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에는 '현대미술관 청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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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에는 '현대미술관 청주'가 있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6.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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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이건희 미술관’ 유치운동…김칫국부터 마시는 격
청주는 수장고 갖춘 현대미술관 있어 유리, 수장고 확장계획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의 개방 수장고. 사진/ 육성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의 개방 수장고. 사진/ 육성준 기자

 

이건희 컬렉션과 청주
청주시의 장점

 

“이건희 미술관 용인추진위 출범, 세종시에 이건희 미술관을. 이건희 미술관 유치 위해 의령군과 진주시 손잡았다, 경남도의회 이건희 미술관 설립촉구 대정부건의안 추진, 대구시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 2500억원 전액 부담 계획,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유력, 수도권 건립 결사반대, 이건희 미술관 대신 서울 송현동에 국립근대미술관 짓자.”

지난 4월 28일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후 쏟아져나온 언론보도다. 전국이 이렇게 과열양상을 보이자 문체부는 6월 안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방침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황희 문체부장관은 기증 당일 기자회견에서 미술관 및 수장고 신설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고인과 유족의 훌륭한 뜻이 한국을 찾는 관광객과 많은 사람에게 공감되고 향유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기증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유족들의 기증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건희 컬렉션에 전국민 화들짝
 

삼성가가 이번에 기증한 작품은 청동기시대 유물부터 서지류, 회화, 도자, 석조, 목가구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근대미술, 한국근대미술,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약 2만5000년의 역사를 담은 방대한 양이라고 한다. 이를 연구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귀중한 문화유산 임에는 틀림없다.

그 중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품 1400여 점을 받았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제목만 알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온국민들이 놀랐다.

이제 관건은 미술관 건립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이다. 현재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 그래서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건희미술관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문체부가 공식적으로 공모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나 지자체장들의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국회의원(청주흥덕·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故 이건희 회장이 ‘미술관 짓지마라. 단 화가의 고향에 작품 몇 점 보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화가의 고향은 물론이고 지자체마다 미술관 유치운동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화가의 고향이란 이 회장이 수집한 작품의 작가를 말하는 것이다.

청주시는 이 회장 유족들이 미술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미술관이 작품을 받으면 수장고가 있는 청주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주 미술관은 과천의 현대미술관 수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안으로 마련됐다. 특히 이 곳은 수장·연구·보존·전시 기능을 갖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과 도종환 의원은 “이런 점에서 청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 확장 추진중
 

이와 별도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청주시에 수장고 확장을 요청했다. 청주시에 수장고가 더 생기면 그 만큼 작품을 많이 보유하게 되므로 청주시로서는 좋은 일이다. 시 관계자는 “작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측에서 청주시에 협조요청을 했다. 우리가 부지를 마련하면 미술관 측에서 건물을 짓겠다고 한다. 우리도 이에 적극 협조하는 중이다. 내년에 타당성조사 연구용역부터 시작하면 완공까지 2~3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의 이건희 미술관과 관계없이 국립현대미술관과 청주시 양 측간에 수장고 확장 문제를 논의했고 현재 추진 중이라는 얘기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수장고 확장업무를 추진하면서 문체부가 이건희 미술관 문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켜본 뒤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문체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청주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2016년 6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다 중단한 바 있다. 지자체간 유치경쟁 과열로 갈등과 혼란이 야기돼 무기한 중단한다더니 2년여 후 서울 은평구로 결정했다. 문학관 설립 공모가 시작되자 전국 24개 지자체들은 서로 달라며 과열양상을 빚었다. 충북에서는 청주시와 옥천군이 신청했다. 이 곳은 우리나라 문학유산과 자료를 체계적·전문적으로 수집·복원해 보여주는 곳이다. 덮어놓고 너도 나도 신청하는 지자체나 싸움 붙여놓고 갑자기 중단시키는 문체부나 모두 문제가 있다.

이건희 미술관과 관련해서는 10여개 지자체가 요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항간에서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때처럼 문체부가 모든 것을 ‘스톱’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미술인들은 미술관부터 짓고 나중에 내용을 채우는 우리나라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차분히 생각해보자고 문체부에 쓴소리를 한다. 지난해 기준 공립미술관이 전국에 72개인데 하드웨어만 있고 콘텐츠는 없는 곳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컬렉션이 갑자기 쏟아졌지만 어떻게 1~2개월 만에 미술관 건립을 결정하느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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