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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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던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12.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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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귀책사유로 무공천 하나, 중앙당 빨리 결정해야
국민의힘 윤갑근 법적 출마 가능하면 정우택과 혈투 벌어질 듯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 출마 결정 못해, 향후 추이 지켜봐야

 

청주시 지도와 국민의힘 정우택 윤갑근,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인 청주 상당구가 변화무쌍하다. 유권자들은 “정치는 생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고 한마디씩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귀책사유가 있어 후보 공천여부가 관건이고, 국민의힘은 정우택과 윤갑근이라는 전·현직 상당구 당협위원장간 신경전이 화제로 떠올랐다. 정의당의 선택도 궁금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2015년 당헌 96조 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당헌을 개정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그러나 지난 4월 7일 민주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 인해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역시 민주당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인한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가 역풍을 맞았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때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확정된 재보궐선거 지역은 서울 종로,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구, 대구 남구, 충북 청주 상당구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종로, 안성, 청주 상당구 등 3곳은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선거가 실시된다.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안성과 청주 상당구는 이규민·정정순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공석이 됐다.
 

대선 승리 위해 무공천 할 듯
 

이렇게 볼 때 민주당이 위 3곳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도리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가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도 얼마전 “무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장섭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은 “청주 상당구의 재선거 후보 공천 여부는 내년에 결정될 것 같다. 더 지켜봐야 안다.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최종 결정할 것이다”고 답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박문희 충북도의장, 이현웅 서원대 교수, 장선배 충북도의원 등이 재선거를 준비해왔다. 이들은 중앙당의 최종 결정을 보고 향후 거취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민주당 중앙당의 보다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들도 이를 명문화하고 실천하라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에게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충북의 한 정치인은 “이런 것을 통해 한국정치가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우택(68) 청주상당 당협위원장과 윤갑근(57) 전 당협위원장간 경쟁이 화제다. 두 사람은 청주상당 전·현직 당협위원장이자 전·현직 충북도당위원장이다. 또 성균관대 법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보기 드문 악연이다. 둘 중 한 명이 정치를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상당구 혈투’가 계속될 전망이다.

윤 전 위원장은 라임펀드 로비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20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윤 전 위원장이 변호사로서 정당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지난 15일 석방됐다. 그러자 윤 전 위원장이 법적으로 내년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아직도 변수 많아
 

국민의힘은 당규 윤리위원회 제22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의 직무정지 등 징계특례)에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등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는 당내 경선 피선거권 및 공모에 대한 응모자격이 정지되고 당직을 맡고 있는 자는 그 직무가 정지된다’고 명시했다. 그래서 윤 전 위원장은 기소되면서 충북도당위원장과 함께 상당구 당협위원장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4항에서는 ‘1항의 징계를 받은 자의 재심 요구가 있을 때에는 정치탄압 등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 대표는 중앙윤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윤 전 위원장이 출마하려면 재선거 전까지 정치탄압 등 상당한 이유를 인정받아야 한다.

만일 정우택 윤갑근 두 사람이 공천경쟁에 나서게 된다면 양보없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정 위원장은 “(시민들 얘기가) 지난해 상당구 공천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제 지역구로 돌아가는 게 옳은 길이다. 이것이 상당구민에 대한 도리”라며 흥덕구 당협위원장을 놓고 상당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해 목적을 달성했다. 그는 윤 전 위원장이 무죄로 석방되기 전까지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반면 윤 전 위원장은 자신이 구속된 사이에 도당위원장과 상당구 당협위원장을 차지한 정 위원장이 ‘눈엣가시’다. 이는 정 위원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윤 전 위원장은 한 때 ‘옥중출마설’이 나돌 정도로 재선거 출마 의지가 강하다.

한편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의당의 김종대 전 의원은 출마를 고민중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로 활동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김 전 의원이 정치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수도권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상당구 출마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는 22일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의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분이 재판 중이다. 정의당은 시민들이 마음놓고 선택할 수 있는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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