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희롱, 권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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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성희롱, 권력에서 나온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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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 L교수의 학생 성희롱 사건이 크게 터졌다. 학생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만큼 L교수는 학내에서 악명이 높았다. “너는 젊었을 때 여자들을 많이 먹어봤으니까 이제는 공부 열심히 해야 돼… 니 마누라는 내가 관리해 줄 테니까” “너, 나 좋아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날 여보라고 불러봐” “나는 초등학교 선생 중 85%는 다 썩었다고 생각해. 자존심은 우리나라 사람들 중 최고일 걸? 초등학교 교사가 무슨 전문직이냐?”
정말 L교수는 기자가 차마 인용할 수 없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심한 성희롱과 막말을 퍼부어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학생이라고 해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파견교사 신분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L교수는 ‘년’ ‘놈’으로 호칭하며 인격모독을 하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너는 애인 만나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뽀뽀하고 섹스할 생각부터 하지?”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들을 해왔다.
자신의 아내를 관리해 주겠다는 말을 들은 한 학생은 L교수가 밉고 화가 나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교수를 죽이고 싶었겠는가. 건강한 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L교수와 함께 MT를 갔던 학생 4명은 그를 ‘성추행·인격모독·폭행죄’로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수업도 거부한 채 매주 화요일마다 학내 집회를 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다 말고 공부를 하러 전국에서 모여 든 교사들이 왜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돌려야 하는가. 더욱이 상황이 이러함에도 대학측에서는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수의 학생 성희롱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사건화되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외에 ‘슬쩍’ 넘어가는 것까지 치면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서울대 우조교가 ‘교수 성희롱 사건’의 포문을 연 이래 현재도 서울대병원 L교수와 경북대 L교수, 서울 S대학 특수대학원장 K교수 등의 성희롱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직장내 성희롱처럼 교수의 학생 성희롱도 권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특히 학생이 대학원생일 때는 교수와의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수-대학원생은 사제지간이 아니라 ‘주종관계’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학위를 볼모로 교수에게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이 대학원생의 처지 아니냐”는 한 학생은 “선배가 군대 간 셈 치라고 하더니 그 말을 이제야 알겠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대학원생들은 교수의 세탁물 심부름부터 은행에서 돈 찾아오기, 세금 납부, 자가용 기사 노릇하기 등의 소소한 일거리들을 처리해 왔다고 숨기지 않고 말했다. 대학원생과 교수가 함께 식사하러 가면 으레 학생들이 돈을 내야 하고, 교수의 잡무를 도와주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목록에 들어가 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들은 교수들의 전횡에 맞서 싸우지도 못한다. 왜? 교수한테 찍히면 학위고 뭐고 끝이니까.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참고 넘어가 여론화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에 이런 사제지간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오늘 버젓이 일어나는 일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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