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본관, 여론은 ‘철거와 실용’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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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본관, 여론은 ‘철거와 실용’ 우세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2.12.2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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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제동 외에 철거에 걸림돌 없을 듯
‘욱일기 등 친일잔재’ 논란에는 33%만 공감

충청리뷰-리얼미터 1차 정례여론조사-청주시청 본관철거 논란

충청리뷰-리얼미터 첫 정례여론조사는 고정항목인 도지사-교육감-청주시장 업무수행 평가와 지역현안인 청주사청 본관 철거 찬반,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충청리뷰-리얼미터 첫 정례여론조사는 고정항목인 도지사-교육감-청주시장 업무수행 평가와 지역현안인 청주사청 본관 철거 찬반,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충청리뷰-리얼미터 첫 정례여론조사

충청리뷰는 창간 30주년의 문턱에선 2022-2023송구영신호(1250)’부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함께 정례여론조사를 시작한다. 2023년에는 일단 3, 6, 9, 12월에 분기별 조사를 계획 중이다.

1219~21, 충청북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38명을 대상으로 한 첫 조사는 자동응답전화와 온라인패널을 혼용해서 성별연령권역을 안배했다. 문항별 결과는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만 표기했으므로, 단순히 백분율을 합산한 결과와는 반올림 오차가 나타날 수 있다. 조사설계는 표와 같다.

 

통합 청주시 새 청사를 짓기로 하면서 옛 본관동의 존치 문제는 2022, 민선 8기 청주시정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문화재청의 권고를 받아들여 존치를 결정했던 전임 한범덕 시장과 달리, 이범석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직후부터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 절정은 2023년 예산안 중 기금운용계획에 철거비용 174200만원을 반영한 것이었다. 시민 여론 수렴이나 문화재청 협의 등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본 예산에 굳이 철거비를 반영한 것은, 이 시장의 의지가 확고부동하고, 여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여야 동수인 청주시의회에서는 양당이 당론으로 정하면 절대 과반이 나올 수 없는 상황. 여론에서 다소 밀리고 있고, 문단속에도 자신이 없었던 민주당으로서는 철거반대로 맞서기보다는 일단 철거예산을 뺀 수정안을 통과시켜 여론 수렴과 문화재청 협의 이후로 예산 반영을 미루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22일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예산안 처리는 단 6분 만에 끝났다. 민주당이 표결 전 퇴장한 상황에서, 민주당 임정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당의 출구전략은 동체착륙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네 명이 사퇴하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자당 의원의 이탈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에서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여론의 맥락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문화재청을 비롯한 전문가 의견수렴도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충청리뷰가 첫 정례여론조사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도 지나온 과정과 앞으로 흘러갈 상황까지 맥락을 짚어보자는 취지다.


친일잔재 주장엔 비공감이 다소 우세

전체 비공감 37.6%, 60세 이상 비공감은 47.4%

문화재청이 존치를 권고한 상황에서 문화재적으로도 보존할 만한 가치가 크지 않다는 반론의 토대가 된 것이 건물의 친일잔재였다. 문화재청은 건물옥상의 돛대를 닮은 구조물이 배가 나아가는 행주형(行舟形) 지리관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1층 천장의 나선형 구조는 디자인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청주시는 문화재청이 칭찬한 이 두 가지에 대해 외려 친일잔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돛대 구조물은 후지산을, 나선형 천장은 욱일기를 닮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귀하께서는 1965년에 지어진 청주시청 옛 본관의 옥상구조물과 1층 천장이 일본 후지산과 욱일기를 닮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비공감’ 37.6%, ‘공감 33.0%’로 오차범위 안에서 비공감이 우세를 보였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연령대별 평가다. 20-30-40대는 비공감이 각각 29.6%, 30.2%, 32.6%인 반면에 40-50-60대 이상은 비공감 비율이 각각 32.6%, 42.9%, 47.4%, 나이가 들수록 청주시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찌 됐든 청주시의 후지산-욱일기 전략은 제로에서 시작해 33%의 공감을 이끌어낸 만큼 소기의 효과를 거둔 셈이 되고 말았다.

청주시신청사국제공모전문위원을 맡았던 오재만 건축사는 청주시가 친일잔재논란을 제기하기 전까지 본관 건물에서 친일 포인트를 발견하는 사람은 전무했다고 봐도 된다건축 시기나 동기, 디자인 등에서 친일을 추구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말하니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종 결정은 여론조사 참조 청주시가

시 결정+여론조사 68.1%, 전문가 결정은 19.2%

두 번째 질문은 청주시청 본관 철거 여부에 대해 다음 중 어떤 방식을 통한 결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였다. 이 질문에는 청주시 결정’ ‘여론조사 통한 결정’ ‘문화재청전문가 통한 결정’ ‘의회 결정’ ‘기타잘 모름등 모두 다섯 가지 지문을 제시했다.

특이한 것은 기타잘 모름3.6%에 불과해 시민들이 나름대로 최종결정방식에 대해 소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가장 우선시라는 전제를 달았듯이 여론조사나 전문가 의견 청취, 의회 논의 등 가능한 공론화 과정을 최대한 거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결정방식이다.

어찌 됐든 청주시민들은 청주시(35.5%)-여론조사(32.6%)-전문가(19.2%)-의회(9.1%) 순으로, 결정권한에 대한 신뢰 순위를 매겼다. 응답자들의 답변대로라면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해서 청주시가 결정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19.2%가 나온 전문가 의견 청취는 여론의 비중을 떠나서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과정이다. 공공건물의 경우에는 문화재청의 판단에 따라 공사중지나 직권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014년 근대문화재의 가치가 있는 항목을 정리하는 목록화사업 과정을 통해 청주시청 본관 등 전국의 대상지를 정리하고 2015년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2017년에도 청주시에 문화재 등록 절차를 밟으라고 권고했고, 이에 따라 2018년 존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청주시 공공시설과 관계자는 1227,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로 과장, 팀장이 문화재청에 출장을 갔다문화재청과 어떤 방식으로든 협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철거를 밀어불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게 되면 문화재청이 임시 지정해서 진행을 막는다거나 아예 직권으로 등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문화재청으로서도 그렇게 급한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다. 시간을 두고 청주시의 철거 방침으로 문화재청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주시는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찬성여론이 2.5배 압도

찬성 55.7%-반대 22.7%-잘 모름 21.7%

그래서 어떡하자는 얘기냐?’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재청의 존치 권고뿐만 아니라 2018년 하반기, 여러 차례 청사특별위원회를 열어서 존치를 결정했음에도 재검토를 내걸었던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고 철거 여론을 재점화해, 철거에 드는 예산까지 확보한 만큼 그래서 주민들의 생각은 어느 쪽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질문은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에 찬반 여론이 팽팽한데요. 귀하께서는 청주시청 본관 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결과는 선명하게 갈렸다. ‘철거해야 한다는 답변이 55.7%, ‘보존해야 한다는 답변 22.7%보다 2.5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잘 모른다는 답변도 21.7%나 돼 민감한 존치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답변 유보층도 적잖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이나 성별, 직업군 등에서 주목할 만한 경향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예컨대 30대에서 철거해야 한다69.6%로 유독 높게 나왔는데 이는 연령대 표본이 충분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일 수도 있다. 친일잔재 논란처럼 나이가 올라갈수록 비공감이 뚜렷하게 높아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업군 비교에서는 블루칼라74.0%철거를 주장한 반면, 학생은 37.0%보존’, 36.5%철거라고 답해서 미세한 차이지만 유일하게 철거보다 보존이 더 높게 나왔다.

충청리뷰의 첫 여론조사에 대한 각계의 평가와 대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문화재청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서가 왔고, 담당자와 통화도 했다면서 시민여론도 중요하지만, 여론이 문화재 지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라는 게 문화재청의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선영 처장은 또 문화재청과 청주시 사이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자는 공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청주시가 본관을 보존하지 않을 경우 문화재청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보기 좋은 떡보다 먹기 좋은 떡?‘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건물 선호’ 67.3% 압도적

건축미, 개방성을 강조한 랜드마크 기능’ 27.4%

청주시가 기금운용계획에 본관 철거예산을 반영하면서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모든 관심은 본관 존치 여부라는 깔때기로 모아졌다. ‘--다음은 그러니까 철거냐, 존치냐였다.

일단 의회의 예산 심의는 이범석 시장과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의 의중대로 결정됐다. 충청리뷰의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여론조사에서 이범석 시장이 밀어붙이는 쪽으로 힘이 실린다면 본관은 철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본관 존치 여부를 잠시 뒤로 두고 청주시민들은 어떤 신청사를 원하고 있는가가, 마지막 질문이었다. “만약 청주시청 신청사를 건립하게 된다면 귀하께서는 다음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실용성과 랜드마크 기능을 견주기 위한 것이었다.

시민들의 답변은 단호한 편이었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건물이라는 답변이 67.3%, ‘건축미와 개방성을 강조한 랜드마크 기능이라는 답변 27.4%를 압도했다. ’기타잘 모름이라는 답변 유보는 5.3%에 불과했다.

어느 연령대에서든 압도적 다수가 실용성을 선택했지만 특히 30대와 40대가 각각 74.3%75.1%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미술 관계자는 이 같은 판단은 청주의 경관이나 공공디자인에 대해서 시민들 스스로 밑바닥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에 나올 수 있다시민들의 심미안(審美眼) 수준이, 적어도 그 도시의 공공건물 수준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시 매몰비용 98억 건축비로 커버

행정의 일사불란함도 시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청주시는 12월호 청주시민신문에서 민선7기 국제공모 당선작이 본관 존치를 전제로 설계돼 시의회 독립청사 및 3개 사업소 수용이 불가능하고, 주차면이 440면 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65년 지어진 본관은 지난해 3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고, 4층을 증축하며 원형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청주시가 본관 철거와 설계 재공모에 무게를 실으면서 이른바 매몰비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매몰비용이란 경제학에서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일컫는 말인데, 설계를 바꿀 경우 이전 설계에 들어간 돈은 허공에 뿌린 돈이 된다는 얘기다.

본관 존치를 전제로 한 국제현상공모에는 23개국 52개 팀이 참여했고, 2단계 공모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당선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건축가 그린우드의 공모작이었다. 본관을 가운데 두고 한국의 전통적인 회랑이 둘러싼 공모작과 설계에는 모두 98억원이 들어갔는데 이 돈이 매몰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매몰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건축비에서 역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설계안은 351만원이 들어가지만, 본관을 철거하고 효율성있게 설계하면 303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설계로 인한 추가 설계비나 사업 지연에 따른 청사 임차료가 늘어나지만 약 3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관 철거 후 재설계에 의해 짓게 되는 신청사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지는 대목이다. 청주시민이 선택한 실용은 자로 대고 그은 듯이 높고 길다란 직육면체의 청사다.


청주시선은 視線인가 市選인가

청주시선에서 논란거리로 부각시킨 친일잔재 여부
청주시선에서 논란거리로 부각시킨 친일잔재 여부

청주시는 공식 여론조사 대신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온라인 의견수렴 플랫폼 청주시선을 통해 청주시 신청사 건립에 대해 시민 의견을 물었다.

의견수렴은 청주시선 내 소통광장에서 자유로운 댓글 참여 방식을 취했는데, 749명이 참여했다.

키워드 분석결과 친일시비에 대한 찬반 넓은 주차공간 확보 시민 휴식공간 및 공원 설치 문화공간(도서관 등) 현대적인 건물 등이 제시됐는데, 이는 청주시가 제시한 그림이나 도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뜬금없지만 욱일기나 후지산 사진을 들이대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본관 존치와 철거를 그림으로 놓도 주차대수를 440대와 800대로 단순 비교하면 결론은 나온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다.

청주시민의 눈길, 시선(視線)이냐, 청주시의 구미에 맞는 선택, 시선(市選)이냐는 풍자가 가능한 이유다.

첫 정례 여론조사를 마치며

 

창간 30주년을 맞는 충청리뷰는 차원이 다른 지역 언론을 지향하기로 했다. 그 한 축은 사건의 심연을 파고드는 심층 보도, 리뷰다움의 회복이다. 또 다른 축은 데이터에 근거한 보도, 1회성이 아닌 추이를 분석하는 보도다.

언제부턴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가 사라졌다. 한때 표본 추출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날림조사를 남발하면서 조사의 신뢰가 하락한 데 따른 위축도 한 이유가 됐다.

충청리뷰는 여건 상 매달은 아니지만 분기별 조사를 통해 여론의 추이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사 시마다 지역 현안을 한 건씩 조사함으로써 넘겨짚는 보도가 아니라 민심에 기반한 보도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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