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청주시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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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청주시의 운명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2.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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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기록문화 창의도시-청주기록원 개소로 이어져
옛 청주서부경찰서 자리에 지자체 최초 기록원 개원

청주시에게 기록은 운명일지 모른다. 현존세계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의 고장인 청주는 2019년 기록문화창의도시를 선언하면서 법정문화도시가 된다. 이후 올해 17일 기존 201712월 개관한 청주시기록관청주기록원으로 격상하게 된다. 청주기록원은 공공과 시민의 기록을 동시에 보존하는 시설로 연구 관리 기록물 기관이다. ‘기록이라는 퍼즐이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하나로 꿰어진 셈이다.
 

청주시기록관으로 올해 1월 청주기록원으로 격상됐다. 사진은 청주기록원이 위치한 옛 서부경찰서 숙소 전경.
청주시기록관으로 올해 1월 청주기록원으로 격상됐다. 사진은 청주기록원이 위치한 옛 서부경찰서 숙소 전경.

 

사실 광역시도 또한 기록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경상남도기록원에 이어 이듬해 2009년 서울기록원이 문을 연 게 전부다. 2006년 기록물관리법이 개정돼 광역시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의 기록문을 연구 관리하는 기관을 설립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뜻 기록을 지자체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연구하는 곳은 없다.

그런데 청주시가 이번에 전국 시군구 최초로 청주기록원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2017년 청주시는 지금의 청주시기록관이 개소한 옛 서부경찰서 자리에 청주기록원을 설립했다.

청주기록원의 역사는 지난 2014년 통합 청주시 출범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며 두 개의 시·군이 각기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던 기록을 경계 없이 함께 보존하고 이용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5개 건물에 분산돼 있던 청주시와 청원군의 기록물을 한 데 모아 201712월 행정기록을 전문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청주시기록관이 문을 열 게 된 것이다.

 

기록의 통합

 

청주·청원 통합은 방대한 기록물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마치 남녀가 결혼해서 살림을 다시 재배치하는 것처럼 통합 청주시의 기록물들은 청주시에서 일하는 기록연구사들에 의해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 가운데 문화도시에 청주시가 선정되면서 시민기록관 설립예산 30억원도 별도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지자체의 기록물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민간의 기록 또한 수집 관리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은 신기하게도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기록의 힘은 사람들에게 의해 기억되고 쓰일 때 발휘된다. 이경란 청주기록원장은 이제 통합된 기록을 바탕으로 시정업무 추진 중 필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시민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기록물, 예를 들면 건축 인·허가서류, 각종 개발 관련 증거를 신속하게 공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 청원군 시절 A씨는 마을 회관 부지를 동네에 기부채납했다. A씨가 세상을 뜨고 세월이 흐르자 마을 사람들은 이를 자꾸만 부정했다. A씨 아들은 나중에 마을에서 거짓말쟁이로까지 몰렸다. 낙담하던 A씨 아들은 청주시기록관을 찾아가 억울한 사연을 호소했고, 일주일 정도 과거 기록을 찾은 결과 A씨 부자의 말이 사실인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A씨 아들은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전했다. 이후 마을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또 청주시는 시유재산 소송에서 기록물 때문에 청주시의 재산을 지난해에만 260억원을 찾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기록은 진실을 가르는 열쇠가 된다.

이 원장은 기록도 생애주기가 있다. 1, 3, 5, 10, 30년 단위로 끊어서 기록물을 관리한다. 10년을 넘기면 30년까지 보관, 준영구, 영구 보관까지 이어지게 된다. 늘 어떠한 기록을 보관하고 폐기할지 원칙은 정해져있지만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기록원은 3층 건물 연면적 2236에 기록물 42만 권을 보관하고 있으며, 기록홍보관·기록체험실을 갖춰 기록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특히 기록물을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해 공간 자체가 기록에 대한 개방성을 높인다.

청주기록원이 이전의 청주시기록관과 다른 점은 기존의 행정기록만 수집하고 관리하던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수집·보존되지 못한 우리 주변 일상의 기록을 모으고 후대에 물려주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 점이다. 청주기록원은 연말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민간의 기록물 또한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청주기록원은 기억에서도 사라져가는 청주의 모습이 담긴 기록을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라지는 농촌의 모습, 전통이 담긴 모습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해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의 모든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게 청주기록원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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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기록사 첫 페이지를 디자인하다

이경란 청주기록원장

 

이경란 청주기록원장은 청주 기록 역사의 첫페이지를 쓰고 있다.
이경란 청주기록원장은 청주 기록 역사의 첫페이지를 쓰고 있다.

 

이경란 청주기록원장은 2009년 청원군 시절 기록연구사로 공직에 발을 내딛었다. 현재 청주시의 기록연구사는 이 원장을 포함해 5명이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대전의 국가기록원에서 시스템 개발을 3년 정도했다. 그러던 중 기록에 관심이 생겨 중부대 기록학과 석사를 밟았다. 마침 지자체마다 기록연구사를 선발하기 시작했고 응모했는데 덜컥 합격을 했다.”

그 때는 중앙부처에만 존재하던 기록연구사들이 지자체로 막 배치되던 시기였다. 기록연구사는 여전히 소수직렬이다.

첫걸음을 뗀 청주시기록원은 아직까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이 원장은 자체 양성한 시민기록 활동가를 통해 청주시의 읍면동을 기록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기록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정보 큐레이션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청주시 미래전략용역으로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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