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시대, 인적 물갈이가 지역 변화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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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시대, 인적 물갈이가 지역 변화의 관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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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여론 지배한 그 나물에 그 밥은 안 돼”
도지사가 바뀌어도 주변 인물은 그 사람이 그 사람
“도정 인수위 인맥 보면 정 당선자 성공여부 드러날 것


   
▲ 정우택 도지사 당선자 / 사진=육성준 기자
정우택 충북도지사 당선자에 쏠리는 가장 큰 기대감은 ‘변화’이다. 본인도 당선 후 이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굳이 전임자의 공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변화에 대한 욕구는 오래전부터 많은 도민들이 공감해 온 것이다. 정 당선자는 이와 관련, 최근 당선 인사차 도내 각급 기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 의중의 일단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그는 “과거 경제 부처 근무에 이어 해양수산부장관까지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행정조직의 생리를 잘 안다. 무조건 변화시키고 바꾼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조직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개혁과 변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반드시 이루겠다. 이것이 도민들이 나를 선택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에게 너무 큰 것, 큰 변화만을 바라면 곤란하다.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정우택 당선자는 본인 뜻과는 상관없이 숙명적으로 도민들로부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는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10년이나 지속된 이원종체제에 대한 정서적 피로증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정당선자가 지역 관료사회와 무관했던 50대 소장파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민선 지방자치 실시 이후 도내 최초 정치인 출신 도백이라는 이유 때문에도 정당선자와 변화의 상관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도지사가 바뀜으로써 도정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업무의 원활한 인수와 조직진단을 위해 인수위를 가동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한 정 당선자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당장 도청 내부는 물론 도의 외곽 조직인 출연 및 산하 기관 책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게 됐다. 정 당선자는 도청 공조직에 대해선 “업무의 효율성과 실제적 기능을 따지겠다”는 뜻을 밝혔고, 도 출연기관과 관련해선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또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서류보고가 아닌 현지 실사라도 통해 확인하고 싶다. 이는 세금을 꼬박 꼬박 내는 도민들에 대한 지사의 의무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이와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해 준다”고 말해 본인의 의지가 확고함을 시사했다.

특히 지방공기업 성격인 도 출연 및 산하 기관 책임자들은 ‘정우택 시대’의 제 1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도표 참조) 그동안 충북도는 지방공기업의 인사와 관련해 ‘조직관리는 행정을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하고 도와의 관계도 원활해야 한다’는 소위 ’기능성‘을 내세워 퇴직 공무원들에게 이 자리를 맡겼고, 이 때문에 도지사의 논공행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 당선자는 이들 자리를 기구나 기관의 성격에 맞는 전문가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당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우택 시대의 도래와 관련해 정작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변화는 충북도청이라는 공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젠 지역사회의 여론 리더층이나 자칭 중심 인물들이 대폭 물갈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정 인수위 구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관계자는 “사실 정우택 당선자는 젊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것 못지 않게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당장 청주지역에 학연이나 특별한 인맥관계가 없다는 게 앞으로 본인의 소신을 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사람을 쓰는데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흠집이 없는 새로운 사람을 중용하고 이미 여기저기 몸담았던 묵은 사람과는 거리를 뒀으면 한다. 그동안 지역 여론과 각종 역할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물갈이 돼야 비로소 도민들이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그들의 업적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젠 그들 스스로 물러날 때가 됐다. 무슨 일만 생기면 결국 똑같은 사람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을 더 이상 안 봤으면 한다. 아마 조만간 발표될 인수위원회 명단을 보면 정 당선자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우택 시대의 도래를 지역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은 동기부여가 안 됐지만, 정당선자의 등장으로 확실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전문직 종사자는 취임 초기가 중요하다며 다음과같이 지적했다. “솔직히 나는 지난 선거 때 정 당선자가 아닌 상대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전반적 분위기를 바꾸는데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지역사회의 상호 불신감이다. 지역에 어른이 없다거나, 잘 난 사람들은 해바라기처럼 양지만 찾아다닌다는 말도 결국 상호 불신감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역에 무슨 현안이라도 생기면 몇몇 사람들이 앞장서 활동을 벌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뒤에서 손가락질을 한다. 그럴만한 능력이나 자질도 없는데 설친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 중 몇몇은 내가 봐도 문제가 있다. 지역 사회로부터 신망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서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사건건 이런 피해의식으로 지역사회를 바라 보는 것은 더 나쁘다. 지역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데엔 도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2선으로 물러날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면 그만이지만 안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우택 당선자가 임기 초부터 주변 관리를 잘 해야 하고 사람들을 잘 골라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치인 출신 50대 도백의 출현과 함께 지역 사회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여론을 도지사의 책임, 역할론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예상 외로 많다. 도지사가 누구와 가까이 하고 누구를 옹호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주 명쾌한 답변을 내렸다.

그는 “지금 충북을 지배하는 논리는 20년 전과 똑같다. 여론형성에 있어 지역사회 특히 청주권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이들이 알게 모르게 견고한 인맥관계를 형성하며 정보를 독점해 왔다. 그러다보니 신진세력들은 항상 뒤로 밀렸고, 지역 사회 자체가 노쇠화된 것이다. 팔팔한 4, 50대는 나서기가 아니꼽다며 뒤로 숨는 대신 6, 70대 심지어 80대가 지역 현안을 좌지우지했다. 정우택 당선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려야 한다. 더 한심한 것은 도지사 주변에 몰리는 사람들이다. 과거 주병덕지사 시절 측근이던 사람들이 이원종지사 때도 얼씬 거렸다. 이들이 다시 정우택 당선자의 주변을 맴돈다면 무슨 변화니 개혁이니 하는 것은 초장부터 물건너가게 된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사람들도 바뀐다. 마찬가지로 도지사가 바뀌면 그 주변의 핵심 인물들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충북은 이런 점에 있어 너무 무감각했다. 항상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덮어진 것이다. 정 당선자가 성공한 도지사로 남으려면 이런 것부터 제대로 통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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