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볍게 처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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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게 처신한 사람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0.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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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동상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안됐다. 그래서 또 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충북도와 충북도의회의 결탁과 분열과정을 보면 참으로 우습다. 두 기관이 한 때는 동상을 철거하기로 약속하고 ‘충북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문구까지도 상의하던 관계였으나 사이가 갈라지자 분위기가 급랭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이상식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7)간 있었던 얘기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은 청남대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처리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내란반란죄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각각 받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청남대에서 몰아내기 위해 동상 철거를 요청했을 때 이 지사는 보다 폭넓은 도민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 이 지사는 충북 5·18관련 단체가 ‘동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상위법인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하자 믿었다고 한다. 실제는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식 의원도 이 지사 말을 듣고 조례안 제정에 나서기 전 여론을 들어보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그는 지난 23일 있었던 도의회 5분발언에서 본인 스스로 ‘충북도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도의원’이라고 지칭했으나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이 지사와 이 의원은 몇 개월만에 후딱 전·노 동상을 철거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 눈 앞에서 없애려고 했다. 전체 도의원 31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27명이니 조례안이 간단하게 통과될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더욱이 이 조례안에 발의한 도의원이 25명이었다. 나중에 보니 자세한 내용도 모르면서 같은 당 의원이 부탁하니 사인한 사람이 수두룩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지만 이는 다수당의 오만이었다.

철거반대 단체가 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뒤늦게 연 토론회에서 철거반대 여론이 높자 상황은 급변했다. 이 지사는 담당 상임위인 행정문화위원회에 이 조례안이 원안 통과되면 부담되니 수정안을 논의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행정문화위 의원들도 이 지사 생각과 별개로 좀 더 심사숙고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조례안은 이번에 상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의원은 이 지사에게 의원을 기망하고 의회를 경시했다며 도민들에게 공개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결국 이 지사나 이 의원, 충북 5·18관련 단체 모두 너무 가볍게 처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북도는 이 의원에게 수정안을 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하자 직접 행정문화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의회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11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룰 예정이다. 전·노 동상에 대한 도민 다수의 의견은 철거하지 말고 두 사람의 과오를 정확하게 동상에 표기해주자는 것이다. 없애면 오히려 두 사람의 과오를 망각하거나 알지 못하니 기록으로 남겨 역사에 전하자는 얘기다. 결론을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분위기를 볼 때는 이런 방법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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