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획사들의 도박 그것은 “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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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획사들의 도박 그것은 “한 건”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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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기획사들도 안달이 난다. 마땅한 후보를 택해 당선까지 시키면 앞날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계도 요즘 고민이 많다.
선거철에 특수를 누리는 업종이 있다면 바로 선거기획이다. 이들 선거기획 혹은 대행사들의 수주전이 요즘 뜨겁다. 이 때즘이면 후보들 역시 각종 아이디어를 창출할 ‘장자방’을 찾기 위해 안달인데, 돈만 있다면 손쉬운 거래처가 바로 기획사인 셈이다. 이들 기획사들이 갖은 연줄을 동원,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판세는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일부 규모화된 기획사들이 자치단체장 후보, 이른바 ‘대어’를 낚는 틈바구니에서 잡고기라도 건지려는 반짝 기획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할 뿐이다. 그러나 후보와 선거기획사들의 짝짓기는 대략 4월까지 계속된다.

규모화된 업체는 극소수

청주권에서 6월 선거를 대비하는 기획사들은 대략 20여개 업체, 이중 제대로 된 프로그램과 인력을 갖춘 선거기획사들은 겨우 열손가락도 다 못 채운다. 열린기획(대표 김남명) 휴먼 씨(〃 박명구) 직지이미지네이션(〃 은경민) 이상커뮤니티(〃 천문수) 미루(〃 이주익) 두손기획(〃 김인규) 정일품(〃 조성민)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외에 대부분은 달랑 직원 한 두명이 움직이는 소규모이고 때문에 선거기획도 홍보물 인쇄 등 단순 작업에 그칠 조짐이다. 일부 언론사와 벤처업체들도 반짝 특수를 노리고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한 특정 후보의 선거기획에 뛰어들 태세다. 열린기획은 괴산군수 보궐선거 때 선거기획을 맡아 당선자(김문배)를 낸 전력이 있고, 휴먼씨는 나기정 청주시장이 고정 고객이자 지난번 선거에선 이원종지사를 부분적으로 도와 성과를 거뒀다. 이상커뮤니티는 지난 15대 총선 때 구천서 전의원을 고객으로 맞아 들여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다.

한철 장사는 옛말 경쟁치열

그러나 6월 선거를 바라 보는 도내 기획사들의 분위기는 무겁다. 업계의 거품이 급격히 빠진데다 선거전이 단순구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예전처럼 장사가 안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기획사들의 선거 특수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지난번 민선 2기 선거 때만해도 선거기획은 아주 특수한 분야로 인식됐고, 용역비도 넉넉했다. 요즘은 경쟁 업체도 많아진데다 후보들이 기획사의 내막을 뻔히 알고 있어 소위 후려치기를 못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신히 부문별 용역을 맡는 게 고작이다. 선거전이 너무 뻔한 구도로 진행되는 것도 업계의 입장에선 우려스럽다.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야 기획사들도 아직 때묻지 않은 고객들을 확보, 이른바 장사를 할 수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 당장 도지사 선거에선 이원종 타령 뿐이고, 청주시장선거도 이미 모두 드러난 인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이들은 기획사 보다는 자체 참모진이나 측근들에게 더 의지한다.” 요즘의 분위기를 “이삭 줍기도 힘들다”고 표현한 이 관계자는 “소위 떳다방들이 한철 잘 해 먹던 시절은 지났다”고 단정했다.

선거 끝나면 계약관계 물거품

만약 후보와 기획사간에 턴키(일괄발주) 형식의 용역계약이 이뤄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선거기획 전체를 맡을 경우 그 용역비는 많게는 1억원, 적게는 기천만원 대(자치단체장 기준)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확한 금액은 후보 당사자와 기획사의 대표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다. 둘간의 관계는 지속적인 경우가 많다. 서로간 정보와 비밀 관리 차원에서다. 이것이 깨지면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15대 총선 때 있었던 청주 상당의 모 정치인과 J 기획사간의 법정 다툼이 대표적 사례다. 용역비의 정산은 대개 계약금(30%) 중도금(30%) 잔금(40%) 형식으로 결제된다. 이런 경우는 투표날 전에 잔금까지 모두 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건 업계의 불문율이다. “돈을 다 못 받으면 선거가 끝난 후 받아낼 방법이 없다. 후보가 낙방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설령 당선되더라도 마찬가지다. 향후 사업관계(?) 때문에 당선자에게 감히 손을 내밀 수가 없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용역비 계산을 달리 하는 경우는 우선 전체의 70%를 선금으로 땡기고 나머지 30%는 나중에 성과급으로 받는 방법이 있다. 성과급 30%는 해당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건네지는 돈으로, 사실상 보장이 안 된다. 때문에 선금 70%는 적당 규모의 수익까지 감안된 수치다.
기획사들이 많아지면서 서로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동종 업계에 종사하면서도 경쟁업체 관계자들과의 자리는 가급적 피한다. 용역이나 각종 사업의 수주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교환 역시 금기시되는 되는 것이다. 최근 모 선두업체에 대한 사정당국의 내사설이 나도는 것도 업계에선 경쟁업체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의심할 정도다.
/ 한덕현 기자


당선 이후의 반대급부가 “문제”
특정 기획사, 자치단체 사업 독점 구설수

선거기획사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면 둘간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당 기획사엔 당선 이후의 반대급부가 배타적으로 주어진다. 업계에선 이를 ‘한 건’으로 표현한다.
전국적으로 이런 유착관계가 여러번 문제화됐고 일부는 사법처리까지 받았다. 대부분 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자치단체의 인쇄물을 독점한다든지 혹은 행사 등 각종 사업에 단골로 참여한다는 것 등이 민선 지방자치 이후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잡음들이다. 특정 기획사가 인쇄물이나 사업을 독식하는 과정엔 물론 자신들이 당선에 기여한 해당 자치단체장의 입김이 작용한다. 업계에선 이런 반대급부를 통해 문제의 자치단체장이 비자금을 확보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도내의 사정도 이런 것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한 관계자는 “특정 자치단체장과 기획사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좀체로 거래를 끊기가 쉽지 않다. 서로 비밀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계유지가 상호간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둘간의 관계는 철저한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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