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에 노폐물 쌓이는 ‘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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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내에 노폐물 쌓이는 ‘담적’
  • 충청리뷰
  • 승인 2021.05.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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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걱정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 식습관 개선 반드시 필요

 

박 선생님은 50대 후반의 남성으로 ‘담적’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스스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졌지만 깎지 않은 수염과 마른 피부에서 벌써 피로감이 묻어났다. 젊어서는 운동도 좋아하고 음식도 못 먹는 게 없어 건강만은 자부했다고 한다.

그는 작은 슈퍼를 운영하다 손님이 줄어 편의점으로 바꿨는데, 편의점이 고객들은 편리해도 운영자는 24시간 쉼 없이 일해야 하는 전혀 편치 못한 구조였다.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입맛이 없고 자주 체하기 시작하더니 살이 쭉쭉 빠지더란다. 너무 과로했구나 하는 후회를 하고, 없는 시간에 운동도 짬짬이 하면서 겨우겨우 체력을 회복하고 있었는데, 50대에 갑자기 늦둥이가 생겨버렸다. 육아까지 돕는 게 기쁜 일이긴 하나 밤샘일과 함께 하니 다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조금이나마 시간여유를 만들고자 편의점을 접고 곱창집을 열었다. 체중이 돌아오고 몸이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이번엔 코로나가 왔다. 배달하는 식당은 그나마 된다던데 곱창은 매장에서 신선한 걸 바로 구워줘야 하는 장사라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매출은 반 토막이 나고 직원들도 하나둘 그만두게 해야 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체중도 다시 십 수 킬로 빠졌고,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고, 항상 목에는 뭔가 꽉 찬 것 같고, 뭔가 먹으면 바로 미식거리고, 물 한 모금 넘기기조차 힘들어졌다. 이젠 이렇게 살면 뭐하나 하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담음이 가슴으로 올라가면 답답
‘담적(痰積)’은 가래와 같은 인체 내의 노폐물인 ‘담음(痰飮)이 쌓여(積) 있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소화기의 순환이 좋지 못하거나 폐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고, 신장에서 잘 배출되지 못해 오래 머물게 되면 몸에 쌓여 병을 만든다. 동의보감에서는 잘 모르는 질환의 80-90%는 담음과 연관되었다 할 정도로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된다.

 

또 노폐물인 담음이 복부에 쌓여 있으면 소화가 안 되고, 미식거리며, 장에서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잘나고, 설사나 변비가 왔다 갔다 한다. 담음이 가슴으로 올라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 항상 들게 되며, 심하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 머리로 올라가면 머리가 무겁고, 자주 어지럽고, 얼굴이 붓기도 하며, 오래되면 중풍이나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지나 몸통 이곳저곳이 갑자기 뜨끔하며 쑤시는 ‘담이 들었다’는 증상도 이 담음과 연관되어 있고, 오래되면 부종이나 관절의 만성적인 염증, 비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있어도 특별하게 확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머리에 CT나 MRI를 찍어도, 목과 위장에 내시경을 해도, 복부나 팔다리에 초음파를 해도 특별히 조직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신경성’이란 말만 듣고 그저 막연히 절로 좋아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박 선생님과 같은 담적의 증상은 원래 소화기가 좋지 못한 체질에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기의 순환이 좋지 못해 담음이 생기고, 그것이 오래되어 소화기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불안상태까지 나타난 경우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라
담적을 치료하는데 마음과 몸을 잘 다스리는 것이 약을 쓰는 것만큼 중요한다. 스트레스 관리에 대하여 처음으로 하는 조언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나누라는 것이다.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에도 너무 많은 마음을 쓰면 스트레스만 커질 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외부 환경은 신경쓰나 안쓰나 결과는 같으니 에너지를 아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신경을 집중해보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담적’이 생기는 원인중 중요한 한 가지가 좋지 못한 식습관이다. ‘담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맵고, 달고, 기름진 음식과 각종 첨가제와 보존제가 많이 들어간 인스턴트식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30-30-30’이라고, 한번 입에 넣으면 30번 씹고, 30분 동안 천천히 식사하고, 30분 정도 천천히 산책하는 식사와 운동을 권한다. 이런 습관은 같은 음식이라도 영양분은 더욱 잘 흡수하고, 노폐물은 더욱 잘 배설되도록 하며,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신경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의 좋은 방법이 된다.

담적의 원인이 되는 지나친 걱정을 줄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규칙적인 생활로 버티면 우리 몸의 담적은 잘 없어지게 된다. 담적을 치료하는 한약으로는 천남성과(科) 끼무릇의 뿌리열매인 ‘반하(半夏)’라는 약재를 꼭 사용한다. 약의 이름이 반하인 것은 ‘여름(夏)의 절반(半)’ 인 5-6월에 생산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스트레스로 뭉쳐진 ‘담적’을 청소해주는 반하가 생산되는 이번 초여름이 지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들도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동완 청주 동의보감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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