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대 위한 징검다리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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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대 위한 징검다리 되고 싶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3.05.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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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충북’관련 옛 자료 수집, 언젠가 ‘디스커버리 충북’내고파
연구원 34년 재직하면서 50여권 충북관련 서적 번역‧출간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한 때 취미는 헌책방 순례였다. 수십년 시간이 나는 대로 헌책방을 찾아다녔다. 그는 헌책방 1세대들이 세상을 뜨자 순례 여행을 랜선으로 옮겨왔다. 이젠 전세계도서관을 랜선으로 유랑하며 충북 관련 자료를 찾는다. 지도, 논문, 저서 등 눈에 띄는 대로 그는 모으고 또 모은다.

정삼철 위원은 언젠가 디스커버리 충북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충북연구원의 전신인 충북경제연구소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로 34년째 정책연구를 해온 그는 올해 말 퇴직을 앞두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유독 경제사, 특히 지역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한자를 배웠던 터라 일본인이 쓴 일제강점기 기록들도 번역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기본적인 일본어를 따로 익히긴 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0년 넘게 충북 관련 자료를 찾아내 번역, 출간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0년 넘게 충북 관련 자료를 찾아내 번역, 출간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연구원에 재직하면서 그는 틈나는 대로 충북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책자로 발간했다. 책자 인쇄비용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책을 냈다. 그렇게 충북연구원에 재직하면서 낸 책만 50여권이다. <조선지지략 발췌 충청북도><1915년 충주><1923년 발간 충북산업지><1928년 충북의 문화와 사람> 등등이다.

이는 그의 방대한 아카이빙 프로젝트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체 수집한 기록물이 100이라고 하면 5%로도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남은 시간 정말 할 일이 많다.”

 

아직 5% 밖에 정리 못했다

 

그가 충북에 관한 기록을 찾게 된 데는 대학 은사의 영향이 컸다. 그 또한 후세대에게 징검다리가 돼주기로 결심했다. 정 위원은 모은 자료 전부를 기증할 계획이다.

지도교수였던 청주대 김신웅 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로부터 <1909 한국충청북도 일반자료>책을 건네받은 게 계기가 됐다. 1995년 단양편을 처음으로 발췌해 연구원에서 책을 냈다. 내가 고향이 단양이라 먼저 손이 갔다. 이후 시군별로 틈나는 대로 번역해 책을 냈고, 2011년 증평군을 마지막으로 끝냈다.”

일제 강점기의 기록들은 대부분 영인본으로 공개된 것이어서 그는 누군가가 이를 정리하고, 번역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은 상당히 고된 노동이기도 했고, 외로운 길이었다.

충북 지역 자료의 가치에 대해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가 퍼지지 않았다. 그가 낸 50여 권 중에서 지자체가 예산을 세워 낸 책은 단 몇 권에 불과하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30년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10년이 국내 충북 관련 기록들을 수집하는 것이었고, 이후 10년은 방대한 재료들이 사료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정리해내는 일이었다. 마지막 10년은 해외에서 발간된 충북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퇴직 후에도 할 일이 쌓여있다고 한다. “서울학연구소를 보면 내가 하는 이 같은 일들을 연구소 차원에서 하고 있다. 자료가 모이면 시지를 펴낸다. 충북에도 충북학연구소가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겨우 예정된 출판만 하고 있다.”

이어 그는 원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후에 누가 역사 왜곡을 해도 증명할 길이 없다. 역사의 단절이 곧 세대 단절을 낳는다. 문화콘텐츠를 잘 못 해석해도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지금 기성세대가 기록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역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해내는 것도 과제다. “가령 규합총서를 보면 팔도의 진상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를 지역의 특화작물로 홍보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정부에서 구황식물에 관한 자료나 치료방, 구급방 같은 자료를 다수 출판하는 데 돈이 없어 약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원전을 현대에 와서 재해석하면 이야기를 불일 재료들이 무궁무진하다. 조선시대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지거나 조명되지 않은 건 안타깝다. 일제강점기 자료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기록돼 우리나라를 경제적, 문화적, 정서적으로 침략하기 위한 안내서 성격을 기본적으로 띈다.”

정 위원은 일단 평생을 걸쳐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자료총서를 조만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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