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머물던 佛心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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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 머물던 佛心은 어디에…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8.0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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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불교계 5.31 지방선거 첫 정치 행동
전국은 대선조직 붐, 충북은 아직 ‘정중동’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스님들의 자가진단은 열등감(?)에 가깝다. 스님들의 55.8%가 개신교의 영향력을 인정한 반면 ‘불교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대답한 스님들은 15.8%에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영향력이 어떻든 곁눈길을 주지 않는 수행자가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자가진단이 일종의 집단 결의 내지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굳이 충북 불교계의 정치적 행동을 예로 들자면 지난 2002년 당시 법주사 소속 일부 스님 등 20여명이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시초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찰을 대표하는 주지스님급 인사들이 참여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참여 양상을 보였다.

   
 
  ▲ 청주불교방송 사장 지원스님“모든 것에 걸림이 없기에 현실 속에서 진리를 구하고 중생을 보살피는 것이 진정한 보살도(菩薩道). 승가의 정치적 활동을 욕해서는 안된다”  
 

   
 
  ▲ 청주청원불교연합회 부회장 현진스님“지금이 군부독재 시절도 아니고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며 막을 명분도 없다. 개인적인 행동은 일신의 안위를 위한 줄서기가 될 수밖에  
 
사실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 가운데 자신의 종교가 불교임을 내세우는 인사는 그리 흔치 않다. 민선 1기 주병덕 전 충북지사는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색을 내세우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주 전 지사는 언론에 자신의 종교를 ‘없음’으로 표시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불교’를 커밍아웃한 한범덕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밝힌 인물은 사실상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표면화 됐다. 한범덕 도지사 후보와 오효진 청주시장 후보가 친불교 후보였고 본인들도 이를 하나같이 부인하지 않았다.
청주청원불교연합회 부회장 현진 스님은 이에 대해 “자신의 종교가 불교라고 밝힌 정치인은 이전에도 많지 않았다. 당선을 떠나서 한 전 부지사의 선거 이후 개종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교계가 힘을 모아 지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진스님은 그러나 승가의 정계 개입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감추지 않았다. “지금이 군부독재 치하도 아니고 굳이 특정후보의 당선을 우려하지 않아도 될만큼 시스템이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현진스님은 “결국 종단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후보 앞에 줄을 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진스님은 다만 기독교적 성향이 강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진스님은 “승가에서는 상대 종교에 대해 배타적 성향이 강한 후보를 배척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치를 떠난 종교는 의미없다
이에 반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도가 결국은 종교의 정치참여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수행자는 모든 것에 걸릴 것이 없고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 중생을 보살펴야 하는데, 그럴려면 정치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불교방송 사장 지원스님은 “우리의 부모가 농민인데 한미 FTA를 외면할 수 없고, 최근 비정규직 문제가 벌어진 대형 할인매장의 직원들도 형제자매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현실 속에서 진리를 구현하고 중생을 보살피는데 걸림이 없는 것이 사사무애(事事無碍)의 처지에 있는 수행자”라고 강조했다.

불교의 현실정치 참여와 관련해서는 보다 강경한 입장도 있다. 어차피 이판승과 사판승의 역할이 있는만큼 정당한 필요에 따른 정치활동에 대해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의 A스님은 “하다 못해 개금불사까지 사찰 행사에는 지역의 정치인이나 기관장이 참여하기를 바라면서 다른 스님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불교계를 외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 역할을 하고 수행하는 사람은 열심히 갈고닦는 것이 불교 본연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A스님은 또 “우리나라의 문화재 가운데 80~90%가 불교에 있는 만큼 이를 생산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는 불교계에 대해 월급을 주지는 못할망정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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