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못난이 김치’ 사업, 어디로 튈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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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못난이 김치’ 사업, 어디로 튈지 몰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3.01.1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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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얘기 꺼낸지 2개월 만에 일사천리 진행
김치 제조·수출에 이어 이젠 영농법인 추진까지

 

충북도내의 한 배추밭에 수확되지 않은 배추가 그대로 있다.
충북도내의 한 배추밭에 수확되지 않은 배추가 그대로 있다.

 

충북도가 시작한 ‘어쩌다 못난이 김치’ 사업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충북도는 못난이 농산물을 취급하는 법인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통공사까지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못난이 김치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못난이 김치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 충북도는 못난이 사과·복숭아·고구마·감자·마늘 등 버려지는 농산물을 대신 팔아주는 ‘못난이 컬리’를 운영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못난이 김치가 개척한 길에 못난이 사과와 복숭아 등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못난이 김치가 쇄빙선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쇄빙선은 수면에 얼어붙은 얼음을 깨뜨리고 뱃길을 여는 배를 말한다.
 

“풋고추로 밥도둑 만들어 볼까?”
 

또 김 지사는 지난 11일 “충남 금산에서 깻잎으로 수백억을 번다면 우리는 옥수수대와 미호강 둔치에서 옥수수농사로 얻어지는 사료로 수백억을 벌 수는 없는 걸까? 버려지는 풋고추를 간장에 담가 밥도둑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라고 썼다. 만일 이렇게 배추에서 과일 및 기타 농산물로 확산되면 이 일을 전담할 조직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3일 충남 금산군은 2022년 한 해 동안 693억원의 깻잎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깻잎은 금산군의 특산물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노동력 부족이 해소되면서 깻잎 생산량이 증가한 덕이라고 한다. 금산군에 따르면 이 매출액은 2021년 635억원보다 58억원이나 늘어난 액수이며 금산에서 깻잎을 생산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금산 깻잎은 전국 생산량의 4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금산의 깻잎처럼 충북에도 수백억의 소득을 올리는 작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호강 둔치는 아무 것도 심지 않은 채 비어 있는데 여기에 사료작물을 심어 돈을 벌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김 지사는 ‘도시농부’를 투입해 배추를 수확하는 방안도 내놨다. 도시농부는 도시에 사는 유휴인력으로 농업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4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임금 6만원과 별도의 교통비를 받는다. 영농작업반장에게는 5000원의 수당이 따로 지급된다. 다만 충북도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한다. 도는 올해부터 배출하는 도시농부들을 못난이 김치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것.

그러더니 지난 4일에는 일본, 베트남, 미국 등지로 수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 마트에 10t을 수출한다는 것이고, 베트남과 미국은 현재 협의중이라고 한다.

 

충북도
이미지/ 충북도

 

“안정적으로 김치 공급할 수 있나”
 

김 지사는 못난이 김치 얘기를 꺼낸지 2개월 만에 김치를 만들고 수출까지 하더니 못난이 농산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관련 법인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못난이 김치 사업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의영 충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12)은 “취지는 좋다. 하지만 못난이 김치 사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못난이 김치는 국산이지만 값이 싸다는 게 장점이다. 그렇지만 농산물은 매년 가격이 왔다갔다 한다. 지난해처럼 배추값이 폭락할 때는 물량이 있지만 폭등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도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김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못난이 김치 사업이 당초 취지대로 수입산 김치를 얼마나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못난이 김치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수입산 김치를 능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칫 이 사업이 김 지사의 치적 쌓기용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김 지사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지체없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다. 좋은 점도 있지만 말이 너무 앞선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법과 조례에 어긋나는 점은 없는지, 행정적으로 추진가능한 것인지,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등을 검토하기도 전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다. 최근 김 지사는 못난이 김치 관련 생각을 쉴새없이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그러자 충북도민들은 김 지사의 생각이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지 궁금해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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