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성희롱 사건 ‘골치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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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성희롱 사건 ‘골치 아프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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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대책회의 결성하고 사태 해결 나서 “교원대와 청원군 너무 무성의하다” 여론 빗발

한국교원대 L교수와 청원군 K과장의 성희롱 사건이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교원대 성희롱사건은 그동안  학내 비상대책위 차원에서만 논의돼왔으나 지난 13일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교원대 이교수의 학생폭언 및 성추행사건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결성하면서부터 지역전체의 일로 확대됐다.

‘반복적으로 행해진 일’
청주YWCA·청주여성의 전화 등 23개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이 날 교원대 교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은 이교수로부터 받은 인격모독과 성희롱 사실들이 자신들만이 당한 일회적인 일이 아니고 상대가 교수라는 위계관계 속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피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미 선배들도 수 년 동안 당해왔고 이와 관련해 학내퇴진운동이 있었음에도 해결되지 못한 점, 그리고 앞으로 재발될 것을 우려해 피해자들은 이교수를 사법기관에 고소했다”며 그간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들은 이것이 서울대 우조교·서울대병원 L교수·경북대 L교수·서울S대학 특수대학원장 K교수 등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권위의 남발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사건은 끊임없는 제보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감안할 때 하루 이틀간의 문제가 아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진 일이라는 것.

그러나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학측은 사건 해결의지나 태도가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하다고 대책회의측은 지적했다. 이들은 “처리방안을 모색중이라는 변명과 법원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식의 유보적인 태도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보여온 권위주의 집단의 태도이다. 지금 교원대는 성추행사건 대책과 예방의무를 방기하고 교수 편들기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만일 학교측이 이런 방관적 태도를 되풀이한다면 학교전체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은 물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국립대 교수를 누가 잘라?”
실제 사건 발생 한 달여가 지났어도 학교측은 성의있는 답변이나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대학원생은 “학교측에서 규정에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보직 교수 중심으로 꾸리고 학생은 단 한명도 위촉하지 않았다. 이 위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학교 명예를 왜 그렇게 실추시키느냐’ ‘교수 한 명 양성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며 편향적으로 조사해 피해자들이 면담을 거부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학교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나무랐다.

일부에서는 학교측에서도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와야 어떤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총장이 너무 관심이 없다는게 전체적인 여론이다. 피해자들은 “이교수가 국립대 교수를 누가 마음대로 자르겠느냐고 의기양양해 했다. 검찰 결과가 나와 정직 몇 개월 정도의 징계를 받는다고 이교수의 그런 태도가 바뀌겠는갚라며 법의 한계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정완호 총장도 학교 차원에서 조사중이라고만 밝히고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터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성폭행 사건도 있다는 말이 돌아 아연 긴장했으나 현재로서는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이미선 ‘L교수 퇴진을 위한 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이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고 학생 300여명은 13일 규탄집회를 가졌다. 피해자들의 고소에 따라 불구속 입건된 이교수는 얼마전까지 충북대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뒤 다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대에 오기 전 서원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이교수에 대해 서원대 교수들은 ‘문제가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한편 대책회의는 이 날 손명희 청주여성의 전화 대표·이명자 청주YWCA 이사·홍석조 충북참여연대 위원 등 11명을 전문위원으로 구성하고 총장 면담 등 실질적인 항의방법을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청원군에도 비난 여론 무성
그리고 여직원을 성희롱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청원군 김 모 과장의 승진 철회 요구도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북여성민우회·충북민예총 등 도내 1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일 ‘성희롱 가해자 기획감사실장 승진 철회를 강력 요구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감사 담당 공무원은 3년 이내에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행정감사규정을 어기고 기획감사실장으로 임명해 지역사회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번 승진 인사는 성희롱 가해자가 되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각종 우대조치를 받는 감사업무 보직에 배치돼 명백히 잘못된 인사임을 밝힌다”고 항의했다.

성명서와 의견서 등을 제출한 이들은 지난 7일 오효진 군수를 방문해 김과장의 승진 철회와 조속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오군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합동감사반 조치의견에 따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청원군은 실제 여러 차례에 걸쳐 김과장의 승진 사실이 감사에서 지적당한 만큼 행정자치부의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특히 김과장이 동일 사건으로 이미 징계를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김과장이 잘못한 점에 대해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성희롱 피해자가 당했을 엄청난 고통과 성희롱에 관대한 사회분위기를 관공서가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관련 단체들은 “지난 2002년 12월 호텔 롯데 성희롱에 대한 민사소송 1심 판결에서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지 못한 회사도 잘못이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 만큼 건강하고 안전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고용주의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러한 여론을 중앙에 알리기 위해 이들은 중앙인사위원회 조창현 위원장과 행정자치부 김두관 장관 앞으로 의견서를 보냈다. 지역내에서는 “두 성희롱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처리돼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고위 공무원과 현직 교수라는 점에서 엄정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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