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문화도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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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문화도시’ 유감
  • 충청리뷰
  • 승인 2021.12.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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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강조하면서 동시대성에 대해서는 소홀
다른 기관·단체 사업과 중복, 협업 아쉬워

올해 청주문화도시 영도문화도시 천안문화도시 사업에 한 발짝 걸쳐서 문화도시 사업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를 가졌다. 포항 청주 영도 천안 원주 부천 서귀포, 7개의 지자체가 1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있으니 그 중 절반을 경험한 셈이다. 그 절반을 경험한 소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화도시 사업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문화도시 사업에 대해 찾아보았다.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체계를 갖춘 법정 지정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지역의 대표 콘텐츠를 육성해서, 문화적 도시재생을 도모하고, 법정문화도시를 달성하는 방식이었다. 법정문화도시는 지역자율형(서귀포 포항 청주 영도), 사회문화 중심형(원주 부천). 문화산업 중심형(천안)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도시의 상황에 맞게 사업을 펼쳐나간다는 것이었다.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문화도시

 

2021년 완주군 부평 춘천 강릉 김해가 2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지역 현황을 분석하여 지역의 대표 콘텐츠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도시재생 사업을 시행한 후, 이 맥락을 이어 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문화도시의 로드맵인데, 내가 경험한 곳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문화도시로부터의 호출은 늘 급작스러웠다. 갑자기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기획을 내놓으라하며 다그치는 기분이었다. 자문하거나 컨설팅해야 할 영역이 문화도시 사업의 맨 끝자락에 있어야 할 관광과 여행 개발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일 년 정도 같이 부대껴보니 문화도시 사업에 조금 감이 잡혔다.

박근혜정부를 대표하는 지역문화 사업이 생활문화 지원사업이라면 문재인정부를 대표하는 문화도시 사업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지자체들이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달리고 있다. 5년 간 최대 200억원(국비 100억원, 지방비 100억원)이 지원되는 문화도시 사업은 어느 순간부터 지자체의 자존심 대결장이 되어 중앙의 문화기획자를 스카웃해 준비하는 곳도 많다.

현장에서 부딪치며 정리해 본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소회를 정리해 보았다. 일단 이 사업은 문화예술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 구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지자체에 하드웨어 건축 지원 사업은 많지만 문화예술 기획 예산을 지원해 주는 사업은 별로 없다. 하드웨어는 예산이 넘쳐나는데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이 없으니 지역의 문화예술 시설이 텅텅 빈다. 예산 지원 구조 자체가 중요한 사업이다.

영도문화도시 사업의 여행기획자과정 현장답사
영도문화도시 사업의 여행기획자과정 현장답사

 

 

지역 문화기획자 양성 과제

 

다음은 지역의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화도시 사업의 실행 양상을 보면 대체로 50대 중장년 문화기획자가 키를 잡고 큰 그림을 그리고 3040 문화기획자 그룹이 디테일을 구성하면 20대 활동가들이 사업에 투입된다. 이런 식으로 지역에 문화기획자 그룹이 구축되면 이후 진행되는 사업의 짜임새가 촘촘해질 것이다.

로컬의 문화예술 키워드를 뽑아내는 노력의 계기가 된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서귀포문화도시의 노지문화가 대표적이다. 처음 들었을 때 애매하지만 무슨 뜻인지 궁금한 단어였다. 이런 화두를 던지고 지역의 문화예술 자원을 발굴하고 재해석해서 활용하는 작업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 사업은 로컬을 강조하면서 동시대성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사업은 로컬에서 구체적으로 할지라도 질문은 동시대의 고민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 일례로 목포 괜찮아마을이 박수를 받았던 것은 사업은 로컬에 밀착해서 진행하지만 이 시대 청년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풀이 과정은 지역에서 하지만 문제 자체는 전국의 이슈일 필요가 있다.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지역문화재단, 지역관광공사, 도시재생센터 등과 사업 영역이 많이 겹친다는 점이다. 혹은 이런 사업을 비켜가려니 사업이 너무 지엽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단체간에 상호 협업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주민과의 소통은 중시하면서 정작 기관끼리의 소통은 소홀했다.

다른 중간지원기관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의 민원 완충지대가 되고 있는 모습도 엿보였다. 도시재생센터가 가장 심한데 중간지원기관 실무자들은 공무원을 대신해 민원 총알받이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문화도시 사업에서도 그런 여지가 보여 안타까웠다. 또한 과정에 불필요한 서류가 너무 많아서 고급 기획 인력이 단순 관리 업무에 허덕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주민 참여는 좋은 가치다. 하지만 주민 참여라는 미망에 사로잡혀서 현장 활동가들이 오지 않는 참여자를 기다리고 의욕 없는 참가자를 끌고 가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니 지역의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하고 활동가들이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장 활동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있다.

/ 고재열 여행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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