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역사문화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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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역사문화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3.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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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백제‧신라의 융합된 문화적 자산 인정 못 받나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중원’ 생략돼

충청북도는 1980년대부터 중원역사문화권으로 분류됐다. 중원역사문화권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서해로 나가는 한강 본류와 연결되는 물길 교통로를 따라 형성됐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그리고 경기도를 잇는 주요 내륙 교통로가 있는 중원 지역에 형성된 역사문화권이다.

또 중원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는 충주는 주변에 철광산이 많고 남한강 수계를 이용한 수로가 일찍부터 발달해 고대 국가의 성립기부터 마한과 백제가 철을 생산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5~6세기에는 삼국이 중원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는데, 고구려의 국원성(國原城)을 거쳐 신라 진흥왕 18(557)에는 국원소경(國原小京)이 설치되었고, 통일신라 경덕왕 16(757)에는 중원경(中原京)으로 개편됐다.

중원지역의 역사문화권은 마한과 백제, 고구려, 신라 간의 치열한 격전의 역사와 그 전개과정 속에서 고대 여러 국가의 문화가 융합되어 남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원문화권이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올해 610일부터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될 예정인데 여기에 중원문화권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역사문화권이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형·무형 유산의 생산 및 축적을 통해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발전시켜 온 권역을 말한다. 새롭게 시행되는 법에선 전국을 고구려역사문화권, 백제역사문화권, 신라역사문화권, 가야역사문화권, 마한역사문화권, 탐라역사문화권으로 나눈다.

그러면 중원문화권을 대표했던 충청북도는 이제 고구려역사문화권에 편입되게 된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안 충청북도와 학계, 그리고 도종환 국회의원(민주당청주흥덕)이 나서 다시 중원역사권이 역사문화권에 편입되는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1월에 내놓았다.

 

지난 3월 16일 ‘중원역사문화원의 설정과 활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성정용 충북대 교수, 양시은 충북대 교수, 문재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장, 이순자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제가 있었다. /사진=도종환의원실 제공
지난 3월 16일 ‘중원역사문화원의 설정과 활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성정용 충북대 교수, 양시은 충북대 교수, 문재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장, 이순자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제가 있었다. /사진=도종환의원실 제공

 

다시 바꾸자! 토론회 열려

 

지난 316중원역사문화원의 설정과 활용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성정용 충북대 교수, 양시은 충북대 교수, 문재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장, 이순자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제가 있었다.

도종환 의원은 지금까지 한반도 역사를 고구려, 백제, 신라를 중심으로 인식한 결과 충북일원의 중원역사문화권에 대한 고고학적역사문화적 가치를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한반도의 역사를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대국가 중심의 시야에서 각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문화권과 그 문화권별 문화유산을 연구·조사하고 발굴·복원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게 된다. 또 별도의 역사문화권 별 통합재단을 꾸려 정비부터 정책개발, 관광자원화까지 사업을 진행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 가야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한 역사학자는 정부가 가야를 부각시킨 것은 영·호남이 손잡고 나갈 수 있는 토대라고 봤기 때문이다. 가야문화권에 대한 예산지원이 쏠리다보니 경상북도, 경상남도 각 시군 지자체 단체장들은 연합체를 구성하고 관련회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충북도를 제외한 도내 다른 시군 단체장들을 이에 대해 관심이 없다. 중원역사문화권이 사라질 위기에 대해 청주시장, 충주시장 등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양시은 충북대 교수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국가중심 체제의 역사문화권이라면 마한과 탐라는 지역 내 고유의 역사문화를 발전시킨 곳으로 볼 수 있다. 가야 또한 국가 보다는 연맹체 개념으로 봐야 한다. 중원의 문화는 삼국의 역사들이 통합되고 융합된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미 80~90년대 국토균형발전계획을 세울 때 5대문화권으로 정의하고 정비사업을 벌였다. 갑자기 빠진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1981년부터 국토종합정비계획엔 중원문화권이 포함됐다. 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의 충청북도 지역별 발전 방향에 따르면, 중원문화권과 충청 유교문화권 등의 고유 자산을 집중 발굴하여 확대함으로써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문화,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표가 이미 나와 있기도 하다.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5대 또는 7대 문화권에 중원문화권을 포함시켜 주요 유적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왔다. 5대 문화권은 백제, 신라, 중원, 가야, 영산강유역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2007년 산하기관으로 충주에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역사문화권을 재정비하면서 하루아침에 중원문화가 삭제되는 것은 관련 연구학자들에게는 참담한 사건이다.

길경택 전 예성문화연구회장은 “80년대 초반 중원의 개념이 학계에서 정의됐는데 40년이 지나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에 대해 논의가 제대로 있었나. 충북이 고구려 문화권에 속하는 것은 애매하다. 정치적인 힘이 약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건지 너무나 답답하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몇몇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과정도 알 길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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