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선캠프… ‘적자생존의 법칙’
상태바
MB 경선캠프… ‘적자생존의 법칙’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8.29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총선 앞두고 벌써 논공행상 치열
시의회에서 여의도로 ‘점프’ 노리기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이제 겨우 당내 경선이 끝난 상황이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충북 선거캠프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논공행상’으로 시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지역의 경선 책임자를 단수로 임명한 반면, 이명박 후보는 전 지역을 3~4명씩 복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도내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모두 9명. 이 가운데 이 후보 쪽에 줄을 선 운영위원장은 도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한대수(상당) 위원장을 비롯해 충북경선대책위원장을 공동으로 맡았던 심규철(보은·옥천·영동), 오성균(청원) 위원장, 지방선거 낙선 뒤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김경회(진천·증평) 위원장 등이다.

   
 
 
이들은 현직 프리미엄까지 겹쳐 상대적으로 느긋한 처지다. 경선대책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오장세 충북도의회 의장은 같은 MB성향의 한대수 도당위원장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이 후보 경선캠프의 총선 입지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 계열의 당원협 운영위원장과 겨뤄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박 전 대표 계열의 운영위원장들에 대한 포용에 나설 경우 자칫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격’이 될 수도 있다. 당원협 운영위원장을 제쳐둔 일방적인 전략공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찌감치 경선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됐든 이 후보 쪽에 줄을 섰던 경선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들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관계자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의 노여움을 살 정도다.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A씨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과에는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를 흡수한다고 해놓고서 자꾸 건드려서 좋을 건 없지 않나?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까 말까인데 해도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입으론 ‘대선 승리’가 지상의 과제임을 외치고 있지만 저마다 곧바로 이어질 ‘총선 단꿈’에 빠져있는 것이다.

청주지역 3개 선거구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책임자들의 속내를 들여다 봤다.

[상당]도당위원장 수성에 신분 상승 맞불
한대수- “기회는 평등, ‘되냐 안되냐’는 다음” 느긋
오장세- “정치인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곁눈질


청주 상당의 이 후보 경선캠프 책임자는 총괄본부장을 맡은 오장세 충북도의회 의장과 이대원 충북도의원이었다. 오장세 의장은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 지지파로 분류됐으나 권영관 전 도의회 의장 등이 연결고리가 돼 MB 캠프로 옮겨가 중책을 맡았다.

이대원 의원의 MB 지지에는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대변인을 맡기도했던 김병일 서울시 경쟁력강화기획본부장과 청주고 동문(47회)이라는 인연이 작용했다. 충북의 MB 외곽조직인 청풍비전21에는 이 의원 외에도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민병회 치과 원장, 이광재 하얀이 치과 원장, 이정길 주성대 국제교육센터 연구원 등 청주고 47회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자리 때문에 캠프에 참여하지 못했고, 표면 상으로도 중립을 지켰지만 이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한 위원장 스스로도 “어느 장소에 있든 자기 역할이 중요하다. 좌장 노릇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MB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여왔음을 강조했다.

현재로서 청주 상당은 한대수 위원장의 수성에 오장세 도의장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한 위원장의 총선 출마는 예정된 수순. 한 위원장은 “대통령 선거를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고 일단 지역구 책임자가 있는데 벌써부터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총선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면 무엇하러 당원협 운영위원장을 맡았겠냐”고 반문했다. 자신의 출마 의사와 함께 최근 총선 출마를 시사한 오장세 도의장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오 의장은 경선 직후 정치부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정치인이기 때문에 기회가 닿으면 (총선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오 의장은 이를 인식한 듯 “상당히 예민한 부분이기에 조심스럽다. 지금 총선 출마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고 경선에 따른 갈등을 봉합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끄기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오 의장의 ‘기회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지난해 12월 자리가 비어있는 3개 지역의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을 공모하는 과정에서도 청주 상당지역 공모에 응하면서 신분 상승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던 것이다. 오 의장 주변에서도 “한대수 위원장이 경선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한 것이 없지 않느냐”며 오 의장이 공신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한대수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공천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이고 ‘후보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그 다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이 기여도와 당선 가능성, 신망도 등을 평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흥덕갑]반란… 지방의원들의 ‘사자 사냥’
박종룡- “정권교체 이루고 그 몫으로 평가” 내심 기대
최광옥- “비례대표 바라지만 선배들이 많아서” 기다림

하이에나나 들개 같은 짐승들도 때로는 ‘사자 사냥’을 벌인다. 물론 사자가 병들고 무리에서 떨어져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이명박 후보의 청주 흥덕갑 경선캠프도 이처럼 사자 사냥에 나설 기세다. 현재 흥덕갑의 당원협 운영위원장은 윤경식 전 의원. 윤 전 의원은 39살의 나이로 16대 국회에 진출하는 등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으나 17대 총선 낙선에 이은 도당위원장 선거 낙선 등으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았던 최측근 김법기 도의원도 최근 석산개발 비리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결국 윤경식 의원은 경선 후 한 달 안에 실시하기로 한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 선거에 박 전 대표 쪽 다른 위원장들과 마찬가지로 추대를 원하고 있다. 물론 추대가 어려울 경우 출마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도당위원장 선거 패배에 따른 설욕전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할 경우 윤 전 의원의 정치적 생명은 급격히 단축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MB 흥덕갑 캠프의 책임자를 맡았던 지방의원들이 신분 상승을 꾀할 것이라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예를 들자면 박재국 도의원이 총선에 출마하고 박종룡 시의원은 도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내용 등이다. 확인 결과 줄거리는 틀리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박재국 도의원의 경우 더 이상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반면 박종룡 시의원은 도전 수위를 더 높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박재국 의원은 “요즘 총선에서는 70 먹은 사람도 쳐주냐, 선거는 끝난 사람이다. 더 이상은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MB 지지가 소신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박종룡 의원은 “정치가 하고싶다고 되는 것인가, 우선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 그 뒤에 그 몫으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기회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의 하부 조직도 저인망식으로 당원 모집에 나선 상태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책임당원에게는 경선 시 투표인 자격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선거구민 B씨는 “당원 모집에 나선 박종룡 의원 지지자로부터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중에 정말 출마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모종의 준비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역시 경선캠프 책임자를 맡았던 최광옥 도의원은 여성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원하고 있지만 자신감이 결여돼 있거나 속내를 감추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솔직히 열심히 뛰었고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도 싶지만 선배들이 많아서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덕을] 열세지역 선전, 공로 인정 자신
박환규-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상관없다” 자신감
남동우- “일단 대통령 만들고 여건이 돼야” 관망

흥덕을 역시 당원협 운영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 계열의 김준환 변호사다. 김준환 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이 지역구에 공을 들여왔고, 지난 17대 총선에는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남상우 현 청주시장에게 2위로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어찌 됐든 김 위원장의 오랜 지역구 관리로 흥덕을은 박 전 대표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다.

청주을의 MB캠프 경선 책임자는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과 강태원 충북도의원, 남동우 청주시장이었다. 이 가운데 5.31 지방선거 청주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은 곧바로 총선 준비태세에 들어가며 지역구 표밭을 다져왔다.

이에 반해 남동우 청주시의장과 강태원 도의원은 그동안 총선 후보군으로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청주시의장 선거에서 2차 투표 끝에 3선의 고용길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남 의장은 ‘그동안 시의장 활동에만 전념을 다했다’고 스스로 자부해 왔다. 청년 몫의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강태원 도의원은 지역구 공천 탈락과 이에 따른 거센 반발 끝에 꿰찬 의원 자리이기 때문에 임기 내 사퇴를 감행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40살이라는 나이 역시 차기나 차차기도 문제가 없을 만큼 여유가 있다.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은 “경선을 하든지 중앙당에서 여론조사를 하든지 상관이 없다”며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MB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상 박 전 대표 진영의 인사를 꽂을 리는 없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절대 열세지역에서 선전했다는 것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박 부위원장은 “경선 초반 MB가 확보한 표는 20~30%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부 관측이었다. 하지만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별조직을 가동했고 우리가 확인한 것만 50%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지역구별로 투표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섞어서 발표하는 것에 당황했다”며 “그래로 상황을 매일 보고했고 위에서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남동우 청주시의회 의장은 경선 이후 갑자기 총선 후보군으로 분류된 경우다. 이명박 후보의 경선승리가 발표되는 순간 오장세 도의장 등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총선 출마 준비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남 의장은 이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로서는 고마운 얘기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12월에 대통령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남 의장은 그러나 “정치란 것이 여건이 돼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얘길할 수 없다”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여운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