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국력을 보여준 미술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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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국력을 보여준 미술계 사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6.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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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미술품과 근대미술품 대거 모은 유별난 ‘명품사랑’
근대 미술관 통해 미술사적 의미 및 가치 재정립 필요

이건희 컬렉션과 청주
기증 작품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모은 2만점 넘는 미술 명품을 국가에 전격 기증한 것은 미술계의 큰 사건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한 가문이 여러 대에 수집한 명품들을 한꺼번에 국가에 내놓은 것으로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기증품 내역이 공개되자 지자체마다 사활을 건 이건희 컬렉션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이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문화재와 미술품 23000여 점을 기증받은 뒤 미술관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할 미술관 신설 계획이 이르면 6월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박수근의 1954년 작품 '절구질 하는 여인,130×97cm).
박수근의 1954년 작품 '절구질 하는 여인,130×97cm).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La Lecture'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La Lecture'

 

이건희 컬렉션이라 이름 붙여진 수집품의 실체는 아이러니하게도 200711월 삼성가에서 일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알렸다.

홍라희 당시 리움 관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삼성가 사람들이 2002~2003년 거액의 비자금을 작품으로 세탁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다. 로이 릭턴스타인의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을 비롯한 세계적 대가들의 현대미술품을 무더기 구입했다고 폭로했다. 다음해 특검이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창고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천점의 작품 중 일부가 공개됐다.

이건희 컬렉션은 1970년대 경영수업 시절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청자·고서화에 밝은 부친 이병철 선대 회장과 부르델 조각과 아르데코 공예 애호가였던 장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100×200cm.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100×200cm.
폴 고갱의 무제(Untitled), 1875, 114.5×157.5cm.
폴 고갱의 무제(Untitled), 1875, 114.5×157.5cm.

 

이건희 회장은 서구미술품과 근대미술품으로 컬렉션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프랑스 조각 거장 로댕의 사후 에디션 작품 <지옥의 문>이 생전 제작품과 동급의 예술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회장이 되기도 전인 1984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프랑스 정부 관계자와 담판해 국내에 로댕의 에디션을 처음 들여온 것은 그의 명품사랑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또 스위스 제네바에 본거지를 둔 세계적인 화랑 거상 바이엘러를 통해 마크로스코의 1950~60년대 색면 추상화 구매를 직접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선 근대대가들의 작품을 모아갔다.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등 근대 대가들의 대표작들을 수집했다. 1980년대 말 개관한 호암갤러리와 리움미술관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목록이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됐다.

진익송 충북대 교수는 이건희 컬렉션 자체만으로 우리나라의 국력과 문화적인 힘을 과시할 수 있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이 모마미술관을 세웠고, 휘트니 가문이 휘트니 미술관을 건립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규모이고, 이미 미국 미술계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이 흩어지는 것보다 모마미술관처럼 한 장소에 보여주는 게 낫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수장고 및 보존 처리 인력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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