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더 ‘싸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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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더 ‘싸게’ 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2.0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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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증가, 리퍼브 제품 전용 마켓도 덩달아 늘어
반품이면 어때? 10~20% 싸게 사는 게 ‘합리적 소비’인식

이제 소비를 과시하던 이른바 플렉스(Flex)의 시대는 가고 돈을 쓰지 않는 게 유행이 됐다. 이러한 현상을 과시적 비()소비라고 부른다. ‘무지출 챌린지’, 중고거래 앱 이용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절약한 내용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사회학자는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소비하지 않거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물건을 싸게 사는 걸 자랑하는 시대가 됐다. 또 육식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늘어났다. 기후변화와 젊은 세대들의 투자실패, 고물가 등이 맞물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퍼브 온라인 마켓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리퍼브 온라인 마켓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일 밤 마감세일챙겨

 

청주에 사는 맞벌이 엄마인 A씨는 아이를 재운 후 밤늦게 쇼핑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세일 물건을 무조건 쟁겨두는데에서 소비가 시작됐다. 하지만 그는 요즘 쇼핑을 계획적으로 하는 데 만족감을 느낀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마켓에선 주로 밤 10시 전후 쇼핑을 해요. 그러면 마감세일이 있어서 10~20%로 싸게 살 수 있어요. 또 고객들이 반품한 물건을 싸게 사는 제도도 쇼핑몰마다 다 있어요. 공산품일 경우 되도록 새제품 보단 반품 물건을 선호해요. 품질이 거의 비슷하지만 가격이 5~10%내외로 저렴하니까요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년의 온라인 쇼핑 경험을 통해 분야별로 물건을 싸게 잘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

A씨는 아이들 책은 중고나라를 통해서 사는 게 가장 싸고, 가공식품이나 공산품은 온라인 마켓이 훨씬 더 저렴해요. 마켓 2개를 켜놓고 검색을 통해 가격이 더 싼 제품을 비교하며 사요. 수산물이나 축산물은 농가와 직거래를 하는 온라인 마켓을 이용해요. 맞벌이를 하다보니 시간을 아끼는 것도 돈을 절약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차를 타고 가는 마트는 1년에 1번 갈까 말까예요라고 말했다.

 

중고제품 사고 팔고

 

A씨는 필요가 없어진 물건은 중고앱을 통해 다시 판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이 많이 생겨요. 환경을 생각해서 물건을 나눔하기도 하고,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사이트를 통해 팔기도 해요. 좀 귀찮기는 하지만 폐기물 처리를 하면 그냥 쓰레기를 지구에 버리는 것 같아서 저로서는 최소한의 방어에요.”

A씨 같은 온라인 쇼핑족들은 개개인별로 갖고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카페나 개인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이른바 같은 물건을 더 싸게, 더 안 사는 게 트렌드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판매장에 전시돼 고장 또는 흠이 있어 반품한 물건을 뜻하는 리퍼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는 게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리퍼브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가 불경기와 온라인 시장 확대에 따른 변심 반품 급증, 실속 소비 트렌드 등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 업체의 전문 리퍼브관도 활황이며, 리퍼브만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마켓도 인기가 좋다. 중고나라에 이어 당근마켓, 번개장터가 생겨났다면 지금은 더 다양해졌다. 중고 물건과 리퍼브 제품을 동시에 취급한다. 헬로마켓, 옥션중고장터, 땡큐마켓, 바자, 리얼마켓, 중고왕 등이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중고거래 몰 가운데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생각했던 물건과 실제 물건이 달라 곤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체 페이를 만들어 온라인 거래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리퍼브 시장의 성장세는 어쩌면 온라인 쇼핑 거래 급증이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온라인 쇼핑액이 늘어날수록 자연히 반품 물량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물건을 사고 반품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면 지금은 반품도 클릭 한번으로 할 수 있어 편리성 또한 높아졌다. 제품을 구매하고 난 뒤 마음에 안 들어 반품을 신청하면 택배사에서 직접 물건을 수거한다. 또 쿠팡 같은 경우는 와우회원으로 일정 월회비를 내면 무한 반품이 가능하다. 이렇게 반품이 쉽다 보니 새 제품도, 중고도 아닌 이런 제품들이 리퍼브 시장으로 밀려오게 된다. 이는 다시 또 리퍼브 마켓에서 팔린다. 다만 예전에는 이러한 제품을 숨기고팔아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대놓고 리퍼브제품을 홍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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