을 내서 부족한 사항을 지적해 준 것에 고마워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또한 제기한 민원의 옳고 그름을 내 기준이 아닌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판단하도록 하자. 내 잘못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내 주장이 옳더라도 내 말투나 자세에서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즉 기본적으로 ‘민원인이 옳다’는 마음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그 다음 주민의 불만사항을 끝까지 정중하게 들어주자.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잘 듣기’는 무엇이 잘못인지 파악하는 기본이 되며, 주민의 분노를 해소시키는 첫 단추가 된다. 주의할 사항은 주민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때 오해가 있거나 잘못이 있어도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 다음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그것이 전부인가요? 혹시 다른 불만은 없으십니까?” 이것은 당사자의 분노를 모두 분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없다는 대답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그럼 어떻게 되면 만족하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자. ‘어떻게 해드리면’이 아니라 ‘어떻게 되면’ 에 주목하자. 내가 시혜자의 입장에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더 나은 결과를 함께 상상하고 같이 해결하자는 말이다.

물론 이같은 인내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 민원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 동사무소에서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합의한 이런 주민불만 대응방법은 가식적인 태도나 단순한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주민의 입장에서 서서 불만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주민은 우리 편이 될 것이고 적극적으로 자치행정에 참여할 것이다. 주민감동은 불만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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