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닮은 ‘미얀마의 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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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닮은 ‘미얀마의 봄’을 기원하며
  • 충청리뷰
  • 승인 2021.05.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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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에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7000여 건의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올해 2월 1일 쿠데타를 단행하였습니다. 이후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인 유혈진압으로 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거리에서 다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5월 2일까지 군경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만 759명에 달합니다. 쿠데타 이후 4,500여 명이 체포되었고, 이 가운데 3,500여 명이 여전히 구금되어 있습니다.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은 25만 명에 가까운 미얀마 국민들이 난민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미얀마 군부는 무차별 총격에 박격포, 중화기까지 동원해 전쟁을 치르듯 시민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꺼내기도 하고, 체포당하고 고문당한 시위대의 모습을 공개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맨 몸의 시위대를 붙잡아 무릎꿇려 사정없이 발길질하고, 아무런 경고도 없이 시민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진압 군인들. 이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들까지 미얀마의 모습에서 40여 년 전 광주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에 더 큰 응원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 그리고 충북도의회까지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5.18이라는 피를 먹고 성장했습니다. 5.18 관련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 등 총 7,200여 명에 이릅니다. 1980년 5월, 국민들은 당시의 독재 정권과 맞서 싸워 완전한 승리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4.19 혁명에서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운동의 거세찬 열망은 비로소 국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대통령 직선제'를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걸친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힘은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민주주의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면 언제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5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통해 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 같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며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 봤던 뉴스 한편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보수 유튜버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5.18 기념식에 즈음해서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5·18유공자 명단은 다른 국가유공자처럼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개가 금지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수유튜버들은 유공자 명단에 폭도(?)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도 이들은 광주 도심에서 집회를 열며 5.18 민주항쟁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향한 싸움이 온전히 승리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는 우리에게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엄연한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하고 그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80년대 광주를 폭동으로 비하하고 희생자들을 폭도로 폄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작년 12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비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일명 ‘5·18 왜곡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곧 5.18 민주항쟁 41주년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이 온전한 승리이기를 기원합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이 시위 단계를 넘어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미얀마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민주주의를 쟁취하여 전 세계 민주주의에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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