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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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중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4.04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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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중

 

낯선 얼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방금 전에 지나간 날씨에 대해 묻고

오늘의 날씨는 선거판을 기웃거리던

소란스러운 걸음으로 뭉개뭉개 피어난다

확성기가 점점 작아지는 꽃들의 사투리는

내 몸이 너무 헐값이라고 투정을 부리고

작은 화분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는

엉덩이를 빼달라고 보랏빛 소리를 지른다

꽃마중으로 마음이 설레이는 소녀

삐져나오는 봄의 외투를 곱게 접어놓는다

꽃들의 공약은 소란스러움을 덮는다

 

시_이기인/ 사진_김천수

시 이기인/  사진 김천수

 

¶ 그동안 웅크렸던 걸음은 시장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런데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공약으로 귀가 먹먹하다. 정치판의 구호는 시장에서도 표를 달라고 시끌벅적하다. 꽃들도 조그마한 꽃잎의 확성기를 열어놓고 있다. 꽃의 말은 향기다. 나뭇가지에 걸린 공약을 듣기 위해 꿀벌이 바쁘게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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