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깔세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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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싶은 깔세의 유혹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6.0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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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세는 사전적으로 임차인이 일정 기간만큼의 임대료를 한꺼번에 미리 지급하는 월세를 의미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포 폐업정리’, ‘본사 창고대방출등이 대표적인 깔세 매장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깔세가 있어주면 고맙다. 가게는 비어 있고, 손실을 메우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상가들 입장에서는 영업에 치명적 손실이다. 업자들이 파는 제품들은 해당 브랜드 사에서 정식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저가제품의 물량공세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매출 하락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에는 깔세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올 초에는 충남 태안군의 한 관광지에서 상인들과 깔세 업자 간의 갈등이 있었다. 상인들은 집회를 벌이며 군과 도에 대비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 청주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보인다. 롯데영플라자 청주점이 폐업하며 대형 깔세 매장이 영업하겠다고 공공연하게 광고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자들은 ‘1987년 이후 마지막 백화점 명맥을 유지하던 34년 역사를 뒤로하고 영업종료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언뜻 롯데영플라자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롯데 측 관계자들은 폐업정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롯데영플라자 청주점524일부로 모든 업무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 곳의 임차 당사자인 잭슨나인스관계자는 7월부터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깔세와 관련된 사정은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깔세 업자들도 분명 임대료를 누군가에 지불했을 텐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이다. 서로 변명만 늘어놓는 가운데 영업시작일은 목전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 깔세 업자들은 홍보에 혈안이 됐다. 이들은 과장광고 분쟁을 피하기 위해 광고에서 롯데에 관한 문구를 뺀 뒤 청주시내 전역에 전단지를 붙였다. 전단에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200여 곳의 제품을 최고 90%까지 할인 판매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최대 1개월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지역 상권에 끼칠 악영향은 자명하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깔세 매장에서 재난지원금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는 커질 수 있다. 업자들이 청주지역에 사업자를 내고 영업하면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되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로선 공실률을 극복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곳곳에서 성행하지만, 선례를 살펴보면 결국 남는 건 지역 상인들과 건물주들 간의 분쟁뿐이다. 논란이 현실화되기 전에 발 빠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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