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김밥집 대목 ‘함박웃음’
엄마손 김밥 퇴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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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김밥집 대목 ‘함박웃음’
엄마손 김밥 퇴출 ‘아쉬움’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7.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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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풍에 김밥집이 동나고 있다. 초·중등학교 소풍과 수학여행, 직장인들 야유회가 겹친 지난주 모처럼 호황을 누린 깁밥집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밥집들이 초등학교 소풍 철을 맞아 기지개를 펴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 싸기가 힘들어진 어머니들이 단체로 도시락을 주문하면서 오랜만에 희색이 만연한 것. 특히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가 함께 있는 인근 상가지역의 김밥 집은 평소 24시간 영업을 해 오지 않았음에도 새벽 3시부터 일어나 김밥을 쌀 정도로 주문량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 청주 상당구 용암·금천동의 아파트 단지와 흥덕구 분평동의 아파트 단지 내 분식집들은 적게는 100여개에서 많게는 300∼400여개의 김밥 도시락 주문량을 맞추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김밥 집은 시간제 종업원을 더 부르거나 가족까지 도시락 싸는 일에 총 동원 될 정도로 한 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청주 용암동에서 김밥 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40·여)는 “개업한지 6개월여 밖에 안 돼 도시락 주문량이 얼마 안 된다”며 “4월 26일 현재 100여개의 도시락 주문을 받았다. 연중 봄 소풍이 있는 요맘때가 분식업계엔 호황기다”고 말했다. A씨는 “초등학교 인근의 분식집 대부분이 학기 중에만 장사가 되다 방학을 하면 불황을 면치 못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주택가 밀집촌과 상가지역이 함께 있으면 그 만큼 공백기를 줄일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청주 금천동에서 김밥 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45·여)는 “자가용 시대가 되면서 김밥 단체 주문도 맛있는 집을 골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굳이 학교나 집 근처에서 주문하지 않아도 아침 일찍 손님들이 차를 타고와 실어 가거나 양이 많을 경우 김밥 집에서 특별히 배달을 해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신 풍속도에 대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말이다.

신풍속도 반갑지만은 않아
김밥 집 관계자들은 “워낙 김밥집이 많이 생기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가격 경쟁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1천원 이하로 낮출 수는 없다. 결국 맛 차별화를 위한 김밥 속을 더 많이 넣다 보니 재료비 상승으로 단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청주 용암동에서 김밥 집을 운영하는 C씨(36·여)는 “김밥 한 줄을 1천 냥에 팔아서 남겨야 하는 돈은 50%인 500원이다. 하지만 수 없이 늘어나는 김밥 집과 맛의 차별화를 위한 좋은 재료 경쟁은 새벽시장의 불을 밝혀야 하고 인건비와 시간 비용을 제하고 나면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학부형 D씨(40 여)는 “경기불황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가 초등학교 도시락 단체 주문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도시락은 아이들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각종 계모임과 봄·가을 여행, 동창회 체육대회에 나서는 부모들에게도 저렴한 요기꺼리다”고 말했다. 그러나 30∼40대의 아빠들은 엄마손 김밥에 대한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소풍 가기 전 날이면 설레 임에 밤잠도 설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랑으로 싸준 어머니의 김밥 도시락과 삶은 계란을 소풍 가방에 넣어 학교로 향하던 아련한 추억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김밥 도시락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것 이상의 것이었다.

모두가 싸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사랑만큼은 비교할 수 없었다. 따라서 모든 것이 편리해진 요즘 세태가 반갑지 만은 않다는 의견이다. 학부모인 D씨는 “맞벌이 하느라 아이들 도시락을 직접 싸 주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아침 일찍 싸 준 엄마손 김밥에 소풍 가느라 가슴 설레던 생각을 할 때면 앞으로 밤잠을 줄여 직접 김밥을 싸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밥집 주인 A씨는 “엄마손 김밥의 사랑만큼은 아닐지라도 새벽시장을 다녀서 마련한 신선한 재료로 정성스레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다”며 “맞벌이 하느라 힘든 시기에 단체 주문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현명한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 경철수 기자

   
먹는 것 갖고 장난 ‘천벌 받아야’
식용유로 밥 비비고·중국산 찐쌀도 써


청주에서 김밥 집을 5년째 운영해 온 A씨(45 여). 그는 가격경쟁을 위해 중국산 찐쌀과 식용유를 이용하는 동종업계 관계자를 이해 할 수 없다. “자기 자식이 먹는 음식이라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참기름 가격 몇 푼 아끼려고 식용유로 비비고 참기름 몇 방울로 향기만 띄우는 김밥, 식용을 사용함에 문제 될 것은 없을지라도 상도덕을 생각했을 때나, 자기 자식이 먹는 음식이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시민 B씨(35). 그는 부인과 함께 청주 가경동의 한 김밥 집에서 주린 배를 채우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밥 집 주인이 식용유를 부어서 김밥을 비비는 것이었다. B씨는 “요즘 김밥을 식용유로 비비 나요 하고 물었죠. 그러자 가격 단가가 안 맞아 모두가 이렇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식용이니 자체적으로 문제는 없겠지만 웰빙 시대 누가 참기름이 아닌 식용유로 비빈 김밥을 좋아 하겠냐”고 반문했다.

김밥 집 주인 A씨는 “사실 가격 단가를 맞춰 조금 더 남기려고 비싼 국내산 쌀보다 중국의 싼 찐쌀을 이용하는 김밥집도 있다”며 “하루 이틀 장사 할 것도 아니고 우리는 감히 생각도 못하지만 일부 김밥 집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통 김밥 한 줄을 1천원에 팔아 500원을 남겨야 단가가 맞는다고 하지만 중국산 찐쌀을 이용할 경우 700원까지도 남길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사람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을 친다면 이는 지옥에 갈 일이다”며 “가족이 먹는 음식으로 생각한다면 못할 짓이다. 특히 우리 아이가 먹을 음식에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일부 몰지각한 가게가 장삿속에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지만 대부분이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새벽잠을 줄여 도시락을 싸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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