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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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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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홍보 전단지에는 어느날부터 도서보유량이 등장했다. 물론 수량보다는 양서(良書)확보와 신간이 얼마만큼 확보되었느냐가 중요하지만, 이는 단적으로 도서관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신설되는 초·중·고의 경우 별관에 위치했던 도서관들이 점차 중앙으로 그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이제 학교도서관은 앨범이나, 고서들을 켜켜이 쌓아두던 도서창고가 아니다. 디지털 시스템 도입으로 클릭 한번에 책의 정보를 만날 수 있으며 타 도서관의 보유 현황까지 체크가 가능해 졌다.
물론 모든 학교가 이러한 시설을 누리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만책을 빌릴수 있다. 도서관에 상주하는 인원이 없다보니 전면개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선교사들이 도서관 업무를 떠맡듯이 맡고 있어, 도서의 분류또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먹구구식으로 꽤 오랫동안 방치돼왔으며, 상위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도서관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진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에서 지식을 쌓고, 방과후 공부를 하는 것은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다. 방과 후 개방되지 않을 뿐더러, 시설또한 조악한 곳이 많다. 특히나 사립중고등학교는 국공립학교에 비해 학교도서관에 투자비용이 적어 낙후정도가 심각하다.

학교도서관 디지털 사업, 100여개교로 확대
올해 충북도교육청은 도내 74개교에 66억을 투자하여 ‘좋은도서관만들기’사업을 펼친다. 2000년도부터 추진한 이 사업은 현재 도내 450여개교 가운데 30여개가 ‘학교도서관 디지털 자료실(DLS)’을 구축했고, 올 연말까지 74개교를 포함 총 104개교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좋은도서관만들기 사업이란 크게 하드웨어인 도서관의 시설 개선과 소프트웨어인 도서를 디지털 자료화하는 것이다. 도교육청 유평복 장학사(50)는 “충북도는 타도에 비해 학교 도서관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높은편이다. 당초 사업을 2007년까지 잡았지만, 적어도 내년까지 도내 전 학교로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디지털 시스템은 각 학교들이 셀(cell)형태로 하나의 집에 입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도서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러한 환경을 관리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전문사서와 사서교사들이 감당할 몫이지만, 현재 도내에는 42명의 사서와 2명의 사서교사뿐이어서 인원확보가 요구된다. 이에 충북도는 “올해안으로 60명의 사서를 더 뽑아 도내 일선 학교와 공공영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5월에 추경예산이 확정되면 바로 인원확보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서의 경우 해당학과만 졸업하면 자격이 주어지지만, 실제로 인원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계약직 고용이고, 임금은 국가 일용직으로 책정되어 한달에 보통 50만원에서 80만원을 받기 때문에 전문인력들이 지원을 꺼린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교육청마다 총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서를 일반고용으로 할 수 없지만 , 임금부분에 있어서 경기도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모두 사서에 대한 지원금을 실시하고 있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도내 각 지자체들도 사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사서교사는 일반사서와 달리 임용고시를 통해 전문사서교사 자격증을 부여받는다.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공주대에 문헌정보교육과가 개설되어 있고, 일반대학의 해당학과를 나올 경우는 교직과정을 따로 이수하여 임용고시를 볼 수 있다. 충북도는 7년전쯤 사서교사를 정식채용한 적이 있으나 그 당시만해도 주어진 업무들이 불분명하여, 일반교사로 전과했다고 한다. 그 후 올해 다시 2명의 사서교사를 뽑았다. 현재 제천여고와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재직중이다.

‘사서도우미’ 내가 한다
학교도서관에 불고 있는 신선한 바람중 하나는 ‘사서도우미’를 자청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녀를 둔 학부형들로, 자녀와 2인1조 짝을 이루어 대출업무를 순번제로 맡고 있다. 신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으며, 특히 남성초·경덕초·복대초등학교와 청주중학교 등이 손꼽힌다. 지난해 충북도가 연 학교사서도우미 교육세미나에는 약 200명의 학부모들이 몰려 그 열기를 실감했다.
충북도는 금년말에 ‘좋은 학교 도서관 콘테스트’를 열어 이벤트와 시상식도 열 계획이다.


“도서관과 함께 자라났어요”
도내 유일의 사서교사, 제천여고 손민영씨

올해 3월 손민영(23)씨는 모교인 제천여고 사서교사로 정식발령을 받았다. 제천여고는 올해 정보화시범학교로 ‘학교도서관 활용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그래서 손씨는 1년동안 교과는 맡지 않고, 학교도서관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매달릴 계획이라고 한다. “막상 와보니 도서분류가 엉망이더라구요. 대부분 학교 나름대로 도서를 정리해 놓고 있어서 개선이 시급하죠. 십진분류법에 의해 도서를 정리해가며, 디지털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업무가 많아 퇴근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기쁘다고 한다. 그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역시 조금은 낯선 ‘사서교사’에 관한 것이다. “처음 출근했을때 모두들 전문 선생님이 오셨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직까지 사서와 사서교사의 차이를 묻는 분들이 많아요. 사서교사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도서지도, 도서관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교사입니다. 7차교육과정에 ‘정보화도서관’이라는 선택과목이 있어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죠”
공주대학교 문헌정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사서자격증, 사서교사자격증과 복수전공으로 국어교사자격증도 소유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책과 함께 살았어요, 도서관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꺼예요. 학창시절 힘들때마다 저는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었거든요.”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 자리에서, 그는 다시 학생들에게 꿈을 대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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