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라면만 먹게 해주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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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라면만 먹게 해주면 되나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2.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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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린다고 해도 상상력 모자라면 '무미건조'
원칙과 맥락을 지키되 재미와 감동 요소 갖춰야

발칙한 상상력 대결 : 이광희 대 변광섭

정말 라면만 먹을 수 있게, 아니면 그 이상 규제가 풀리면 청남대는 활성화 될 수 있을까?
정말 라면만 먹을 수 있게, 아니면 그 이상 규제가 풀리면 청남대는 활성화 될 수 있을까?

청남대에서 커피 한잔, 라면 한 그릇 먹게 해달라는 김영환 지사의 페이스북 호소에 만감이 교차한다. “규제 완화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간절하다 못해 처절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결정권자가 이 소박한(?) 바람마저 이뤄주지 않는다면 김 지사의 다음 선택지가 매우 협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상상력의 장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절박함보다는 유쾌함으로 방향을 틀어보자는 의도에서다.

기자도 한 상상력 한다고 자부하지만 주로 술자리에서 상상하는 것이 흠이다. 청남대 활성화 방안으로 삼일천하 이벤트를 종종 얘기하곤 했다.

먼저 대통령을 체험할 체험단(대통령과 가족 역) 선정한다. 추첨도 좋고, 사연을 공모하거나 체험권을 경매할 수도 있다. 매달 체험단을 모집하는 이벤트만으로 화젯거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사흘 동안 청남대에서 먹고 자며, 자신이 선택한 전직 대통령의 휴가 스타일을 즐긴다. 예컨대 그 대통령처럼 달리기하고, 책을 읽거나 등산하며 칼국수를 먹는다.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구경하지만, 원숭이도 사람을 구경할지 모른다는 상상이 이 이벤트의 출발점이다. 체험단은 대통령인 양 즐기고, 청남대 관람객들은 체험단을 구경한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청남대에 입성할 때 실제처럼 경호하고 의전한다면 그 또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상상에도 원칙과 맥락이 필요하다. 한 번 상상을 시작하면 스스로는 멈출 수 없다는 두 사람을 선정했다. 선정의 객관적 기준은 없다. 다만 주관적으로 깊이 알고 있어 상상력의 크기와 깊이를 보증할 수 있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이광희 전 충청북도의회 의원, 또 한 사람은 변광섭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다.

 

- 대대적인 대통령 리더십 학교로 민주주의 교육

- 김영환 지사 창조성에 공감개방형 관리 필요

*이광희 : 전 충청북도의회 의원(재선), 충북대 산림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숲해설가이고, 한국관광공사 사외이사를 지낸 관광콘텐츠 전문가다.*기자 출신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무국장 등 문화기획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강단에도 섰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기획했다.
*이광희 : 전 충청북도의회 의원(재선), 충북대 산림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숲해설가이고, 한국관광공사 사외이사를 지낸 관광콘텐츠 전문가다. (좌)
*변광섭 : 기자 출신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무국장 등 문화기획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강단에도 섰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기획했다.(우)

이광희 전 의원은 ,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최소한 네 번 이상은 청남대에 간다며 계절마다 찍은 청남대 사진을 보여줬다. 산림학 박사로 도시정원을 주제로 논문을 쓴 그는 먼저 숲 생태계가 살아있는 청남대로 나무를 보러 간다고 했다.

청남대 진입로의 가로수를 다들 플라타너스로 알고 있는데, ‘목백합이라는 수종이에요. 임시정부 청사 앞길에 있는 나무도 메타세쿼이아로 생각하기 쉽지만 낙우송이라는 희귀한 나무예요. 낙우송 뿌리에서는 죽순처럼 생긴 게 땅 위로 올라오는데 그걸 기근이라고 부르죠.”

이광희 전 의원은 청남대를 개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치분권 정신에 따라 대통령실의 자산을 민간에 이양한 만큼 그 상징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그래서 대통령 리더십 학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남대 주차장 앞에 경비대가 숙식하던 건물이 있습니다. 대통령 밥그릇을 보여줄게 아니라 거기에서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르치고 공()과 과()도 가르쳐야 합니다. 이건 절대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민주주의를 교육하자는 얘깁니다.”

대통령 리더십 학교는 청남대 방문객을 크게 늘리는 것은 물론, 평균 연령 50대 이상인 관람객층을 젊은 층으로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변광섭 대표는 일단 김영환 충북지사의 창조적 상상력에 90% 이상 공감한다고 했다. 김 지사와 함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고민하면서 청남대를 랜드마크로 삼기로 지사와 뜻을 모았다고도 했다. 문제는 지사의 상상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케이블카를 놓을 수도 있고 대청호 안에 있는 섬까지 배로 갈 수도 있는데 도가 직영하는 시스템과 관리사무소라는 이름부터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심쩍다는 겁니다. 경제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고, 이슈에 버금가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획력 있는 큐레이터도 있어야 합니다. 민자를 유치할 수도 있지만 공공성을 고려해 일단 개방형으로 주요 보직을 채워야 한다고 봅니다.”

변광섭 대표는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는 행정적인 편제 때문에 청남대가 소재한 청주시와 단절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봤다. “청남대 주변에는 두모리 촬영지가 있고 벌랏 한지마을이 있어요. 천년 고찰 월리사와 현암사가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경직된 사고가 이런 자원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청남대를 고립시킬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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