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일방통보 받은 시의회 ‘월세+관리비’ 9500만
“청주시의회는 임시청사로 완전히 잘못 들어간 거예요. 청주시가 탁상에서 한 감정평가만 믿고 매입하기로 했다가 사실상 매입을 포기한 건물로 들어갔으니….”
“그러게 말이에요. 얘기를 들어보니 청주시의회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왕자나 똑같은 신세네요.”
이 뜬금없는 대화는 청주시 신청사 건립이 애초 2025년 준공에서 2028년 12월 준공으로 공기를 늦췄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호랑이굴’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 청주시의회의 처지에 대해서 부동산 전문가와 기자가 나눈 얘기다. 물론 자가에서 월세를 사는 청주시의 상황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청사 건립이 3년 이상 지연되면서 청주시와 청주시의회의 사실상 기약 없는 셋방살이가 시작됐다. 현재 목표대로 2028년 12월에 새 청사를 짓고, 월세살이를 끝낸다고 하더라도 6년간 내야 하는 월세와 관리비는 천문학적이다.
청주시의 경우에는 2022년 3월부터 제2청사(옛 청원군청)와 문화제조창 2층을 임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이 중 문화제조창은 KT&G로부터 건물(옛 연초제조창)을 매입해 시 소유 건물임에도 10년간 운영권을 넘긴 부동산 리츠회사에 외려 월세를 내야만 한다.
2024년 10월까지는 월 1억500만원, 2024년 11월 이후에는 월 1억1200만원을 내야 한다. 2023년부터 따져도 6년간 월세는 79억6000만원이다. 여기에다 월 5500만원인 관리비 합계 39억6000만원까지 더하면 총 119억2000만원이 들어간다.
임시청사 인테리어 비용으로는 56억원이 들었다. 청주시는 2029년 말 리츠에게 315억원을 더 주고 건물 운영권을 되찾아올 예정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계산법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공무원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연초에는 주차장도 폐쇄 당해
청주시의회는 훨씬 더 갑갑한 상황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성안길 인근 옛 KT 청주지사(북문로1가 188) 건물로 임시청사를 옮겼다. 의원 마흔두 명의 개인 사무실을 모두 만들고, 본회의장, 상임위원회 사무실을 조성하는데 약 44억원이 들었다.
월세가 7538만원이니 6년간 임대료는 54억3000만원이다. 관리비 14억4000만원까지 더하면 의회 임시청사에도 68억7000만원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의회 상황이 더 갑갑하다는 것은, 애초 매입하기로 했던 건물이지만 계약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세 사는 내내 건물주인 부동산회사와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선 7기 한범덕 전 청주시장은 청주읍성 관아와 병영이 있던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KT 부지를 포함해 ‘중앙역사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건물을 사면 일단 의회 임시청사로 쓰다가 철거한 뒤 공원을 조성하면 될 터였다.
청주시는 지난해 6월까지 용지를 매입, 보상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5월 한국부동산원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보상비용으로 세웠던 300억원보다 많은 450억3300만원을 매긴 것이다. 전액 시비로 추진하는 중앙역사공원 조성사업의 총사업비는 1061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민선 8기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부담스러웠던 터에 사업을 축소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더군다나 이범석 시장은 원도심 개발 고도제한 해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청주시의 건물 보상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건물주의 ‘케이앤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13일, 청주시에 ‘임대차 계약해지’를 일방통보한 상태다. 이들은 “청주시가 강제 입주해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연초에 주차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홍현철 청주시 공원조성과장은 “건물주와 계속 협의 중에 있다”며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면 용지를 매입하겠지만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공원조성에서 KT 부지를 배제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찬규 회계과장도 “임대차 계약해지는 일방적인 통보이고, 감정평가액도 협의를 하라는 것이지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다소 갈등은 있더라도 의회의 임대차 계약유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청주시 청사가 있었던…
10년 전부터 KT 소유가 아닌!
청주시의회 임시청사가 입주한 옛 KT 청주지사는 첫 청주시청 자리다. 일제강점기에는 청주면사무소, 읍사무소가 있었고 1949년 청주부가 청주시로 승격하면서 청주시청이 되었다. 이후 1965년 북문로에 시청 본관을 지을 때까지 청주시청이었다.
체신부 전신전화국을 거쳐 한국통신 민영화된 KT 청주지사였던 건물과 대지는 MB의 최측근이었던 이석채 대표이사 시절이던 2012년 11월, KT가 15%만 출자한 기업구조조정 부동사투자회사인 케이리얼티 제2호에 157억원에 매각됐다. 케이리얼티는 현재 1호에서 11호까지 회사가 형성돼있다.
KT는 전국의 사옥 상당수를 ‘매각 후 임차방식(Sales and lease back)’으로 헐값에 판 건물에서 10년 동안 비싼 월세를 내 논란이 됐다.
이후 케이리얼티 2호는 2017년 7월, 경남 창원에 있는 아이에스산업개발에 이 건물을 되팔았고, 현재는 자회사로 보이는 케이앤파트너스(주)가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2017년 7월 25일 청주시 상당로에서 2021년 11월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상공로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