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좌지우지 ‘맞춤형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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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좌지우지 ‘맞춤형 위원회’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9.1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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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위원장 道 19%… 청주시 26% 불과
영동·옥천·괴산 7~8% 미만 ‘입맛대로’ 한계
권력은 결국 의사봉으로부터 나온다. 도와 시·군 산하에 있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이 누구인가 살펴보면 그 위원회가 ‘심의와 자문, 의사결정’ 등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싹이 노랗다. 물론 아무나 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위원장은 법이나 조례 등에 따라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실·국·과장 등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도록 돼있다. 나머지 위원회에 대해서만 호선을 통해 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다.

   
 
  ▲ 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연직 공무원의 숫자가 너무 많고, 이들이 위원장까지 맡는다는 데 있다. 이는 곧 심의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사진=육성준기자  
 
문제는 민간이 맡을 수 있는 영역까지 공무원들이 침범한다는 것이다. 이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충북도와 12개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낸 자료를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충북도의 경우 98개 위원회 가운데 도지사가 17개, 부지사가 41개, 기타공무원이 21개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간인 위원장은 19명으로 19%에 불과하다. 청주시도 85개 위원회 가운데 시장이 13개, 부시장이 37개, 기타 공무원이 13개 위원회를 장악했으며, 민간인 위원장은 22명(26%)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시민참여기본조례에 따라 연 1회 이상 위원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위원회의 운영 현황 등 개괄적인 내용을 시의회에 보고토록 돼있는 청주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제천시(21%)만 청주시와 함께 민간인 위원장 비율이 20%를 넘을 뿐 충주 13%, 청원 12% 등 대부분 10% 남짓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동과 옥천은 7%, 괴산은 8%로, 완전히 공무원 주도 하에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실 운영위원장’도 부시장 몫
공무원 중에서도 주로 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단체장이다. 괴산군은 51개 위원회 가운데 35개 위원회의 위원장이 부군수라 점유율이 68%에 이른다. 영동도 66%나 되고, 음성, 진천, 증평 등도 60%를 넘긴 상황이다. 이쯤 되면 ‘부단체장이 위원장을 전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청주시의 경우 도시계획위원회나 건축위원회, 부동산평가위원회,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 등 이른바 알짜위원회는 물론이고, 청주시민신문편집위원회, 지역정보화촉진협회, 자활기관협의체 등 세세한 영역까지 싹쓸이했을 정도다.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운영자문위원장’도 부시장 몫이다.

또 단체장, 혹은 부단체장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에는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듯’ 실·국장이나 과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기 마련이다. 이렇다보니 실무에도 밝지 못하고 여러 위원회를 중복으로 맡고 있는 ‘단체장급’들은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위원회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형식적으로 단체장급들을 위원장에 앉혀놓다 보니 이들은 위원회에 아예 불참하거나 인사만 하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결국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일부 핵심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실무자인 실·국장, 과장들이 발언을 주도하는 있으나마나한 면피용 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모 아닌 추천, 친한 사람 모셔오기
민간에서 위원장을 맡거나 위원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모보다는 직접 추천 또는 추천 의뢰 등을 통해 위원을 선임하다보니 업무상 연관이 있는 실·과 공무원들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주시 기획예산과 신동오 기획담당은 “기획예산과에서는 현황만 관리할 뿐이다. 개별 위원회의 특성에 따라 관련 실·과에서 추천 의뢰 등을 통해 위원을 선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관련 업무를 빠끔하게 아는 관련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성향과 일치하거나 막후 접촉을 벌일 수 있는 인사들을 위원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신 담당은 “단독 섭외는 거의 없고 구성비율에 따라 대개 대학이나 각종 단체 등에 추천을 의뢰하기 때문에 입맛대로 위원을 선임하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 담당은 다만 “파악해보지는 못했지만 하시던 분이 계속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것 같다”며 연임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주시의 경우 핵심 민간 위원장 가운데 전직 고위 공무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국장 출신의 K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참여연대 이효윤 시민자치국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위원들의 자질, 전문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며 “공모제를 통해 관심과 준비를 촉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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