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수거 시스템 8월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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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수거 시스템 8월 붕괴된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6.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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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後 늘어난 재활용쓰레기, 수거업체 문 닫는데 대안 없이 시간만
처리의무 지자체, 현실은 민간업체에 전가, 업체 손들면 답은 불법소각?

서원구의 한 공동주택 한편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
서원구의 한 공동주택 한편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

 

코로나19로 우리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시스템 가운데 약한 고리부터 붕괴될 조짐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수거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언텍트, 배달의 경제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비닐, 플라스틱 폐기물은 코로나19이전보다 약 1.5배 늘었다.

이를 판매할 길도 막혔다. 수거업체 한 관계자는 “선별수거업체를 거쳐 재생 원료로 쓰는데, 판매길이 막혔다.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재활용원료보다 새 원료가 더 싸게 시장에 나오니까 수요는 더욱 급감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제 재활용은 생산비가 맞지 않는다. 문을 닫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일부 수거업체들은 값싼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포기했다. 한 관계자는 “이제 소각장에 돈 주고 버릴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 환경부는 5월 7일부터 페트(PET) 재생원료에 대해서 시중단가의 50% 가격에 선매입을 시작했다. 재활용업계가 당장 비축량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유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환경부는 5월 20일 ‘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수입이 제한되는 폐기물 품목 고시’를 통해 폐플라스틱(PET, PP, PE, PS)의 수입을 금지했다. 이번 대책은 규제심의를 거쳐 7~8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환경부의 대책이 미봉책일 뿐이라 게 현장의 반응이다. 정남규 M수거업체 대표는 “쓰레기 수거, 재활용, 판매 등 모든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1만 톤만 덜렁 구매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1만 톤의 비축량은 단지 한 달분의 쓰레기를 산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업체 “정부 해결의지 부족”

 

현장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쓰레기 대란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수거를 위한 재정을 미리 준비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부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시민이 비용을 낸다. 일례로 독일은 개인이 만든 재활용, 일반, 음식물 쓰레기의 수거비용을 공과금 형태로 지자체에 납부한다.

우리나라는 쓰레기발생 및 수거에 대한 책임이 정부, 지자체에 있다. 현재는 지자체가 단독주택 등의 수거를 전담하고,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아파트가 개별 민간업체와 계약해 쓰레기수거를 의뢰한다. 이런 시스템이 고착화된 것은 공동주택의 쓰레기 수거가 ‘경제성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그동안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기록한 우리 사회의 성장배경도 숨어 있다. 하지만 이제 ‘고도 성장기’는 끝났다. 우리나라는 ‘성장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쓰레기를 팔아 돈을 벌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공직사회에는 과거의 관성이 남아 있다. 지난 4월 10일 선별수거업체들이 뜻을 모아 현장의 목소리를 보도자료를 통해 만천하에 전했지만, 문제는 답보상태다.

업체들은 청주시의 경우 이전에 잘 대처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책안으로 언급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청주시는 2018년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기 전 권역별로 선별작업장을 선택해 일정부분 비용보조금을 지원했다. 청주시 사례는 쓰레기 대란을 선제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이유로 전국 모범사례로도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몇 개월 만에 시스템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수익 나는 재활용품은 팔고, 수익 안 나는 것은 시에서 수거해 달라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청주시 재활용쓰레기 처리 안내문
청주시 재활용쓰레기 처리 안내문

 

 

피해는 시민 몫

 

현재 청주시는 쓰레기 수거를 사인간의 거래로 단정하고 있다. 5월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자 공동주택에 공문을 보내, 업체들의 사정이 어려우니 공동주택 측에서 수거 거래 비용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공동주택 입장에서도 입주민과의 관계, 아파트 관리예산의 사용 등을 이유로 계약 수정을 꺼리는 곳도 많다.

그런 가운데 지자체에서는 거래 변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내놓지 못했다. 상당구의 한 아파트 소장은 “가격을 얼마 낮추라는 기준이 없었다. 언제까지 기간도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 업체들이 망해서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으면 주민들로부터 욕먹는 것은 관리사무소다. 결국 지난 5월 중순경에 다시 계약을 했지만 기간과 금액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도 입주자 대표들은 언제 정상화되냐며 압박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수거업체에서는 “공동주택에서 쓰레기 수거해 단독주택 인근 큰길가에 놓으면 버리는 것은 청주시 책임이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수거의 최종 책임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점점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가는데 대안은 없다.

최악의 경우에 지자체가 모든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 청주시는 수거할 능력,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 공공선별장도 한곳에 불과하고 증축계획이 있지만 청주시 공동주택 전체량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8월 쓰레기 대란을 예고한다. 업체들이 멈추면 수거책임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재활용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결국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자행될 불법소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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