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돌파구가 될 ‘관계인구’와 ‘생활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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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돌파구가 될 ‘관계인구’와 ‘생활인구’
  • 충청리뷰
  • 승인 2021.11.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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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 수도권 사람과 지역민 인연 맺어 ‘관계인구’ 증가

관계인구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왔다. 봉건시대부터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높았던 일본도 지방 소멸의 우려가 컸다. 지방창생(지방 활성화)을 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는데, 2017년 일본 야마나시현은 야마나시 링키지(관계)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야마나시현의 주민은 아니지만 이 지역을 지지하고, 경제적 공헌이 높으며, 지역에 애착과 귀속의식이 있는 사람을 링키지 인구(관계인구)’라고 정의하고 이 관계인구를 늘리는데 집중했다.

다소 정의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정주인구와 교류인구의 중간쯤으로 관계인구 개념을 사용한다. 주민등록을 옮겨오지 않더라도 지역의 활력에 도움이 되는 인구 정도로 볼 수 있다.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해당 지역 장기 근로자,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 기타 다른 이유로 그 지역을 반복적으로 찾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여행클럽 멤버들이 안동 소목화당에 가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는 모습.
여행클럽 멤버들이 안동 소목화당에 가기 위해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는 모습.

 

여행을 통한 연대가 준 영향

 

올해 우리 정부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인구개념을 도입하고 제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에 정주인구와 구분되는 새로운 인구개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생활인구 개념이 포함되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체류인구 등의 개념으로 쓰던 것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화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과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로 정의된다. 요즘은 통신사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다.

돌이켜보니 여행감독이라는 직업을 창직하고 지방 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답사하며 다녔던 지난 2년 동안 관계인구(혹은 생활인구)로 살아왔다. 지방 답사가 워낙 빈번해서 서울에 있는 시간보다 지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요즘은 스스로 서울에 사는 지방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교통 체계가 서울 중심이어서 서울은 관계인구의 베이스캠프로 최적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한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에 걸쳐서 문어발식 관계인구로 살아오며 관계인구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 구축하고 있는 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여행을 통한 느슨한 연대를 도모하는데 이 일이 결국 관계인구를 늘리는 일이었다. 여행을 가는 수도권 사람과 여행자를 맞이하는 지방사람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맺어졌고 알아서 인연을 키워갔다. 나 역시 서울 사는 지방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나는 강원도 정선군 관계인구다. ‘정선의 홍반장석병기 씨가 어른을 위한 정선 여행법을 기획해 달라며 정선 10박 숙박권을 부여했다.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운영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서 정선 여행법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덕산기계곡의 강기희 작가 서점과 최일순 배우의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한 산적투어를 아직 만들지 못했지만 나는 정선군 관계인구다.

나는 충북 영동군 관계인구다. 코로나19 집합금지로 올해 실현하지 못했지만 영동군에서 와인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러 와이너리를 둘러보았는데 작은 까브가 매력적인 여인성 대표의 여포와인을 와인디너 장소로 정했다.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고 나름 교통의 중심지인 영동은 천혜의 여행지다. 포도가 익어갈 무렵 혹은 술이 익어갈 무렵 꾸준히 영동을 찾을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고재열 여행감독
로컬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고재열 여행감독

 

 

부여·문경·진안 그리고 여수

 

나는 충남 부여군 관계인구다. 부여에는 탁월한 문화기획자 오희영과 고향을 사랑하는 도시재생가 노재정이 있다. 부여에 갈 때마다 그들이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백제 귀족처럼 극진히 챙겨준다. 서울의 그 어느 치킨집보다도 맛난 시골통닭을 사서 마을의 빈집을 개조한 청년별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치맥을 그들과 즐길 수 있는 부여는 나에게 별장도시다.

나는 경북 문경시 관계인구다. 문경에 가면 찻사발 굽는 가마의 온기를 나눠주는 관음요 김선식 명인과 오미자 와인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들려주는 이종기 박사가 있다. 해마다 오미자 수확철인 9월 중순이면 문경을 찾아 오미자술을 담그고 고속도로를 지날 때 문경새재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가나다라브루어리에 걸어가서 여행에서 마실 수제맥주를 사 오기도 한다. 또한 외갓집처럼 드나드는 소목화당이 있고 여기 술창고에서 지인들과 술향기에 젖어들기를 좋아하는 나는 안동시 관계이기도 하다.

나는 전북 진안군 관계인구다. 올 한해 진안군 여러 마을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그들을 위한 멋진 마을 여행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상가막마을에 율무가 익으면 가서 율무비빔밥과 율무인정미를 먹고 마조 마을에 감이 익을 때는 가서 함께 곶감을 깍고 올 것이다. 이현배 장인의 옹기에 따뜻한 음식을 담고 자연이 만들어 준 무대에서 김선이 무용가의 날개짓도 볼 것이다.

나는 전남 여수시 관계인구다. 여수에서는 나만의 여수루틴을 즐긴다. 남도 최고 미식호텔인 이정경 대표의 마띠유호텔을 베이스캠프로 숙박하며 하지수 여수와 대표와 여수 미식 투어를 돌고 정승원 블루요트를 타고 여수 밤바다를 감상한다. 박치호 화백의 스타일리시한 아뜰리에서 제정화 명창의 소리를 들으면 여수루틴은 완성된다. 무인도를 유인도로 바꾸는 강형기 교수의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나는 신안군의 관계인구이기도 하다. / 고재열 여행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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