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한끼…대신 맛봐드리는 ‘맛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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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한끼…대신 맛봐드리는 ‘맛상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3.04.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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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출신 유튜버, 구독자 63만 명 대상으로 ‘신상 리뷰’
외식패턴의 변화 “즐기고 채우기보다 때우는 외식 대세”
다 판다 “7000만원 와인 팔았고, 승용차‧부동산도 팔 것”
맛상무 김영길 씨는 편의점 등의 신상품을 친절하게 안내하거나 가성비 좋은 식당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유튜브에서 63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맛상무 김영길 씨는 편의점 등의 신상품을 친절하게 안내하거나 가성비 좋은 식당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유튜브에서 63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맛피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신 맛봐드리는 맛상뭅니다. 잠깐만 방심하면 요런 제품들이? 4월 셋째 주, 네 가지 제품을 편의점 셰프(), 지금 리뷰합니다.”

궁금하신 음식을 대신 맛봐드린다는 유튜브 맛상무채널의 4월 셋째 주 편의점 신제품 리뷰방송, 오프닝이다. 맛상무는 6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

유튜브 먹방채널은 대개 폭식(暴食)’이 콘셉트다. 가냘픈 여성이 볼이 미어터지라고 음식을 욱여넣거나, 미각을 잃을 정도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자기학대로 승부를 건다. 그런데 중년남성이 점잖게 맛봐주는 공익적(?) 방송이라니! 술을 대신 마셔주는 사람을 술상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 맛상무라는 작명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맛상무 김영길 씨(이하 맛상무)는 회사에서도 상무. 대전광역시에 있는 식품제조, 유통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이래저래 맛상무가 맞다. 맛상무는 처음에 맛상무라고 이름을 짓는 바람에 아직도 전무를 못 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맛상무 채널을 개설한 것은 201512월이지만 작심하고 유튜브 방송에 뛰어든 것은, 1년 정도가 지난 2017년 초부터다. 편의점 제품만 맛보는 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맛집도 찾아다닌다. 1000원짜리 밥집이라든지, 밭매다가 와서 음식을 차려주는 가성비가 좋고 가심비도 훈훈한 식당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본류는 역시나 맛보기다. 프랜차이즈 햄버거나 치킨을 비롯해 즉석요리가 가능한 각종 면류나 만두 등 모든 신제품은 그의 레이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중 편의점 신제품은 매주 거르지 않고 모둠으로 소개한다. 적게는 서너 가지, 많게는 예닐곱 가지 제품을 그 자리에서 맛보며 품평해주니,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개봉한 음식을 다 먹을 순 없죠. 나눠 먹기도 하지만 맛만 보고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미리 맛봐드림으로써 제 방송을 보는 분들이 선택에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든 방송은 친절하면서도 전문적이다.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재료의 원산지도 꼼꼼하게 일러준다. 밥이 진지 고슬고슬한지, 돼지불고기의 달거나 짠 정도까지도 설명해준다. “부위는 뒷다릿살 같은데, 퍽퍽하지만 질기지는 않아요라는 분석에는 절로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김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많았대요. 그래서 김을 넣어주는 거예요라는 대목에서는 제조사들도 방송을 모니터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바로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맛상무의 편의점 제품 소개는 원산지와 맛 등을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진은 맛상무 방송 갈무리.
맛상무의 편의점 제품 소개는 원산지와 맛 등을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사진은 맛상무 방송 갈무리.

논리정연하고 소상한 방송

이 정도면 사명감이다. “이제 외식업의 경쟁자는 편의점이에요. 일단 숫자로도 5만 개에 육박하니 규모가 엄청나고요. 경기도 안 좋고 식사의 패턴도 바뀌다 보니 편의점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맛상무는 논리정연했다. 그는 외식의 패턴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즐기는 외식이 있고요, 둘째는 채우는 외식, 셋째는 때우는 외식입니다. 요즘은 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점심 한 끼는 때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외식비가 엄청나게 오르기도 했고요.”

편의점끼리의 경쟁도 품질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초기와는 달라요. 옛날에는 묵은쌀을 쓰고 락스로 쌀을 씻는다는 괴담도 있었어요. 지금은 신동진쌀이나 새청무쌀 같은 최고 품질의 쌀을 계약재배하니까 밥맛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군대 짬밥처럼 대량취사를 해서 집밥과 미세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가성비가 아니라 (GOD)성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가격 경쟁은 소비자에겐 득이다. 할인에 추가할인을 통해 단돈 350원에 성찬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GS25혜자로운CU백종원 한판이 벌이는 경쟁은 출혈경쟁일 수도 있지만, 자존심 대결입니다. 5~6년 전에도 장어도시락은 1만 원 정도였고, 7000~8000원은 줘야 먹을 만했는데 가격이 점점 더 내려가고 있으니까요.”

맛상무는 편의점의 경쟁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배나 음료를 사러 들르는 곳에서 택배를 보내고 공과금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잖아요. 크리스마스에 와인은 편의점에서 고릅니다. 저렴한 것도 있지만 GS25에서 로마네콩티 열두 병 한 세트를 무려 무려 7000만 원이라는 고가에 팔기도 했어요. 무엇이든 산다면 판다는 얘깁니다.”

맛상무는 충북의 여러 식당을 소개했다. 대전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나고 자란 곳이 청주인 까닭도 있다. 1974년생인 맛상무는 청주에서 초···대를 모두 졸업하고 취업 때문에 고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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