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거리’라 불렸던 청주 안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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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거리’라 불렸던 청주 안덕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4.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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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년 청주대 중국 유학생 최대 2000명, 중국식당·식품점 등 생겨
지금은 중국인거리도 예술의거리도 아냐…청주문화제조창 있어도 특색없어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의 안덕벌거리 모습. 오른쪽에 중국식당과 식품점이 보인다.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의 안덕벌거리 모습. 오른쪽에 중국식당과 식품점이 보인다.

지금은 다문화시대
청주 옛 중국인거리

충북도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 중에는 중국인이 가장 많다. 그 중 중국 유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청주문화제조창에서 청주대 예술대로 올라가는 안덕벌이 한 때는 중국인거리,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렸다. 안덕벌은 덕벌의 안쪽이라는 의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에 속한다.

중국인거리는 청주대에 유학온 중국 학생들이 많았을 때 시민들이 부르던 이름이다. 2012~2013년 청주대 중국 유학생들이 최대 2000명까지 된 적이 있었다. 이 때가 가장 많았다. 중국 유학생들이 예술대 근처의 외국인기숙사를 채우고 인근 원룸에 살자 거리에는 자연스레 이들을 위한 중국식당, 중국식품점, 미용실, 화장품가게 등이 들어섰다.

안덕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중국 학생들이 많았던 때에는 메뉴판에 한국어와 중국어 두 가지로 표기를 했다. 그 정도 되다보니 이 학생들을 위한 중국식당과 식품점이 생겼다. 지금은 언제 그랬나싶게 중국 학생들이 줄었고 중국 식당도 거의 없어졌다. 남은 학생들마저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 본국으로 많이 돌아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격세지감, 중국식당 몇 개 고작

지금 안덕벌에 가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중국식당과 중국식품점이 몇 개 남았을 뿐 중국인거리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청주문화제조창에서 청주대 예술대까지 걸어 올라가 보면 식당, 편의점, 카페, 마트 등이 죽 늘어서 있지 통일된 이미지는 없다. 문화예술의 감성 또한 느낄 수 없다.

지금 이 곳에는 청주문화제조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동부창고, 청주대 예술대 등이 있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에 관한 주요 기관과 대학, 미술관, 공간이 모여 있고 2년에 한 번씩 문화제조창 일원에서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하지만 청주시민들은 안덕벌 거리에서 문화예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0년부터 청주대는 학령인구 감소대책으로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청주대가 발빠르게 이 쪽으로 눈을 돌려 중국 유학생들을 받아 들였다. 그러면서 외국인학생 기숙사, 외국인교수 기숙사, 어학센터, 식당, 강의실 등이 모여있는 인터내셔널 빌리지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전부 중국 학생들이었고 2017년 이후 베트남 유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주대는 충북도내 대학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적극적으로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했다. 지금은 충북대도 중국·베트남 학생 유치전에 가세했다. 언제부터인가 수도권 대학들도 이들 학생들을 유치한다. 이렇게 많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청주대의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청주대에 따르면 19일 현재 중국 유학생 수는 580여명, 베트남 유학생 수는 120여명이다.

청주대의 중국 유학생 유치로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자 충북도는 축제를 기획했다. 중국인유학생 페스티벌이다. 지난 2010년 첫 회를 시작한 축제는 올해 9월 10~12일 제10회 행사를 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취소했다. 처음에는 밀레니엄타운에서 했지만 지금은 청주대 협조를 받아 청주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충북도 관계자는 “당초에는 적은 예산으로 시작했지만 3회 때부터 8~10억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전국의 중국 유학생들이 찾아온다. 다양한 한류체험과 K-POP 공연, 취업의 기회를 열어주는 취업박람회, 재능과 열정을 뽐낼 수 있는 경연대회와 체육대회를 통해 충북과 중국이 화합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축제”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온·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소규모 다회성 행사로 치러지며 중국인외 다른 나라 유학생들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행사 이름도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가 됐다. 충북대·청주대를 비롯한 도내 전체 중국 유학생이 약 2000명, 베트남 유학생이 약 1000명 정도 되자 참여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유학생들이 더 증가할지 아니면 감소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증가한다면 이런 행사가 활성화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연스레 변화가 생길 것이다.
 

안덕벌거리 모습
안덕벌거리 모습

 

문화예술 기관 있으나 분위기 살리지 못해

안덕벌은 나름 의미있는 동네다. 지금은 청주문화제조창 본관이라 불리는 옛 연초제조창이 있었다. 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연초제조창으로 문을 연 이 곳은 한 때 2000여명의 근로자가 연간 100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했다.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며 청주를 대표하는 산업시설 이었지만 경영난 때문에 2004년 문을 닫았다. 이후 이 담배공장을 보존했고 일대에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들어섰다. 동네 곳곳에는 오래된 골목과 언덕도 그대로 있다. 그럼에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내덕7거리 입구~청주대 예술대에서 안덕벌 예술의거리 상권활성화사업을 진행했다. 6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 내용은 가로등 및 인도정비, 쉼터조성, 둘레길 인도정비, 마을기업 안덕벌공간 건립, 내덕자연시장 주차장 조성 등이었다. 상권활성화에 방점을 찍다보니 환경정비에 치중한 사업이 됐다.

한 문화예술인은 “안덕벌에 식재료는 있으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초중고와 대학이 있고, 청주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일하는 문화예술진흥재단이 있다. 청주대는 예술대를 가진 드문 학교다. 그럼에도 안덕벌을 특색있는 동네로 가꾸지 못한다. 컨텐츠가 쌓여서 거리가 되는 것인데 지금은 아무 것도 보여줄 게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안덕벌은 중국인거리도 아니고 예술의거리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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