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의 여자 ‘개나리꽃’
상태바
불임의 여자 ‘개나리꽃’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4.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이 아름다운 건 볼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빛에 의해 조절되는 자연의 질서. 이른 봄 우후죽순으로 피어나는 꽃들은 푸석한 마음에 한줄기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겨우네 칙칙하던 도시는 개나리꽃이 피면서 노란물결로 일렁댑니다. 하지만 개나리꽃의 샛노란 미소가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삶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잘 알기에.

개나리꽃은 ‘골든벨’(Golden bell) 예쁜 황금 종을 의미합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꽃을 잘 관찰해 보면 꽃 속에 두 개의 수술이 마주 보고 있는데 윗부분의 꽃밥이 서로 뭉쳐 있습니다. 암술은 거의 퇴하되고, 수술만 발달 되었기 때문 입니다.

드물게는 암술이 수술보다 더 발달하여 가운데로 길게 나와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암꽃이면 암꽃, 수꽃이면 수꽃 어느 한쪽만 발달한 것을 ‘단주화’라고 합니다. 수꽃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어야 가루받이가 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데 단주화는 가루받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가지를 잘라서 땅에 묻거나, 뿌리를 나누어 묻어도 번식이 잘 되는 특성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열매를 맺을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한 개나리는 아예 그 능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꺾꽂이로 번식을 한 개나리는 본래의 개체와 똑 같은 단주화, 아니면 장주화로 부모를 닮은 녀석이 아닌, 복제품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길가에 개나리가 아무리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들 대부분 다 수꽃이고 암꽃 찾아보기란 흔치 않은 일이며, 열매를 보는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스스로 번식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개나리는 도심 속 공원이나 울타리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산에 절로 나서 자생하는 극히 희박합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개나리를 파 버리고 다른 꽃나무를 심는다면 개나리는 순식간에 이 지구상에서 멸종될 것입니다. 혹, 주위에서 개나리나무에 새 부리모양의 열매를 볼 수도 있다면 그것은 개나리와 아주 흡사하게 닮아있는 만리화입니다.

3월의 끝자락 불임의 여자라 한들, 슬픔이 깊다 한들 개나리꽃을 빼놓고 봄 풍경을 말 할 수는 없으며, 어떤 식으로 태어 났던지 그 생명 또한 고귀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에펠탑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수천수만개의 새로운 시선에 의해 매일매일 탄력을 되찾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펠탑을 바라보듯 개나리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꿈을 꾸고, 막연한 것에 대한 희망을 가져 보기도 하는 찬란한 봄날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