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비엔날레 공공미술프로젝트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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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비엔날레 공공미술프로젝트 ‘동상이몽’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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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작가 조직위 항의방문, 공모 투명성 이의제기
조직위 “예술감독 고유권한, 의견 수렴해 운영위원회 꾸리겠다"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 바람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도 불었다.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비엔날레 조직위)는 “도심 곳곳을 문화적으로 바꾸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공예와 설치, 조소 등의 예술작품을 도심에 설치해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을 만드는 문화사업이다.

   
▲ 지난 200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의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20명의 지역작가가 참여해 만든 ‘예술의자’들은 행사기간중 예술의전당에 배치돼 호응을 얻었지만, 사후관리가 안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에 보이는 의자는 김정희씨가 만든 ‘따조의자’.
이에 따라 비엔날레 조직위는 해외작가 초대 및 국내작가 지명공모와 함께 청주·청원지역에 연고를 둔 지역작가 공모를 통해 한작품당 최고 1500만원 내외의 작품 설치비를 지원키로 했다. 지명작가의 경우는 4000만원 내외의 작품비가 책정됐고, 이번 사업의 총 예산은 6억원이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지난 4월 초 지역작가 제한 공모를 홈페이지에 띄우고, 오는 24일까지 작품 규격 및 재질, 설계도 등을 담은 작품설명서와 도판 등을 접수받고 있다.

그런데 공모내용을 보고 지난 주 몇몇 작가들이 비엔날레 조직위를 항의방문했다. 지명작가와 지역작가의 구분과, 공모의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한 지명작가의 명단공개를 요구했다. 항의방문한 작가들은 “운영위원회 구조를 통해 추진되는 상황점검및 설치이후 사후평가까지 총체적인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비엔날레 조직위는 “작가선정 및 사업 기획은 예술감독의 고유권한이다. 청주의 문화지도를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했다. 지역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폭도 최대한 넓혔다. 지역작가 제한공모로 20명을 뽑을 예정이고, 지명작가에도 지역작가 3~4명이 포함돼 있다. 또한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비엔날레의 몫이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 결과를 보고 결정할 사항이지만, 사업을 지속적·단계별로 추진할 예정이다. 운영위원회는 작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10명내외로 국내외 미술평론가와 지역미술단체장, 교수들로 조만간 꾸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새로운 승부수로 여겨진다. 시민참여형프로젝트이자, 지역사회에 남길수 있는 작품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제기되온 ‘지역작가 홀대및 소모성 이벤트성 잔캄라는 비판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전국적인 붐이라는 사실에 더욱 힘이 실린다.

작품 심어놓기 벗어나야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청주 비엔날레 공공미술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기획력에서 허술한 부분이 드러난다. 먼저 지역제한 작가공모요강을 보면 공예의 속성을 바탕으로 한 미술작품으로 공공장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외 조형물과 환경 조성을 위한 미술작품이어야 한다는 것. 작품의 주제는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인 ‘창조적 진화, 깊고 느리게’다.

또한 제작된 공예작품및 공공미술작품의 설치장소는 청주예술의전당 주변과 청주시내 일대다. 심사는 운영위원회에서 별도로 심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고, 심사후에 8월 31일까지 작품 설치가 완료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역작가들은 “건축물 미술 장식품 공모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올해 서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사업설명회에 참여했던 지역작가 Y씨의 말이다. “세부적인 장소및 제한 요건과 역사성에 대한 브리핑을 공개적으로 하고, 작가선정을 하더라도 1차로 아이디어 스케치만을 제출하더라.

또한 3개안을 선택하고, 1차 계획안의 실현가능성을 보고 2단계, 3단계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1차안이 채택될 경우 구체화 시키는 최소 아이디어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고 있다. 청주는 작가에게 자료 만드는 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공모기간도 20일 내외로 너무 짧다. 서울의 경우 공개설명회 이후 한달 정도의 기간이 있고,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오픈된다. 그것이 오히려 진행도 빠르고, 서로간에 오해도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위의 기본적인 기획안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모를 계획중인 작가 B씨는 “지명작가의 작품은 이미 전시될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역작가의 작품은 조형물 설치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 아니냐. 설치될 장소와 제한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브리핑이 없어 작품이 중복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공공미술 그룹인 구들 씨앤씨는 “조형물은 혼자 진행할 수 있지만, 공공미술은 그룹진행이 보편적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기 위해서는 논의및 토의 과정과 때때로 설문조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설명회 늦었더라도 열어라”
실제로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는 공고-공모설명회-1차 제안및 심사-퍼블릿 샤렛-2차 제안및 심사-전시-계약-제작및 설치 등 8단계의 절차를 밟는다. 여기서 ‘파블릿 샤렛’이란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공공미술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작가와 의견을 교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공미술을 지향한다는 것.

이에 대해 비엔날레 조직위는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공모요강을 띄우다 보니 홍보에서 오류가 난 것 같다. 이미 예술의전당, 고인쇄박물관, 직지교, 인공폭포, 무심천, 첨단문화산업단지와 오거리, 육거리등 7~8군데를 내부적으로 선정해 놓은 상태다. 작가와 작품이 아직 선정돼 지 않아 구체적인 발표를 늦췄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 200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거리공예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역작가에게 100~200만원의 작품비를 주고 ‘의자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앙한 ‘예술의자’들을 선보였고, 비엔날레 기간엔 시내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안돼 지금은 사실상 ‘흉물’로 전락했다.

이에 비엔날레 조직위는 “당시에는 공간이 지정되지 않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장소를 지정해 작품을 반영구 설치할 계획이다. 의자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의 작은 출발이었을 뿐이다. 이번 사업은 공공미술프로젝트이지, 조형물 설치와는 차별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엔날레 조직위는 올해 시민참여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총 예산은 1억원. 지역시민들이 참여해 도시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회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동안 해왔던 지역작가들의 군집전은 열리지 않는다. 지역작가를 지원해 작품을 남길 수 있도록 방향전환을 확실히 한 셈이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는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과연 성공의 마침표를 찍을지 지역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공미술, 전국적인 붐
서울시 올해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80억원 투입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테마는 도시가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해 도시를 캔버스삼아 상상력을 녹여내 작품을 만들어낸다. 물론 미적인 감각뿐만아니라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생태적인 관점까지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개념과 실천은 쉽지 않는 과제다.
1984년 서울을 시작으로 문화예술진흥법에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 조항이 의무화되면서 미술을 ‘바깥’에서도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지난해 ‘아트인 시티’ 사업은 소외계층을 주제로 전국 11군데에서 펼쳐졌다. 낙산 프로젝트에서는 예술가들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넣었다.(사진)
사실 조각 작품들이 공원을 점령한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백화점, 병원, 버스 등 미술과 무관했던 대중 공간까지 미술이 깃들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 작품을 설치, 전시하는 ‘공공 미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시민들의 삶과 생활 속에 문화가 스며드는 문화도시 서울을 만든다는 취지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 중이다. 서울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는 ‘도시가 작품이다’라는 주제로 총 80억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1차부터 3차까지 단계별로 진행되며 현재 2차 공모에 들어갔다. 한 프로젝트당 약 2억 5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의 규모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작가뿐만아니라 시민, 디자이너, 큐레이터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었다.

이 사업의 취지는 한마디로 서울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조성한다는 것. 우선 남대문시장, 세종문화회관 신관, 지하철역 입구, 아파트 벽, 인사동, 청계천 가로변 등 40곳에서 동시바달적으로 사업이 펼쳐지고 있고, 경기문화재단도 6월부터 ‘열개의 이웃’이란 게릴라식 프로젝트를벌인다.

지난해에는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효시격인 ‘아트인 시티’사업이 진행됐다.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위원장 김용익 경원대 교수)가 구성됐고, 복권기금 12억원을 지원 받았다.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 공공미술사업으로 철산동, 원종동 외에 군산 해망동, 부산 물망골, 광주 중흥동, 서울 낙산 프로젝트까지 총 11곳에서 펼쳐졌다.

지난해 아트인 시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지역작가 K씨는 “공공미술의 경우 작가 개인이 작품을 만드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프로젝트팀이 구성돼야 유리하다. 또 경험이 있는 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이는 기존 조형물 작업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디렉터및 작가 8명이 한 조가 돼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결과물을 12월에 전시도 했고, 사후평가를 해 평점을 다시 매겼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공개적인 공모형식을 띄고, 장소와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기획안을 갖고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합천 해인사에 폐교될 위기에 놓인 학교를 리모델링 했다고.

올해의 아트인 시티 주제는 ‘노인 커뮤니티’다. 아트인 시티 관계자는 “공원, 양로원등을 리모델링하고, 노인들과의 연계 프로그램까지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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