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한 방에 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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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한 방에 날리기
  • 충청리뷰
  • 승인 2021.12.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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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원인 글로 적기
원인 쪼개서 맞서기
복식호흡 등 도움

토요일 아침 진료실을 방문한 50대 중반의 여성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쏟아져라 크게 뜨고는 놀랐으니 얼른 손가락부터 따달라고 했다. 3일 전, 아파트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리고 연기가 올라와 거주하던 23층 자택에서부터 황망히 계단을 내려오다 연기도 마시고, 넘어지고 굴러 온몸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고, 아파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둘러 손을 따고, 머리에 안정시키는 침구 치료를 하고 치료실 문을 나서는데 문득 다른 치료실에서 흘러나오는 불안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불수능이라는 이번 수능에서 시험을 망치고 나서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 된다는 수험생, 코로나 백신을 맞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다 부스터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고민이라는 어르신, 교통사고 이후로 운전대를 잡기가 두렵다는 대리기사, 침 맞기 무서워 아직도 30분 째 병원 문 앞에서 울고 있는 저 꼬마 야뇨증환자까지 이미 사방에 다양한 불안을 호소하는환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과도한 불안 나타나면 불안장애

불안은 말 그대로 편안하지 않은 정신상태를 말한다. 말 자체에 벌써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위험에 대하여 불안을 느낌으로서 육체와 정신을 비상상태에 대기하게 만들고, 위험이 닥쳤을 때 생존을 위해 즉각 반응하도록 도왔다.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개체들은 자연히 도태되어야 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과도한 불안은 수행력을 떨어뜨리고 개체의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불안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에는 다음번 위기에도 실패의 기억이 다시 불안을 고조시켜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불안이 심해지면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생기고, 얼굴이 붉어진다. 잠을 자지 못하고, 전신이 피로해지고, 소화가 안 되며, 소변이 잦아지기도 한다. 오래되면 사소한 자극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한 감정에 자주 빠진다. 과도한 불안으로 이러한 신체증상이 나타나며, 시험이나 대인관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동반한다면 불안장애로 진단하게 된다.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학적인 치료와 본인의 노력이 모두 중요하다. 예전보다 뇌과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뇌 안에 작용하는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해서 불안을 치료를 한다. 행복호르몬이라고 하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유지하여 항우울제로 불안과 우울함을 달래주거나, 항불안제를 사용하여 즉각적인 불안의 상태를 진정시킨다. 한의학에서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침과 뜸, 한약처방을 사용하여 긴장한 신경을 이완시키고, 체질적인 약점을 보완하여 두통과 심계, 만성 피로와 우울감을 조절한다.

본인의 노력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 불안의 요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극복할 계획을 세우고, 불안의 순간 안정을 찾는 훈련을 해나가야 한다. 첫째로 먼저 뭐가 불안한지 로 적어보는 것이 좋다. 이것은 불안의 요인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글로 써서 불안의 원인이 무언지, 왜 두려워하는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적어보면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시험이 어려우면 어쩌지?”라고 적어 보면, “문제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겠지하고 스스로에게 조금은 쉽게 조언할 수 있다.

 

 

불안할 때 할 수 있는 방법

둘째는 불안의 대상을 쪼개서극복하는 방법이 유용하다. 이것은 불안 요인에 대한 점진적인 노출훈련이다. ‘목표가 커야 성취가 크다고 하지만 현실은 목표가 너무 크면 오히려 불안만 커지는 경우가 많다. 마음만 괴롭고 목표 앞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처음부터 전교 1등 하려고 하지 말고 나보다 1-2등 잘하는 아이보다만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할 때 의욕도 생기고 결과도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셋째는 복식 호흡을 하면 불안한 순간에 도움이 된다. 호흡은 가슴으로 하는 흉식호흡과 배로 하는 복식호흡이 있다. 흉식호흡은 평소에 하는 호흡이라 보면 된다. 복식호흡은 숨을 들여 마실 때는 배를 부풀리고, 내쉴 때 배에 납작하게 조이며 숨을 내 뿜는 방법이다. 복식호흡을 하게 되면 자율신경 중에 신체를 안정시키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불안으로 인한 흥분이 가라앉고 몸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복식호흡 방법은 간단하다. 자세는 눕거나 바른 자세로 앉아서 하면 된다. 숨을 들이 마실 때는 코로 숨을 쉬고 배를 볼록하게 나오게 하며 하나, , , 하며 속으로 숫자를 세며 천천히 들여 마신다. 잠시 1-2초 정도 정지한 이후, 다시 천천히 입이나 코로 하나, , , 숫자를 세며 천천히 내쉬면 된다. 한번 시행하면 3분에서 5분 정도 하루 수회 연습하면 좋다.

꼭 아파트에 불이나지 않아도 불안은 이미 사방에 넘치고 있다. 사람들은 크게는 코로나와 정치, 경제에서 부터 개인적으로는 건강문제, 과도한 기대 등으로 걱정한다. 이런 불안은 생존을 위한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라 불안을 잠재우려 아무리 억눌러도 불안함은 가시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불안한 현재의 마음을 억지로 진정하려고 불안해 하지말자라며 다짐하는 것 보다는 좀 불안해도 괜찮아라고 하며 스스로 위로해주는 것이 불안함을 달래주는 좀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변 가족,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전문인을 찾아가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 좋다.

2차 세계대전, 나치의 포로수용소에서 불안과 절망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견딜 수 있었나에 대하여 서술한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철학자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불안과 걱정으로 삶이 힘들 때, 사람을 견디게 하는 힘은 바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것이다라고. 오늘도 진료실을 찾아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과 이런저런 걱정 근심이 은근히 많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본다. “불안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자체로 이미 충분합니다.”

/ 김동완 청주 동의보감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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