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지금 위원회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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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지금 위원회 공화국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09.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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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98, 청주 85, 충주 62개 등 도내에 821개 설치
위원 중복·당연직 과다·회의록 미공개 등 문제점 ‘수두룩’
참여정부들어 각종 위원회 숫자가 크게 늘었다. 따지고 들어가보면 김대중 정부 때 시민참여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위원회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고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정부가 국민들을 통치(統治)하던 시대에는 민관협력이 중요한 개념이 아니었으나 협치(協治)를 주장하면서 민관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테마가 됐다. 지방정부와 지역기업, 학계, NGO, 언론 등 지역사회 구성원간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하는 로컬 거버넌스가 등장하면서 지방정부가 행정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 로컬 거버넌스가 강조되면서 위원회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충북도내에서는 800여개의 위원회가 가동중이나 형식적인 위원회도 많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대책위 회의모습.사진=육성준기자  
 
이에 따라 충북도내 지방자치단체는 전문가, 사회단체 관계자, 공무원,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 가동 중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안들이 이런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양적인 확대만 있지 질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사각이다. 양적인 확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질적 변화라는 점에서 본지는 위원회의 내용을 들여다 보았다.

6월 30일 현재 충북 전체에 설치된 위원회는 모두 821개다. 그 중 충북도가 가장 많은 98개, 청주시 85개, 충주시 62개, 제천시가 70개로 알려졌다. 충북도의 경우 법령에 의해 만들어진 위원회는 78개, 조례 14개, 훈령 3개, 기타 이유가 3개로 나타났다.

이렇듯 위원회는 대부분 법령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42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그 소관부서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조언, 권고, 건의, 심의 또는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심의회·위원회 등의 자문기관을 조례로 설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설치할 수 있다고 돼있지 강제규정은 아니다.

참여정부때 위원회 대폭 증가
그런데 충북도 위원회의 1/3이상이 참여정부 때 등장했다. 2002년 말에 61개였던 위원회는 현재 98개로 대폭 증가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체 위원회의 37%가 최근 5년 사이에 생겨났다는 것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공무원 K씨는 “지나치게 많은 부서에서 각각 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최근들어 위원회 홍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무자들도 위원회를 만들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도내 지자체는 지역혁신협의회를 조직했다. 중앙에서 혁신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구성됐고 충북도에서는 충북발전협의회 안에 지역혁신협의회와 지방분권행정혁신협의회, 삶의질향상협의회 등 3개 기구를 두었다. 도 관계자는 중앙에 올라가서 충북의 의견을 전달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전체 위원회 중 의결 기능을 가진 것은 2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능이 비슷한 심의·자문·협의 위원회들이다. 의결 위원회는 인사위원회·토지수용위원회·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등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므로 위원들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위원회는 의견제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지역 S대의 한 교수는 “위원이라고 위촉돼봐야 권한이 없다. 의결하지 않는 위원회는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게 고작이다. 또 발언을 오래하면 시간 끈다고 싫어해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위원회 운영방식이 표결제가 아니고 합의제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내도 결국은 행정기관의 의도대로 결론지어진다. 도지사나 도의 생각과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해도 다른 참석자들이 그렇지 않으면 외부에는 ‘만장일치’로 포장돼 알려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참여정부들어 혁신, 거버넌스를 강조하면서 위원회가 양적으로 대폭 늘었다. 이는 곧 예산낭비와 시간낭비로 이어진다. 위원회 열 때마다 위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이고, 대부분의 사안들이 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들이 낭비될 것이다. 또 심의 위원회는 점수를 공개해야 하는데 한 번도 공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는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안된다. 투명행정을 하자고 위원회를 만든 것인데 투명은 말뿐이다”고 비판했다.

C대의 한 교수는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독재체제를 견제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단체장들의 의도를 합법화시켜주는 꼴이 되고 있다. 쓴소리 한 번 하지 않고 통과시켜주는 위원회가 많다보니 단체장들은 더 힘을 얻는다. 공무원들은 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하지만 행정기관에서 결론 다 내놓고 위원들은 얼굴만 빌려주는 식이 돼가고 있다”며 “어떤 결정을 놓고 위원회와 행정기관이 한 번이라도 갈등현상을 빚은 적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8개 혹은 6개 ‘중복출연’하는 위원
충북도의 경우 대부분 회의 한 번에 2시간 기준 7만원의 회의수당을 주고 있다. 편도 50km 이상일 때는 거리에 맞게 원거리 출석수당을 얹어준다. 그러나 이는 위원회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위원회는 7만원 회의수당에 심사수당을 합쳐 10만원을 주기도 한다. 회의수당은 예산의 범위내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러 위원회에 중복 ‘출연’하는 한 교수는 위원회 수당을 꽤 짭짤하게 받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충북도 전체 위원회 위원 숫자는 1530명이며 이 중 당연직은 421명이고 위촉직이 1109명이다. 당연직은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실무자 등으로 이 또한 법적인 근거에 의해 이뤄진다고 도 관계자는 말했다. 위촉직 중 시민단체(남성) 관계자가 84명, 시민단체(여성)이 74명, 일반여성이 207명, 기타가 735명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만 합쳐보면 모두 291명이다. 위촉직 중 여성의 비율은 26.2%다.

행자부는 올해부터 여성의 관점 및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위촉위원의 40%를 여성으로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여성부재 위원회를 없애고 여성전문인력을 집중 발굴하며 활용하라는 것이나 충북도는 이 지침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는 이외에도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촉위원의 20%를 시민단체 추천위원으로 위촉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위원 임기만료시나 결원 발생시 확대조치 하라고 덧붙였다. 이 점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진천군은 시민단체 추천 위원이 24명으로 전체의 42%, 청주시가 13명으로 15%이나 충북도는 1명으로 1%도 되지 않는다. 담당 공무원은 행자부의 지침이 강제규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충북도의 위원회가 어느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위원회의 심각한 문제점은 구성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인 선출절차는 없고 사실상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위원을 위촉하는 식으로 돼있다. 그렇다보니 일부가 여러 개의 위원회에 겹치기 ‘출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실제 도내 K세무사는 충북도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지방세심의위원회·경제정책심의위원회 등 6개와 청주시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등 2개 합쳐서 모두 8개의 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내 J대학 K교수는 충북도 지방분권행정혁신협의회·업무평가위원회·재정공시심의위원회·도시교통정책심의위원회 등 6개의 위원회에서 위원으로 뛰고 있다. 이어 C대 P교수는 충북도 재정공시심의위원회·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삶의질향상협의회 등 3개, C대학 K교수는 충북도 업무평가위원회와 청주시 여성발전위원회 등 3개, 언론사 간부 Y씨는 충북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여성정책위원회 등 3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충북도와 청주시 위원회 명단을 조사한 것으로 비공개 위원회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충북도 간부를 공개모집한 뒤 구성되는 선발심사위원회에도 자주 들어간다.

위원들 ‘장기집권’도 문제
인물중복은 위원회 문제점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이다. 도 관계자들은 인력풀이 한정돼 있다보니 중복을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적극적인 인력발굴을 하지 않은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 및 활동가, 그 외 자문집단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과별로 공유하면 인물이 겹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모 씨는 “한 사람이 8개, 혹은 6개의 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특정 경력을 요구하는 위원회가 있어도 그 밖의 위원회에서는 중복되지 않는 사람을 위촉하는 것이 위원회 취지에 맞을 것이다. 실무선에서 인물자료를 공유한다면 이같은 일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위원들의 임기는 보통 2년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장기집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의 신상의 변화가 없는 한 연임하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연임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가하면 청주·청원을 제외한 도내 지역에서는 충북도의 위원회조차 청주·청원지역에서 독차지한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면 도내 각 지역이 고루 참여해야 한다는 게 도내 북부·남부권 사람들의 말이다.

한편 일부 교수들 중에는 위원을 발판으로 자치단체 연구 용역을 따내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위원회는 자치단체장이나 실무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이를 십분 활용한다는 게 모 교수의 말이다. 그래서 교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위원회에 들어가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로비도 심심찮게 벌이고, 대놓고 실무자들에게 넣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는 것.

결론적으로 현 위원회 운영 시스템은 대폭 바꿔져야 한다. 특정 위원의 과다한 겸직현상과 연임, 회의록 미작성 및 미공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위원 선정 절차 기준을 마련하고 여성 의원 폭을 행자부 지침대로 40%까지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위원장을 간부 공무원이 맡지 말고 위원회에서 호선하며 공무원 위원을 전체 1/3이 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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