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만필] 여당 참패, 의대 증원부터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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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만필] 여당 참패, 의대 증원부터 풀어야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4.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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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천수
편집국장 김천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21대 총선 결과와 비슷한 의석수 분포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으로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국 정책의 대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러 논란에도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정권 심판론이 득세했다. 대통령의 유연하지 않고 신속하지 못한 정치력이 자초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겸손하지 않은 행태가 국민들을 분노 수준으로 끌어 올린 셈이다. 국민들의 경고장을 웃어넘긴 결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기현 당대표를 내세울 때부터 억지스러웠다. 안철수, 나경원에 대한 모진 책략과 이준석에 대한 매끄럽지 못한 대응 등이 결국 이번 총선 결과까지 이른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한 대처가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숫자에 얽매여 지지부진하게 늘어진 점이 피로도를 높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타협은 없다’는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고착된 것이다.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사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비서진이 사의를 밝혔다. 인사가 만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을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대목이 의대 증원 문제다. 원만하게 풀어내지 못하면 레임덕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의료계는 내분에 빠진 모양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의원회에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11일 알려졌다. 이에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비대위는 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교수협의회, 의대생 등이 참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발표했지만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해 의료계 갈등이 표면화됐다. 기자회견은 무기한 연기 상태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9일 언론 브리핑에서 “7일 회의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결의하거나 의결한 사안은 아니지만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하지만 전공의협의회 내에서 아직 조율이 덜 된 듯해 이번주 예정이었던 합동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1일 의대교수들은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고 교육부에 증원분을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40개 의대 명의의 성명서에서 “정부는 정원을 배정했지만, 증원 시행 계획과 입시요강을 발표하는 것은 각 대학의 몫”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그러면서 “이제는 대학이 나서야 한다. 대학 총장들은 증원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며 “그것이 의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고 대학의 자율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가 증원분 반납을 불허하면 총장이 직접 행정소송을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총장들을 압박했다. 앞서 전의교협은 각 대학 총장들이 증원 집행정지에 관한 행정소송을 직접 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총장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날 전의교협은 야당이 승리한 총선 결과에 대해 “정부의 독단과 독선, 그리고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정부는 총선 전 의료계를 향해 선전포고하듯이 2000명 증원을 발표했고, 의료계의 우려에도 지금까지 이 숫자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 1년 10개월 전에 확정하고 발표해야 하지만, 현재 의대 증원 절차는 2025년 대학 입학 수시 접수를 불과 5개월 남겨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교육 관련 법령을 위배한 것이고 비교육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또 “준비되지 않은 무리한 증원은 의과대학 교육의 파행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증원 절차를 강행함으로써 의료시스템의 파국이 초래된다면 총장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불변의 방침이 결국 총선 악재로 작용됐다. 초반에는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의정 갈등 장기화와 해법 없는 논란이 환자를 둔 국민들을 외면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 국정 기조가 이대로라면 또다시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난맥상은 불가피하다. 대통령과 여당은 가장 먼저 의대 증원 문제부터 풀어내야 한다. 첫 단추를 의료계 내분을 푸는 촉매 역할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첫번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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